Case 1) 그녀는 2000년대 프랑스 명품브랜드 끌로에의 수석 디자이너였다. 그녀의 이름은 피비 파일로. 당시 "유행은 피비 파일로로부터 나온다" 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돌연 수석 디자이너 자리를 사임한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Case 2) 몇 년 사이 신간을 살펴보면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콕 집어 한 장르로 분류하긴 뭐하지만, 자신의 소소한 이야기나 내면의 행복과 경험을 담은 책들이 바로 그것이다. 10년 동안 다닌 직장을 그만 두고 혼자 여행을 떠난 이야기를 담은 여행 에세이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좌)2006년 돌연 끌로에 수석 디자이너 자리를 사임한 뒤, 2010년 셀린느를 통해 공식 컴백한 피비파일로
우)무난한 삶을 살던 어느날,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 홀연히 여행을 떠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은 이제 시중 서점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출처 인터파크 도서- 위 책은 대표이미지일뿐, 기사의 내용과는 관계없습니다.)
두 가지 케이스에서 당신은 무엇을 느낄 수 있는가? 우선 그들이 ‘포기한 것’에 눈이 갈 것이다. 그들이 포기한 것은 돈, 명예와 같은 사회에서 인정 받는 데 중요한 요소들이다. 직장 10년 차이면 직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에 올라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 받는다. 더구나 명품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라면 연봉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무슨 이유로 이런 것들을 포기하였을까? 우리는 그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통 성공은 돈, 명예, 권력과 같이 수치화되거나, 표면적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표면적 성공이 아닌 개인적, 내면적 성공에 주목하고 있다. 개인적, 내면적 성공이란 보편적인 성공의 개념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자기 자신과의 충분한 소통, 가족이나 주변인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중시 여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실 이와 같은 것들을 ‘성공’이란 이름 하에 유형화하는 것이 무의미해 보이지만, 이 기사에선 일반적 성공과 대조를 위해서 이렇게 표현한다.) 물론 돈도, 명예도, 권력도 매우 중요한 성공의 요소이다. 그러나 이 ‘성공의 삼인방’에게 자아와 관계에 대한 만족이 결여되면 인간의 삶은 황폐해진다는 사실을 깨닫는 이들이 점점 많아졌다. 즉, 내면에 충실한 삶을 갈망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내면에 충실한 삶’에 대한 갈망은 자본주의 4.0의 대두와도 무관하지 않다. 신 자유경쟁주의로 대변되는 자본주의 3.0시절에선 표면적 성공이 전부였다. 우리나라 역시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배고픔을 벗어나기 위해, 경쟁적으로 돈을 벌었다. 그리고 한국의 경제적 지위가 향상된 지금, 사람들은 돈과 명예, 권력을 위한 치열한 경쟁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점을 느끼고 있다. 물론 경쟁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더 이상 사람들은 소수에게만 이익을 가져다 주는 잔인한 경쟁을 원하지 않는다. 알다시피 자본주의 4.0은 낙오하는 이들 없이 모두를 끌어 안고 가는 사회를 표방하지 않는가? 이러한 관점에서 자본 주의 4.0은 사람을 최우선으로 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내면적인 만족과 인간중심적인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가치관은 자본주의 4.0과 맞닿아있다. 단순히 자본주의 4.0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움직임들이 비슷한 시기에 출현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4.0'
소프트웨어 버전(version)처럼 진화단계에 따라 숫자를 붙일 때 네 번째에 해당하는 자본주의라는 뜻. 자유방임의 고전자본주의(1.0), 1930년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 수정자본주의(2.0), 1970년대 말 시장의 자율을 강조했던 신자유주의(3.0)에 이어 등장한 자본주의를 말한다.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강조하되 스마트한 정부와의 상호관계도 중시한다. 시장 참여자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다 같이 행복한 성장’을 목표로 하는 ‘따뜻한 자본주의’이다. [출처 - 조선일보 ]
일과 행복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 일로 인해 다른 인간적 가치가 평가 절하 받지 않는 세상. 이런 것을 꿈꾸는 것은 헛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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