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태양을 차가운 달이 잠시 가려주던 부분일식이 있던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교실에는 독서 특강을 들으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었어. 읽기라는 게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안 읽는 사람들도, 많이 읽는 사람들도 왜 중요한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 건지 뚜렷한 목적의식이 부족한 것 같아. 그래서인지 독서 강연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가봐.

“To ti sti??”

이번 [지금만나러갑니다] 코너에서는 실천문학사 대표를 맡고 계신 김영현 대표님의 강연에 함께 참여 해봤어. 대표님은 대뜸 “To ti sti?”라고 물으셨어. 이 문장은 라틴어로 네가 아는 게 무엇이냐? 그게 무슨 의미냐?는 의미인데 이 문장을 매번 되뇌이면서 인생에 있어서 끊임없는 의문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말이야.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만이 의식 확장에 성공할 수 있다는 거지. 철학과를 나오신 대표님은 ‘철학이 느낌표가 아니라 물음표나 마침표로 귀결되는 definition의 학문‘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회의감 같은 걸 느끼셨대. 인생은 이렇게 다양하고 치열한데 하나의 결론으로 정의를 내릴 수 없는 것은 아닐까. 그 때 쓰신 소설로 문학상을 타기도 하셨지.

 

모범생에서 수감생으로(?!)

모범생으로 살아가던 대표님의 인생은 단 한권의 책으로 인해 격변을 맞으셨어. 대표님의 인생을 바꾼 책은 무엇이었냐고?? 체게바라의 동료, 카스트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쿠바혁명사’라는 책이었어.

그 당시 쿠바의 현실에서 자신이 혁명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최후진술을 적어놓은 책이지. 내가 사는 것이 어떤 게 올바른 것인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걸로 내 뒤통수를 치더라구.”

그 책을 계기로 대표님은 데모에 참여해서 약 2년간 수감생활을 하시기도 하셨어.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에 자신의 일생이 확 바뀌는 계기가 몇 번 있어요. 사람을 만나는 경우. 어떤 사람을 만나는 순간 자기 인생이 바뀐다 이거죠. 근데 그에 버금가는 것이 바로 책입니다. 책이라는 것이 인생에 큰 변화를 주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죠. 다른 어떤 것과 견줄 수 없는 그런 거예요.”

책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하시는 이유는 자신의 삶도 책으로 인해 큰 변화를 맞으셨으니까 그렇겠지? 그런데 책이 사람과의 인연만큼 중요한 이유가 뭘까? 대표님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선택받거나 우연적으로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책이라는 것은 자기가 적극성만 가지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계기가 있다’고 답하셨지. 능동성의 문제. 자신이 의지만 있으면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거야.

“인생이 대나무처럼 마디가 하나씩 있는 거예요. 마디가 return point야.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과 정말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거야. 자신이 선택하는 경우도 있고 선택받는 경우도 있어.”

수감생활 중에 유일한 낙은 독서뿐이었지. 0.7평의 작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건 그것 뿐이셨대. 박영세계문학문고 100권을 차례대로 읽으면서 그 당시에 ‘레미제라블’을 꽤 감명깊게 읽으셨대. 그 전에도, 사춘기를 겪는 친구 옆에서 ‘데미안’이라든지, ‘변신’이라든지 하는 고전 종류를 다수 읽었지만, 마음을 먹고 읽기 시작한 건 그 당시부터였지. 그렇게 문학만 100권을 읽고 나니까 더 이상 문학을 읽고 싶지 않으시더래. 그래서 읽기 시작한 게 사회과학 분야인 ‘프로테스탄티즘과 자본주의’와 같은 책이었지.

나 = 내가 읽은 책들

“사회적 자아를 깨닫는 것을 ‘제2의 사춘기’라고 해요. 정치 사회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고 사회적 상상력, 역사적 상상력을 갖춰야 사춘기가 끝나. 그 전까지는 사춘기가 끝난 게 아니야. 그냥 유아 단계야. 그런 사람들이 90%가 넘거든요. 책을 통해서 (새로운 삶과) 만나게 되죠. 한 인간의 현재 의식이라는 건 자신이 우연히 만나서 본 책들의 총체예요.”

 자신이 읽은 책들의 총체로 자신의 현재 의식이 결정된다는 것. 덧붙여 자신이 만난 사람들의 인연의 총체도 포함된다는 것. 조금 무섭지 않니? 나 자신이 읽은 책과 만나 온 사람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잖아. 그런데 왜 우리는 책을 잘 안 읽을까? 아니,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지식은 여러 가지 형태의 지식이 있어요. 지식의 분류를 해보자. 상식이 있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야. 교양적 지식. 알면 좋은 것. 지구의 역사같은 상식 중에서도 도움이 되는 상식. 좀 고급적이고 체계적인 지식을 말하는 거야. 맨 안에 있는 지식이 실존적 지식이라고 해 (이건 다 자기식대로 만들 수 있는거야) 내가 정말 알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그런 것들. 화두. 내가 무엇인가. 난 왜 사는가. 종교적 지식도 다 그렇지만. 진리가 무엇인가. 자신의 절실한 삶과 관련된 지식이야. 그 밖에 직업적 지식, 기술적 지식 뭐 그런 게 있지. 여러 가지 지식도 자기 나름대로 차이가 있어. 지식은 다 서열이 있어. 똑같은 지식이라 할 수가 없어.”

 요즘 자기경영서가 유행이지? 1년간 정리한 베스트셀러에 90%가 자기경영서라는 사실에 실망하셨다는 대표님은 자기경영서는 지식 중에서도 교양적 지식에 불과하다고 하셨어. 교양적 지식의 범람이 실존적 지식을 배제시키는 거지. 실용주의와 맞닿은 자본주의의 발달이 교양적 지식의 범람에 한 몫을 하는 거야. 하지만, 문사철(문학,사학,철학)로 대변되는 실존적 지식이 없이 과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글쎄. 전 세계 사람들이 인간의 삶이나 의미에 대한 통찰은 전혀 없이, 어떻게 해야 돈을 잘 벌 수 있는가에만 집중한다면 각박한 세상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휴머니즘이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서로 간의 존중이나 자존감 같은 중요한 가치들을 빛이 바래게 할지도 몰라. 절실함으로서 다가가는 책과의 만남이 우리의 정신적 성장과 지적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그걸 잊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