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들은 참 많이 바쁩니다. 학점관리도 해야 하고 토익 점수도 올려야 하고, 인턴은 기본에 인맥도 쌓아야 하고 거기다가 독서, 사회봉사, 제2외국어까지 몸이 열개라도 쉴 틈이 없습니다. 사실 저 또한 소위 스펙 쌓기에 월화수목 금금금을 보내고 있습니다. 쉴  틈 없이 달려오다 보니 제가 하고 있는 많은 일들이 왜 하는지 목적을 잊어버린 지.. 오래된 것 같습니다. 오늘 인터뷰 하실 분은 이런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는 와중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고 계신 분이랍니다. 계속 달려만 와서 도대체 왜 달리는지 알 수 없는 분들(저를 포함해서)은 잠시 쉬시면서 이 인터뷰를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까꿍 

안녕하세요!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자기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환하게 웃고 있는 유진씨~

유진씨

쓸데없이 휴학 1년을 해서, 나이가 남들보다 많은 3학년인 서울여자대학교 방송영상학과 06학번 허유진이라고 합니다. 음악, 연극, 영화, 드라마를 사랑하고 예술인이고 싶지만 아직 아닌 여대생이랍니다.


까꿍

예술인이 되고 싶다니.. 뭔가 의미심장한데요? 지금 하시고 계시는 일이 뭐에요?


유진씨

학교 연극학회 SUM에서 연출을 맡고 있어요. 지금 휴학 중인데, 연출이 되어서 열심히 공부해서 완전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요.! 7월 1일부터 아침부터 밤까지 매일매일 연습하고 있답니다. 9월 둘째 주에 공연하는데, 요새는 주말까지 반납하고 배우들과 함께 열심히 연극을 준비하고 있어요!


까꿍

학교에 여러 동아리와 학회가 있었을 텐데, 보기는 쉽지만 참여하면 왠지 어려운 연극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세요?


유진씨 

전 사실 연극에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전 본래 고등학교 때부터 노래를 했거든요, 여러 대회도 나가고 도 대회에서 1등한 경험도 있어요.(웃음) 어쨌든 대학에 오면 대학가요제나 이런 노래할 수 있는 무대가 많을 줄 알았는데 제가 할수있는건 별로 없었어요. 대학가요제는 작곡을 할 줄 알아야 했고, 학교 밴드부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지금도 왜 떨어졌는지 납득할 수 없지만 정말 자존심이 바닥에 떨어졌다니깐요. 1학년 때 학교생활 적응도 못하고 그러다가 너무 제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2학년 때부터 마음을 바꿔 학생회 일을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SUM을 알게 되었어요. 정말 순수하게 연극보다는 무대자체에 서고 싶다는 생각에 SUM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까꿍

연극이라면 보는 것만 생각했지 대단하시네요!! 그런데 과를 보니깐 방송영상학과인데 연극 전공도 하지 않았는데 연출로서 어렵진 않나요?


유진씨

처음에는 너무 막막했어요. 우리 SUM은 아무도 연극에 대해 배워 본 사람이 없어요. 하지만 꼭 전문가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이걸 만든 의도가 전문 연극인이 아니라 우리학생들 열정을 가진 학생들이 무대를 만들어서 놀아보자 이런 의도에서 만들었거든요. 또 전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배우일 때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제가 연출이 되니깐 연출에 대한 이런 저런 거 다 알아보고 조명도 알아보고, 연극도 공부해보고 했어요. 그리고 이제는 좀 부끄러운 얘기지만 조금씩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전 평소에도 일주일에 최소한 영화 한 편씩은 꼭 봐요. 사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기시기에 매체에 나오는 보면 요새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알게 되고. 또 제가 영상학과니깐 영상을 많이 봐서 표현하는 걸 많이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억지도 라도 책이나 영화를 봐요.


그리고 SUM을 시작하고 무대공연과 영상 사이에서  무대만의 재미를 찾았어요. 영상은 치사한 방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영상 보는 걸 좋아하지만 영상은 편집에 의해 많은 부분이 달라지잖아요.? 하지만 무대는 사람을 세워놓고 그 사람을 그대로 보여주는 살아있는, 꾸며지지 않는 솔직한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영상과 다른 매력을 느끼고 , 그리고 한번 밖에 없는 라이브 성이란게 있어서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공연이 한번 한번 다 다르고요. 


이런 재미와 무대 자체의 의미, 사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제 노력이 쌓여서 연출로서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까꿍

이번에 무슨 연극하시나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으시고 보러 오실지도 모르니깐 최대한 연극 어필해서 말해주세요!!


유진씨 

이 질문 기다렸습니다! 저희가 9월달에 공연을 하기 때문에 고함20에서 홍보를..!!(웃음)


도덕적도둑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다리오 포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라고 인정받은 작품입니다.

도둑이 한 국회의원 집에 침입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이에요..!!

정말 쉽게 볼 수 있는 코미디에요.! 보고 싶지 않으세요?


▲유진씨가 연출을 맡으신 도덕적 도둑 포스터입니다.

▲유진씨가 연출을 맡으신 도덕적 도둑 팜플렛 중 극소개

까꿍

너무너무 기대되는데요!! 이 연극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유진씨

2번의 연극을 해보고 느낀 건데요. 솔직히 말하면 두 달 안에 무대에 올릴만한 연극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단 거에요. 처음부터 오디션을 봐서 무대 경험 많고 끼를 가진 애들이 있으면 쉽겠지만, 우리는 정말 열려 있어서 모두 들어올 수 있거든요. 그러니깐 연기를 시키는 건 상당히 어려워요. 작년에 한 연극은 코미디가 아니었는데요. 부조리극 같은거 였어요. 끝내는 연극을 완벽하게 못한 탓인지 관객에게 그 감동을 얻어내기가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전 쉽게 생각해서 우리가 할 수 있고, 제가 좋아하는 걸 하고 싶었는데 그게 유쾌한거에요. 전 유쾌한 사람이고 유쾌해지고 싶거든요. 그래서 고르다가 이 연극을 선택했어요. 그런데 선택하고 느끼는 건데 사람을 웃기는 게 엄청 어렵더라구요. 의도한 웃음과 의도하지 않은 웃음이 참 다르더라구요. 의도한 웃음이 굉장히 어렵더라구요. 그리고 안 그래도 살기 힘든데. 머리 아픈 것 보다는 누구든지 와서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려고요. 배우가 연기할 때는 맨 뒷줄에 앉은 귀가 먹은 할머니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연극을 하는 게 중요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까꿍

여대에서 연극하시면 남자캐릭터 또한 여성분들이 연극하시잖아요, 잘 생겨보이는 남장여자분들도 참 많은데,,!(여대가 아니라 남녀공학 인줄 알았어요) 근데 솔직히 어렵지 않으세요?


유진씨

힘들어요. 정말 힘들죠. 그치만 남자역과 여자역과의 연기 할 때 여자역이 더 연기하기 어려워요. 아이러니죠….? 사실 뭐가 더 쉽고 어려운 게 아니라 성별과 상관없이 자신과 다른 역할을 하는 게 다 어려운거에요. 연기자에게 남자역할을 하는 게 더 재미있고 더 흥미 있는 일이 될 수 있어요. 일상생활에서 돈 많은 사모님, 애교 많은 여자 같은 건 언제나 될 수 있지만 남자는 평생 못하잖아요. 그러니깐 더 성취감이 큰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연극을 하게 되고, 그 역할을 하면 그 캐릭터를 생각하게 되고 그럼 남자의 심리를 생각해 보게 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까꿍

벌써 3년째 SUM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여러 가지 추억이 있으시겠어요. 가장 좋았던 경험이나 뜻 깊었던 경험 있으세요?


유진씨

언제나 진짜 무대에 올라가면… 사람이 기분 좋을 때 수식하는 형용사가 있을텐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좋아요. 사람들이 저를 보고, 조명이 절 비추고 제가 집중되었을 땐 정말 어떤 고통이 와도 이겨낼 정도로 너무 행복해요. 너무 행복해요. 남자보다 밥보다 너무너무 좋아요 .


처음에 밤샘하고 연습할 땐 이거 왜 하나 하루 100번씩 생각했어요. 이 힘든 과정을 다 이겨내는 건 그 무대 때문이에요. 마약한 애처럼 너무 행복해요. 공연하는 매순간 말이에요.


뜻 깊었던 일이라고하면 SUM에서 만난 사람들인 것 같아요. 대학 오면 친구사귀기가 정말 힘들다고 하잖아요. 고등학교가 아니니깐.. 집 방향이 같다 이런 것도 아니고,, 대학은 쿨 하게 만날 수 있을 때만 만나잖아요. SUM을 시작하고 나서 좋든 싫든 가족보다 더 많이 봐요.(웃음) 요새는 단체생활을 싫어하잖아요. 스펙 만든 다 뭐한다 하면서요. SUM을 하면서 요새 애들이 못하는 걸 얻어가요. 2009년 이 취업이 안되는 이 상황에 남들이 볼 때 똑똑하고 잘 하는 짓은 아닐지 몰라도 사람하고 부대끼고 일하면서 인간관계를 깨닫고 이런 아날로그 식 관계가 정을 더 얻는다고 생각해요. 사람과 사람의 만남 소중한 경험이 뜻 깊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교수님이요. 제가 1학년 때 적응 못하고 학교도 잘 안 나갈 때, 교수님 문자도 해주시고, 대학 와서 고등학교 선생님처럼 친해질 수가 없는데 이걸 하면서 저를 챙겨주셔서 너무 좋아요. 물론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전 사람과 경험 모두 얻은 것 같아요.


▲유진씨가 ‘8인의 여인들’에서 개비 역을 맡았을 때 팜플렛 사진입니다

까꿍

Olleh-! 정말 좋은 경험 가지고 계서서 넘 부러운데요..!!! 그런데 유진씨 학번이 06학번이시면 좀 고학번이시잖아요. 취업걱정이나 스펙 걱정 안하세요?

 

유진씨

엄마는 엄청 걱정해요. 주변사람, 엄마 가족, 제 친구 .다 걱정해요. ‘유진아 왜 연극하고 있니’ 너무 그런 소리 들어서 휴학하고 우울증 오는 줄 알았어요.(흑흑)


사람이 사람마다 살아가는 기준이 있는데 보통 사람들의 기준은 높은 학점, 토익, 스펙, 인턴을 이런걸 해서 좋은 회사를 가야겠지만 전 거기에 좀 어긋나 있는 사람이에요. 무책임한 사람일 수도 있지만 전 회사보다는 무대에 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노래를 하고 싶죠.  나중에 하고 싶은 뮤지션이나 아티스트가 되었을 때 수 많은 경험이 제게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물론 이 일이 직접적인 경험이 되는 건 아니지만 넓게 되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살아가면서 대학생 때가 아니면 이 일을 할 수 없을꺼에요. 청춘을 누리는 방법이 연극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스펙보다는 이걸 누리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끼리끼리 논다고 제 주변에는 그림, 조각, 소설, 노래, 연기자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잘 하고 싶어요. 토익점수야 오르면 좋겠지만 그렇게까지 큰 의미가 되지 않아요.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받지만, 거꾸로 전 행복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제 자존심이지만 전 저대로 잘하고 있고 제가 무엇보다 행복해요. 공부를 위해 공부를 한 게 아니고 좋아하니깐 잘해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걱정과 불확실하지만 그만큼 각오는 되어있어요. 정말 취업, 오디션, 다 떨어지면 극단 청소라도 해도 하고 싶은 것 한다고 농담처럼 얘기해요. 그러니깐 인생을 평범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특별해지고 싶어요.


유진씨에게 있어서 연극이란..?

(이 질문은 사정이 있어서 직접 유진씨께서 써주셨답니다)

불꽃이다. 그것도 아주 빨갛고 뜨겁게 타오르는 불꽃이다. 한순간, 마지막 그 한순간에 가장 아름답고 가장 뜨겁게 타오르기 위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진정한 아름다운 불꽃. 그것을 태우기 위해선 그저 나무에 단순히 불을 붙여서 되는 것이 아니다. 거친 나무하나를 다듬고 또 다듬고 좋은 장작을 마련하고 ,커다랗게 불꽃이 타오를 좋은 터를 고르고, 이제 그것을 모두 태워줄 불씨. 이것저것 제대로된 조건을 갖추려면 꽤나 힘을 써야하며 왠만한 끈기와 밀고 나가는 힘이 없이는 이뤄질수 없다. 언제나 준비하는 그 인내의 과정에는 그저 모든것이 힘들고 하찮아 보이기만 한다. 그리고 정말 무언가를 얻을수 있을것인지 의심이 들지만. 무단한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면 반드시 불꽃은 피어난다. 나는 그 눈이 시리도록, 당장이라도 눈이 멀어버리도록 만들 아름다운 그 광경을 몇번이나 보았고, 다시 그것에 홀려 다시금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진정한 아름다운 불꽃. 그것을 피어오르게 하는 것. 그것이 연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