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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폐강 강좌, 대의를 위해 희생된 제물

대부분 대학의 최종 수강변경 기간이 끝이 났다. 학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일찌감치 수강인원이 꽉차버린 인기 강좌가 있는가 하면 철저한 무관심 속에 쓸쓸히 폐강되어버린 비인기 강좌도 있다. 과연 폐강되는 강좌들은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그렇게 서러운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일까?

                    ▲빈 강의실 (시계 태엽님의 블로그 http://bluewere.tistory.com/)

K대학 경영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A군은 인문·철학 관련 강좌에는 관심이 없다. A군 주변에 친구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주변에 인문·철학 강좌를 듣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들을 강좌가 없어 마지못해 수강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러한 경우에도 커리큘럼이 빡빡하게 짜여진 강좌보다는 수업 시간 내내 비디오만 상영하는 학점 받기 쉬운 강좌를 선택한다고 얘기한다.


누가 뭐래도 요즘 학생들의 수요가 가장 높은 강좌는 취업의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것들이다. 토익 관련 강좌들과 고시 준비 강좌 등은 수강 신청 시작이 무섭게 수강인원이 몰린다. 반면 학생들이 고리타분하며 비실용적이라 여길 가능성이 다분한 강좌들이 주로 폐강 강좌 리스트에 올라와 있다. 특히 A군의 인터뷰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인문·철학 관련 강좌들은 폐강 강좌 리스트에 단골 손님이다. 인문학의 위기란 말이 몇 년 전부터 있어왔지만 청년 취업난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실제로 대학에서 체감하게 되는 위기의 정도는 훨씬 더 심각하다.


      ▲이화 여대 폐강 강좌 목록 중 일부. 철학관련 교양과목들과 비인기 전공과의 전공과목들의 폐강


연세대의 ‘동양의 철학사상’, ‘ 어거스틴의 생애와 사상’ 이화여대의 ‘삶과 철학’, ‘철학과 과학의 만남’ 등. 이 뿐 아니라 여타 대학의 폐강 강좌 목록에서 인문·철학 관련 강좌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공 계열의 강좌의 경우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아, 취직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전공 심화를 위한 수준 높은 강의들은 학생들에게 외면받기 일쑤다. S 대학 생명과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인 B군은 전공 필수 과목만 해도 버거운 데 굳이 전공 심화과목까지 들을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고백한다. 전공 심화를 듣는다고 취직에 더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 강의에 투자하는 시간만큼 투자한다면 다른 강좌에서 더 높은 학점을 받을 수 있을꺼라는 것이다.


또한 전공 자체가 취직이 어려운 전공일 경우에는 학생들이 전공 수업을 등한시하고 이중전공, 복수 전공 등에 매진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냉대 받는 과들의 전공강좌들이 폐강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충남대 농대의 경우에는 2학기에 개설된 전공 강좌 중 16개 강좌가 폐강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학점을 받기가 어렵다고 소문난 강좌들은 학생들이 학점 관리에 혈안이 된 현 상황에서 폐강의 운명을 맞기도 한다.


결국 모든 폐강의 원인은 ‘취직’이라는 하나의 문제로 귀결된다. 대학에만 발을 들여놓으면 비교적 취직이 용이했던 과거에는 학점 관리에 혈안인 사람도 취직에 도움이 되는 강의를 듣기 위해 자신이 듣고 싶은 강의를 포기하는 사람도 찾아 볼 수 가 없었다. 하지만 국민의 대학 진학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2009년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대학은 더 이상 학문 탐구를 위한 장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고등학교 시절 좀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표피적인 지식 암기에만 급급했듯이, 대학생이 되고난 후에도 전국의 수많은 대학생들과의 경쟁에서 취직이라는 전리품을 쟁취하기 위해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 때문에 학문의 기본이 되는 인문·철학은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한지 오래이며, 심화 강좌들은 대학원생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듣는 ‘그들만을 위한 강의’가 되어 버렸다.


여기서 현실적인 문제는 제쳐두고 대학에 들어온 만큼 대학생 본연의 의무에 충실하라고 하는 식의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것이 개인의 힘으로 해결될 수 있을 만한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그렇지 않은 사람을 바보라고 비웃는 것이 현재의 세태이기 때문이다. 취업이라는 대의(?)에 희생된 폐강 강좌들. 그리고 그 폐강된 과목들의 이면에서 현 사회의 청년 취업난 이라는 암울한 현실을 다시 한번 상기 하게 되는 것은 참으로 씁쓸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이 씁쓸함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인문·철학에 대한 사회전반적(학생,기업,대학 등) 의식의 제고와 취직난의 점진적 해결이 필수적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음 메인에 제 기사가 들어갔네요 ^^ 많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8 Comments
  1. 그런거죠

    2009년 9월 11일 08:05

    불쌍한 건 학생들일 뿐.
    듣고 싶은 강의 못 듣는 학생도 불쌍하고,
    벅찬 사회 속에서 경영 경제 강의밖에 못 듣도록 프로그래밍된 애들도 불쌍하다

    • so.D

      2009년 9월 11일 08:53

      공감 120%

  2. so.D

    2009년 9월 11일 08:52

    이화여대는 50명 넘게 수강신청이 이루어진 강좌도 폐강시켰다는 얘기가 있던데
    아무튼 이대는 정말 심각한 것 같드라구여 좋은 기사 잘읽었슴당

  3. hhfj

    2009년 9월 11일 10:09

    우리나라 영○ㅓ가 이렇게 비효율적인 것은
    우리가 배우는 문법이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지만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알 수 없었습니다 ┬.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ㄷ ┣음 ㅋ ┣페
    “이 제 영○ㅓ 의 의 문 이 풀 렸 다”로 들어가 보시기 바랍니다.

  4. 무량수

    2009년 9월 11일 11:44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기형적인 시스템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후대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은 계속 대한’미국’으로 남고, 그 고통은 점점 더 심해 질 것이라는 뻔히 보인다는 것입니다.

  5. 음..

    2009년 9월 11일 13:04

    음… 대학의 학문의 본질이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인데
    궁극적으로 취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텐데 좀 더 크게 보는 시각이 필요한 건 아닐까요?

  6. ring

    2009년 9월 11일 21:39

    너무 안타깝네요.
    철학이 없는 사회가 지속될 수 있을까요?
    타의에 의해 경쟁속으로 내몰린 학생들을 기성세대가 탓하는 실로 웃을 수 없는 사회가 현 대한민국의 자화상인 듯 해서 많이 부끄럽습니다.
    저또한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네요.

  7. 직딩10년차

    2009년 9월 12일 00:20

    그게 학점으로 서류전형 기준으로 삼아서 그럽니다.. 학점 4.0과 2.0을 무조건 대학시절 기준으로 삼아버리니 듣고싶은 과목이 점수가 안나오면 솔직히 포기해야죠..
    왜냐면 학점이 나쁘면 취직이 안되니…
    저도 기업체 인사담당이지만, 자기소개서 읽어보면 솔직히 얘는 학교다닐때 취업공부만 했고, 한넘은 다양한 사회경험을 햇는데, 솔직히 후자가 나중에 입사하면 능력을 더 발휘하게됩니다만, 현실은 공부한넘을 뽑아야 되니…

    기업에도도 죽을맛이지요..

    다양한 전형방법을 강구하지 못하고 오직 토익과 학점 요 두넘으로 뽑아야 합니다.

    기업에서 학점제한이 없어진다면 저런 현상은 거의 없어질꺼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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