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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추석 : 남녀탐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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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해서 녹음한 버전입니다 ^^;; 아마추어라 말투를 제대로 따라하진 못했지만, 재미로 들어주세요^^)
남잔 여자 몰라요. 여자도 남자 몰라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무나도 다른 남녀를 심층적으로 비교 분석해보는 남녀탐구생활. 오늘은 고함20이 준비한 패러디 버전의 ‘추석’편이에요.


먼저 남자의 탐구생활이에요.


남자는 지긋지긋한 학교에서 잠시나마 벗어난다는 생각에 추석을 앞두고 즐거워해요. 초등학교 1학년 시절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지만,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것이에요.

흐뭇한 마음으로 달력을 쳐다봐요. 앗! 헉! 훅!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어요. 빨간 날이 고작 3일 뿐이에요.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금요일만 빼면 평소랑 다른 것이 없어요. 찬란한 주4 시간표를 자랑하며, 매주 3일을 잉여롭게 보냈던 남자는 화가 나요. 선진국에 비해 많은 노동 시간을 자랑하는 한국인들이 측은해져요.

드디어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어요. 연휴에는 오랜만에 바쁜 친구들과 놀아주는 게 인지상정이에요. 친구들에게 문자를 돌려요. ‘목욜 7시, 강남역 6번출구, 콜?’ 이라고 진심을 담아 다정하게 보내요. ‘연휴가 짧아서 서둘러 고향 내려가는 중이야.’ 개들에게서 저 따위의 문자가 날아오기 시작해요. 하나, 둘, 셋. 이건 어쩔 수 없겠어요. 다음에 만나면 술값은 이 건으로 뜯으리라 다짐하며 다시 한 번 짧은 연휴를 저주해요.

우리 집도 큰집으로 내려갈 시간이에요. 남자는 자연스럽게 뒷좌석에 자리를 잡아요. 큰일 났어요. 아빠가 뒷좌석 문을 열었어요. 남자는 현실을 외면하려 시선을 돌려보지만, 아빠 손이 어느새 내 셔츠를 강렬하게 끌어당기고 있어요. 운전면허 따지 말 걸 그랬어요. 평소에 아빠 차 키에 손대면 도둑놈, 망할 놈, 이놈, 저놈, 그놈 하면서, 이럴 때만 베스트 드라이버 타령이에요.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에요. 역시 추석엔 어쩔 수 없어요. 고속도로는 무슨 이건 주차장도 아니고 폐차장 수준이에요. 남자는 홀로 차 번호판을 외우며 운전하기가 짜증나지만 아무도 남자와 놀아주지 않아요. 여동생? 자요. 엄마? 잠들었어요. 아빠? 코를 골아요. 남자는 너무 피곤해서 잠깐 어디서 자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지금 잤다가는 나중에 무슨 말을 들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운전이나 하기로 해요.

폐차장을 뚫고 큰집에 도착했어요. 전을 부치고 송편을 빚는 움직임이 분주해요. 남자들은 송편 빚는 일은 곧잘 하기도 해요. 하지만 전을 부치거나 부엌에 들어가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아요. 가끔 노동의 성 평등성을 이야기하는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려고 시도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에요. 남자는 부엌에 발을 들이는 게 아니라고 대장 여자가 말해요. 이래서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해요.

추석날 아침이에요. 남자는 여자들이 차려 온 제사상 앞에서 제사를 지내요. 여자를 제사에 끼워주는 집들도 많지만, 여전히 남자들만의 제사를 지내는 곳이 많아요. 남자는 제사상 앞에 절을 하면서도 누구에게 절하고 있는지 몰라요. 남자는 제사를 귀찮아도 해야 하는 일  쯤으로 생각해요.

제사가 끝나고 손님들을 맞거나 가족끼리 담소를 나눌 때 남자는 한 자세만을 고수해요. 온 국민이 사랑하는 그 자세 바로 아빠다리에요. 사실 아빠다리는 이래저래 불편한 자세에요. 하지만 난 남자이므로 아빠다리를 풀지 않기로 해요.

남자는 따뜻한 방구들에 앉아서 여자를 호출해요. 좋지 않은 표정으로 부엌에서 나온 여자에게 남자는 담요를 대령해 줄 것을 정중히 요구해요. 여자가 담요를 가져왔어요. 아싸. 고스톱 판이 벌어졌어요. 원 고, 투 고, 쓰리 고, 왠지 잘 될 것 같은 기분이에요. 그런데 갑자기 저 어린 녀석이 위아래도 없이 점수를 냈어요. 이건… 독박이에요. 남자는 갑자기 기분이 더러워져요. 한 번 더하면 완벽하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한 게임 더 하기로 해요.

남자들은 고스톱에 전의를 불태우는 와중에도, 여자를 호출하는 것을 잊지 않아요. 한 시라도 입에 무언가를 물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이에요. 맥주, 전, 송편, 과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먹어요. 남자의 고스톱은 끝날 줄을 몰라요.

이상 남자의 탐구생활이었어요.


이번에는 여자의 탐구생활이에요. 


추석이 다가오고 있어요. 벌써부터 고향으로 가야할 생각에 막막해요. 앗, 학교에서 학교 연합 버스대절 공지사항이 있어요. 친구들과 효율적인 제도라며 학교가 간만에 좋은 일 한다며 칭찬하면서 속으로 다른 학교 남학생과 버스에서의 운명적인 만남을 꿈꿔요. 선착순이라는 공지사항의 말에 앞뒤 생각 없이 신청하러 달려가요.

추석이틀 전

학교에서 대절한 버스를 타러 가요. 겉으로는 화장 안한 듯 보이지만, 오늘 두 시간 일찍 일어나서 화장한건 비밀이에요.

버스를 탔어요. 고향 가는 버스여서 절대 아는 척은 안하지만 초등학교 동창 남자애가 보여요. 얼굴 다 알면서 모르는 척 도도하게 좌석에 앉아요. 마음속으로 그 동창이 나에게 말을 걸어줄 기대를 하면서 겉으로는 아이팟을 꺼내서 아무렇지 않은 척 음악을 들어요.

내려가는 동안 아무도 여자에게 말을 안 걸어요. 여자는 실망하지만 버스 안 남자들이 수준이 낮아서 자신과 안 어울린다며 자신을 다잡아요.


추석하루 전

집에 왔어요. 옆에서 오빠는 신들린 것처럼 게임을 하고 있어요. 오빠가 오타쿠처럼 보이기 시작해요. 남중. 남고. 공대는 무리였어요. 

피곤해 죽겠는데 엄마가 집 청소를 하라고 해요. 남녀차별이라고 엄마에게 소리쳐요. 엄마는 오빠는 청소를 잘못한다고 말하며 엄마가 너를 믿는다고 말해요. 그 말이 거짓말인걸 알지만 괜히 믿는다는 말이 좋아서 청소하기 시작해요.


친척들이 집으로 왔어요. 여자들이 오자마자 겉옷을 벗고 주방으로 들어가요. 남자들은 겉옷을 벗고 거실 소파에 다 누워요. 그 모습이 육지에 올라온 바다표범 같아요. 남자들이 여자를 불러요. 여자들은 바빠 죽겠는데 남자들이 불러서 귀찮지만 괜히 명절에 싸움 만들고 싶지 않아서 제일 꼬봉인 저는 남자들에게 가요.

아빠가 고향특산물 자랑을 친척들에게 하면서 얼마나 맛있는지 열변을 하고 있어요. 아빠는 빨리 가서 특산물을 가져오라며 나에게 재촉해요. 나는 아빠가 한편으로는 귀엽지만 자기일은 스스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특산물을 먹고 남자들이 감탄하며 한 마디씩 해요. 여자들은 계속 음식준비를 하고 있어요. 남자들은 한 번 더 특산물이 맛있다고 해요. 여자들은 계속계속 음식준비를 하고 있어요. 남자들은 두 번 더 특산물이 맛있다고 해요. 여자들은 계속계속계속 음식준비를 하고 있어요.


추석

추석날이 밝았어요. 남자들이 제사할 준비를 해요. 여자들은 평소에는 먹지도 않는 제사음식들을 제사상에 갖다놔요. 남자들은 제사음식도 순서가 있다며 여자들이 가져다 놓은 음식을 배치하기 시작해요. 제사를 지내요. 남자들이 절을 다하고 여자가 절을 해요. 왜 남자부터 하는지 이해가 안가요. 준비는 여자가 다했는데 말이에요.
 
제사가 끝나고 제사음식을 먹어요. 남자들은 거실 큰 식탁에서 먹고 있어요. 여자를 불러서 간장, 초장, 사소한 것들을 가져달라고 해요. 여자들은 귀찮지만 명절날 싸움을 하기 싫어서 가져다 줘요. 남자들이 며칠 굶은 것처럼 밥을 먹어요. 여자들은 부엌에서 밥을 먹고 있어요.

남자들은 큰 상 다 먹고 이번 추석은 한 게 많다며 피곤해 해요. 여자는 밥을 먹다말고 과일을 깎아요. 남자는 당연한 듯이 과일을 먹어요. 조금씩 여자들 눈에 살기가 보여요. 여자들은 살기 가득한 주방에서 뒷정리를 하고 있어요.


뒤늦게 남자랑 성이 같은 여자가 왔어요. 언니를 외치며 안 그래도 피곤한 남자랑 성이 다른 여자를 괴롭혀요. 역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생각이 들면서 남자에게 SOS를 하지만 이미 남자는 술 마시고 얼큰해진 상태에요. 남자와 성이 다른 여자가 불쌍하기만 해요.

저녁에 여자가 남자한테 여자네 본진을 가자고 해요. 남자는 귀찮아 하지만 여자의 부리부리한 눈을 보고 차에 시동걸러가요. 남자가 운전을 해요. 차가 거의 움직이질 않아요. 여자는 운전하는 남자한테 미안해서 안 자려고 했지만 졸린 건 너무 어떡할 수 없어요. 결국 여자는 잠들고 남자는 외롭게 운전하기 시작해요.

여자의 본진에 도착했어요. 여자와 같은 성을 가진 남자들이 많아요. 여자는 집의 가장 따뜻한 곳으로 가요. 여자와 성이 다른 여자들에 일을 시켜요. 전세역전이 됐어요. 역시 여자의 적은 여자에요. 세상을 돌고 도는 것 같아요.

여자들은 추석이 빨리 끝났으면 해요.

이상 여자의 탐구생활이었어요.


살짝 과장된 면이 없진 않지만, 우리네 추석 풍경을 요즈음 유행하는 재밌는TV롤러코스터의 코너 ‘남녀탐구생활’ 말투로 재현해 보았습니다. 즐겁기도 하지만, 귀찮은 일도 많은 추석. 한 번씩 더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보내시길~!


페르마타
페르마타

청년/저널리즘/문화 연구자. 페르마타 = 그 음의 길이를 2~3배 길게. 마쳐라.

3 Comments
  1. 어머

    2009년 9월 30일 07:2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네요
    ㅋㅋㅋㅋㅋㅋ 하면서 웃을 정도는 사실 아니지만, 그래도 현실을 반영하려고 많이 노력하신 것 같아요

  2. 아놔ㅋㅋㅋ

    2009년 10월 4일 10:47

    여자네 본진 ㅋㅋㅋㅋ
    ‘전세역전’이 쪼큼 웃기네요ㅋㅋㅋㅋ

  3. 소니, 스타일을 말하다

    2009년 10월 22일 04:55

    요즘 정형돈씨와 정가은씨가 나오는 롤러코스터 프로그램의 남녀탐구생활 코너가 한참 인기입니다. 스타일지기도 프로그램을 보며 100% 공감과 함께 정말 저럴까? 라는 극단의 감정에 몰입해서 보곤합니다. 똑같은 지구에 살고 있지만 금성인과 화성인처럼 남녀간은 다른 점이 무척이나 많은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언뜻 전자제품을 고를 때도 확연히 다른 남자와 여자의 행동 패턴이 생각 났답니다. 오늘 스타일지기가 야심차게 준비한 포스트~ 이름하여 남녀 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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