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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ibtimes.co.kr/bodo/view.php?id=bodoib7742)

“이제 수능이 며칠 남았지? 그래, 성적은 잘나오니? 어느 학교로 가려고 생각중이냐?”

고등학교 시절, 명절이 되어 친척들이 모이게 되면 어르신들로부터 으레 듣게 되는 말들이다. 사촌들 중에 항상 전교 1등을 달리고 명문대 입학이 사실상 확정적인 녀석이 있기라도 하면 다가오는 명절을 어떻게든 막아보고 싶은 게 그 당시 마음이 아니었을까?


명절은 1년에 몇 번 평소에 자주 보지 못하는 일가친척들을 볼 수 있는 자리이다. 예전처럼 일가가 한마을에 모여 살고 하는 일들은 전설이 된지 오래이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친척들로 인해 어색하기도 한 것이 사실 요 근래의 명절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자리를 더욱 어색하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어르신들의 ‘비교’와 ‘훈계’이다. 특히 명절이 되면 ‘엄친아’보다 더 무서운 고모의 아들, 이모의 아들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특히 학벌과 취직문제에 민감한 20대들로서는 피하고 싶은 자리 될 수밖에 없다.


재수를 해서 K대에 입학한 J군의 이야기이다. 이모의 자식들은 소위 명문대에 줄줄이 입학했다. 심지어 이모댁은 부유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고액과외 등은 일절 시키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반면 J군의 경우는 재수에다 학원과 과외를 열심히 다니고도 그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을 가게 됬다. 명절에 친척집을 다녀 올 때면 어머니, 아버지에게 그런 비교의 말들을 듣게 되는데 그 스트레스가 엄청나단다. 거기다 다른 어르신들이 이종 사촌들과 자신을 대하는 것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느낄 때면 더 섭섭함을 느낀다고 했다. D대에 다니고 있는 S양의 경우도 직접적으로 친척들로부터 비교를 당하거나 한 적은 없지만 자존심이 강한 편이다 보니 괜히 학교 이야기가 나오거나 하면 자격지심에 불편해지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비교를 당하는 쪽(?)만 불편한건 아니다. 외고 출신에 소위 명문대라 불리는 대학에 입학한 A군의 경우도 친척 어르신들의 그러한 비교가 불편하긴 마찬가지이다. “그런 비교를 하실 때면 심지어는 속물적이란 느낌까지 들어요. 물론 노골적이진 않지만, 은근히 비교를 하더라도 그런 일들이 개인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 건지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삭막한(?) 추석 풍경(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9/24/2009092401139.html)

학벌 문제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10대 후반 20대 초반까진 학벌 얘기로 이어지다가 그것이 끝이 보이는가 싶으면 어느새 또 다른 화제와 비교거리들이 자리한다. 졸업하면 뭐 할 거니? 인문계는 취업이 힘들다던데? 요즘은 대기업 취직을 해도 미래가 보장이 안 되고 석, 박사 하더라도 백수인 사람이 많다더라. 사업을 해도 경기가 안 좋으니 힘들 텐데. 결혼은 언제쯤 할 거니? 만나는 사람은 있니? 정말 이러한 질문들이 친척들 간의 친교를 위한 순수한 의도를 가진 질문일지라 하더라도 당하는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때문에 요새는 명절에 대해 회의적인 가진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친척들을 만나서 기분이 좋은 것도 아니고, 의무감으로 만나서 의무감으로 의식을 치루고, 음식하시는 분들도 몸과 마음 모두 피곤에 찌들고… 교통체증에 시달려가며 고향에 내려가도 돌아올 때 남는 건 스트레스뿐이다.” 친척 자식과의 비교, 지나친 어르신들의 간섭 때문에 명절 내려가기가 꺼려진다는 한 네티즌의 글에 달린 이 댓글은 명절이 가진 본래 의미를 무색케 만들 정도이다.

명절은 뿔뿔이 흩어져 보기 힘든 친척들과 만나 가문의 친목을 도모하고 조상님에 대한 제를 올리는데 그 의의가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과연 명절이 본연의 그 기능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게 된다. 친척들과의 학벌비교, 취직문제, 그로인한 위화감과 어색함으로 가득차 오히려 기피대상이 되어가고 있는 명절의 현실. 친척들 사이의 정이라는 것 마저 경쟁사회의 치열함 속에서 무뎌져 버리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