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트 E. 슬래븐이 쓴 ‘교육심리학’에 의하면 “숙제에 대한 연구에서 교사가 이를 점검하고 학생에게 피드백을 제공한다면 일반적으로 성취도를 증진시킨다”고 밝힌바 있다. 연세대 교육학습개발센터 강의에서도 ‘적극적인 피드백은 학생의 만족도를 높이고 성취도를 높일 수 있다’며 권장하고 있다. 상식적으로도 학생이 본인의 현 위치를 잘 알 수 있다면 개선하기가 수월하고 상승 전략을 짜기가 유리하다. 



그러나 피드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강의는 별로 없다. 학생들은 주어진 과제물을 제출하고 중간·기말고사를 치룬 뒤 알파벳 한 글자로 평가받을 뿐이다. 당연히 매 학기가 끝날 때마다 성적에 대한 항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성적공시가 끝나고 학생들이 교수실을 찾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도 그 이유다.

– 평가 기준은 확실한 건가? 선풍기에 레포트 날린다는 소문이 있던데…

A씨(신문방송학과, 05)는 지난 학기에 성적 공시 기간에 교수실을 방문했다. 예상보다 낮게 나온 점수 때문이었다. 재수강을 한 강의인데다가 그 어느 때보다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고 자부했으므로 성적은 높아야 정상이었다. 교수는 A씨에게 학생들의 성적이 적힌 서류를 보여주었다. A씨의 점수는 100점 만점에 96점이었다. 그러나 A씨가 받은 점수는 B0였다. 극미한 차이 때문에 떨어진 것이었다. 항의를 했지만, 조교는 이미 채점은 끝난 상황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A씨가 들은 강의의 경우 중간고사를 포함한 모든 과제와 시험이 서술형이었다. 시험지 한 장을 강의내용을 가득 채우고 나왔음에도 점수가 낮게 나오자 채점기준에 대한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교수님 맘대로’라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교수님이 선풍기에 레포트를 날려서 가장 멀리 떨어지는 순서대로 점수를 매기는 것은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했다.

이런 형태의 불만은 빈번하게 관찰된다. 공대나 자연계열의 경우, 객관식이나 정확한 답을 낼 수 있는 시험을 보는 경우가 많다. 평가기준이 확실하다. 그러나 인문계열이나 사회과학, 법학 등은 교수의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가 갈라진다. 결국, 적극적인 피드백이 없는 이상 평가기준에 대한 의문 제기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 도대체 내 과제물이 점수가 낮은 이유가 뭐야?

성적공시가 시작되기 전까지 어떤 피드백도 존재하지 않는 강의의 경우 학생들은 혼란에 빠지기 쉽다. 본인의 위치가 어디인지 알 수 없을 경우에는 강의에 어느 정도 더 시간을 투자해야 할 지 헷갈리게 된다. 본인의 주관적인 느낌에 기초해 시험을 잘 보지 못했다고 생각될 경우 그 수업 자체를 지레 포기하기도 한다. ‘더 공부해도 점수가 좋게 나올 리 없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 예상보다 자신의 점수가 높은 경우도 많다.

학생에게는 중간 중간마다 성적을 알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각각의 평가기준에 맞게 본인의 위치를 시시각각 확인하고 그에 맞는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항상 오픈된 성적과 활발한 피드백은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이끌어낼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은 채점 기준을 확인함으로써 점수에 대한 의심을 줄이고 문제의 핵심을 다시 한 번 새겨볼 수 있다.



알파벳으로 통보만 하면 다야??

일방적인 성적 통보도 문제다. A+,A0,B+,B0… 브라우저 상의 알파벳 한 자리만이 16주 강의를 들은 결과를 나타낸다.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혹은 어느 부분을 특히 잘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채 결과만을 보여준다. 이는 과정을 중요시하지 않고 결과만 높으면 된다라는 의식과 결부된다고 할 수 있다. 실무적으로도 학생들은 자신의 점수가 왜 이렇게 나왔는 지 중간에도 알 수 없었고, 나중에도 그 기준을 알 수 없으니 교수님을 찾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성적공시가 이루어진 마당에 회복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결국 교수는 교수대로 매번 찾아오는 학생들이 부담스럽고, 학생들은 학생대로 매번 자신의 점수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학생들의 공부 패턴에도 영향을 미친다. 같은 수업을 들은 학생일 경우에도 하나의 현상을 보고 다른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한 학생이 강의내용을 잘못 이해하여 틀린 관점을 갖게 된다 하더라도, 무엇이 틀렸다 지적해주지 않으니 문제의 핵심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그는 외부의 다른 통로를 통해 깨닫게 되지 않는 이상 개선하기가 어려워진다.

– 교수의 변 “학생들이 너무 많아… 강의 말고도 할 일이 산더미…”

교수의 입장에서도 할 말은 많다. 대형 강의들이 주를 이루는 현실에서 10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의 과제물을 다 체크하는 데에만 2주가 꼬박 들기 때문이다. 기말고사라도 본다 치면 기말고사 채점에 다른 스케줄은 모두 뒤로 미루거나 밤샘 채점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교수평가가 대학 경쟁력 평가에 주된 요소로 작용하게 되면서 매 번 논문을 게제하고 외부활동을 활발히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존재한다. 강의 현실 자체가 적극적인 피드백을 하기가 녹록치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몇몇 교수진 사이에서는 활발한 피드백의 효과를 경험하고 소형강의를 선호하며 학생과의 활발한 피드백을 하는 경우도 많다. 교수학습개발 센터에서 권하는 피드백 유형에도 피드백은 강의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적고 있다. “시험을 치르는 목적은 학생들의 실력을 평가하고자 하는 것뿐만 아니라 교수님의 수업효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도 대신 복습을 해야 할지, 좀 더 빠르게 진행해야 할지, 퀴즈를 더 내어 학생들을 조여야 할지, 오히려 느슨하게 해야 할지 등 수업목표 달성도를 빨리 파악하는 계기가 됩니다.” 매 학기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수준과 스타일이 전혀 다르므로 각각에 맞는 속도와 강의법은 다를 수 있다. 피드백은 강의 속도와 강의법 조정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대학평가 내역에는 글로벌, 취업률, 대외 인지도, 교수 논문 게재 등 다양한 항목이 포함되어 있지만, 대학의 주된 목적이라 할 수 있는 교육의 질 측정에는 무심한 편이다. 학생과 소통하고 강의 질이 좋은 학교일수록 대학평가가 높아야 하는 것이 맞음에도 불구하고 간과되고 있는 것이다.


강의 질을 높이고 학생의 수업 만족도와 성취도를 높일 수 있으려면 교수의 연구환경과 수업환경을 개선하고, 학생과 교수의 의견을 고루 수렴하여 반영해야 한다. ‘한국 학생들은 토론을 못 한다’, ‘대학 강의를 들어도 멍청하다’, ‘선진국 학생들보다 뒤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등의 비판을 하기 전에 대학 자체의 선진화가 필요하다. 100명이 함께 듣는 데다가 시험지조차 되돌려 받지 못하는 강의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