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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광을 위한 나라는 없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수많은 언어영역 지문을 접하고, 대학 강의를 위한 교재들을 읽지만 정작 자신의 내면을 채우기 위한 독서를 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운 것이 요즘의 세태이다. 오죽하면 책을 읽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TV프로까지 만들어졌었겠는가. 그 이후 각지에 도서관 등이 생기며, 독서를 위한 인프라 등은 이전 보다 나아졌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책을 읽는 20대가 소수인 것 만은 분명하다. 아래는 그러한 소수의 20대 독서광들의 하루에 대해 가상 상황들을 상상해보았다.



                               (http://photo.naver.com/view/2005121123240014004)

아침에 일어나 분주히 등교 준비를 한다. 얼마 전 서점에 가 즉흥적으로 구입했던 몇 권의 책들을 가방 속에 집어넣는다. 나 같은 경우는 주변인들의 추천도서도 물론 좋아하지만 책을 즉흥적으로 구입하는 것도 굉장히 즐기는 편이다. 일단 서점에 찾아가 책장에 가득 차 있는 책들을 보며 만족감을 느낀 후, 그 수많은 책들 중에서 나의 선택을 받을 책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다. 먼저 나의 시선을 끄는 것들은 표지의 디자인과 제목이다. 물론 그렇게 선택하고 내용에 실망한 책들도 더러 있지만, 어찌 보면 그것도 마음에 드는 책을 찾기 위한 하나의 놀이같은 것이니 시간낭비, 돈 낭비란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아무튼 그렇게 구입한 책들을 챙기고 나는 등교를 위해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멍하니 자리에 앉아있거나, 신문을 보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나는 가방 속에서 챙겨왔던 책을 꺼내 읽기 시작한다. 분주한 등교 시간에서도 이러한 여유를 찾는 것은 독서광들만의 특권이리라. 한창을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던 중, 시끄럽게 통화하는 사람들 덕분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진다. 글쎄.. 공공시설에서 독서를 하려면 이 정돈 감수해야지 하면서도 기본적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곱게 보이지는 않는다.

학교에 도착. 강의를 열심히 듣고 공강 시간이다. 대학 내 가로수 아래서 독서를 하는 낭만 또한 20대 독서광만의 특권임에 틀리 없다. 불어오는 바람을 기분 좋게 맞으며 독서의 세계로 빠져들려는 찰나 ~ . “야! 땡땡아 너 여기서 머하냐? 너 책읽는거야 지금?”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친구가 다가온다. “책은 무슨 책이냐, 시험기간도 아닌데. 야 괜히 폼잡지 말고 게임방이나 가자! 아니면 당구나 한 게임할까?” 억지로 끌려간 게임방에서 공강 시간을 때우고 나는 아직 내가 구입한 책에 열 쪽도 채 읽지 못했다. 역시, 학교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 무리였나?

                                     (http://cafe.naver.com/database2.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771)

수업이 모두 끝나고, 그래 드디어 이제는 정말 책을 읽을 수 있겠군! 학교 근처에 있는 카페를 찾는다.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책을 꺼내든다. 벅찬 감정을 억누르며 책을 읽기 시작한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새로운 세계와 접하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그가 설명해주는 새로운 지식에 감사하고, 그가 떠올려놓은 새로운 사고방식에 감탄하다보면 시간이가는 줄 모른다. 왜 다른 사람들은 이런 독서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감탄사를 거듭하며 독서의 흠뻑 빠져있는 것도 잠시, 옆 자리 테이블은 왜 이렇게 시끄러운거야?! 아무리 카페가 사람들 간의 친교를 위한 장소라곤 하지만… 여기가 자기네들 안방도 아니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대고 자지러지며 웃고 있는걸 보고 있자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카페에서마저도 나의 독서할 권리는 지켜지지 못 하는건가?

휴대폰 전화벨이 울린다. 친구의 전화다. “땡땡아, 술 한잔 하자.” 그래, 어차피 책도 못 읽겠는걸 하는 생각에 친구가 있다는 술집으로 향한다. 친구들이 한창 연예인에 대한 얘기중이다. “야, 걔 요즘 드라마 나오는거 봤냐? 진짜 완전 귀엽더라.” “어제 무릎팍 도사 봤지?걔 너무 멋있더라.” 책을 몇 쪽 더 읽으면 더 읽었지 TV프로에는 별 관심 없는 나로서는 도무지 무슨 얘기들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렇게 수 십분 간을 꿀먹은 벙어리처럼 주는 술만 받아마시며 앉아있는다. 안쓰러워 보였는지 몇몇 아이들이 말을 건넨다. “땡땡아, 너는 요즘 뭐하고 지내냐?” 기회다 싶어 내가 읽었던 책들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친구들은 처음엔 예의상 귀를 기울이며 꽤나 관심있는 척들 하지만 이내 다른 화제들을 꺼내 놓는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또 이야기의 중심에서 소외되어간다. 그 순간 나는 내일부터라도 유명한 TV프로나 좀 챙겨볼까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것도 아니면 혹시 독서광을 위한 나라는 어디 없을까?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1 Comment
  1. 박성욱

    2009년 11월 7일 18:20

    책보는 사람 많은데…
    우리나라…
    세계 7위인데….
    6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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