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곧’ 나는 사라진다. 사라진다는 것은 죽음으로써의 사라짐이 아니다. 죽음으로써의 사라짐은 나의 주변사람들이 슬퍼하겠지만, 내가 느낄 사라짐은 그런 것이 아니다. 얼마 후, 나의 존재, 내가 했던 일,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기억, 추억… 그런 모든 것들이 이 사회 속에서. 이 세상 속에서 사라진다. 나를 알던 사람들은 더 이상 나의 존재를 기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곧 ‘애초에 없던 존재’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의 사라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할 것이고, 점차 자신의 생활 속에서 아무일이 없다는 듯이 생활할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당신의 존재가 이와 같은 무(無)의 존재가 된다고 한다면 당신은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당신은 자포자기 할 것인가? 아니면 당신은 당신의 존재를 기억하지 못할 친구, 부모에게 작별 인사를 할 것인가? 아니면, 누구 말처럼 ‘사과 나무’를 심을 것인가?

우리들 사이에서는 그냥 상상으로 끝날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TV,컴퓨터를 통해 보는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상상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 애니메이션 이름은 ‘작안의 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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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주인공은 평범한 고등학생 사카이 유지. 고등학교 입학후 평범한 생활이 계속 될 줄 알았던 그의 일상은 참으로 나쁘지 않은 순간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던 이케 하야토, 자신의 옆자리에 앉았고 이케 하야토를 남몰래 좋아하고 있던 유카리…. 친구들과 함께하는 모든 그의 일상은 원만하게 흘러가는 듯 했다.

사카이 유지(http://kaonic.tistory.com/353)

그런 그에게 듣도 보지 못한 괴물이 앞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것도 대도시 안에서.. 그것도 유카리와 “안녕’하고 헤어지는 마당에…

모든 것이 멈춰버린 그 공간안에서 이상하게 생긴 괴물들은 주위에 있던 사람들을 마구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자신의 친구인 유카리도 마찬가지로.. 사카이 유지는 이 상황이 꿈이기를 바라지만….. 건물 만한 크기의 그 덩치가 큰 괴물은 그렇게 꾸물되고 있던 그를 잡아 먹으려고 한다.

그때 나타난 의문의 소녀…… 그녀는 칼로 그 괴물을 순식간에 베어버린다.

결국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사카이 유지는 이 상황이 어떻게 된 일인지 영문을 모르게 되고, 그 의문의 소녀를 졸졸 쫓아 다니면서 물어보게 된다. 그 소녀는 사카이 유지를 귀찮게 하지만, 이내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 세상의 본래 모습을..’

이 세상은 니가 보는 모든 것이 아니야. 이 세상은 현세와 홍세(紅世)로 나누어져 있어. 홍세의 무리는 인간과는 다른 존재. 그들은 현세에 들어와서 인간의 ‘존재의 힘’을 먹고 살아가지. 하지만 이들이 무분별하게 그것들을 다 먹어 치우면 이 세상은 혼란이 오게 돼지. 그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 ‘홍세의 무리’들은 인간들을 먹을 때, 조금의 ‘존재의 힘’을 남겨 놓지. 그것이 ‘토치’

지금 이 도시에는 ‘토치’들이 많아… 이 ‘토치’들은 ‘존재의 힘’이 얼마 안 남은 존재.. 이 들은 곧 자신의 ‘존재의 힘’을 다 소모하여 곧 사라질 존재들이야. 사라지면 타인에게 그 존재는 기억되지 않아. ‘무(無)’의 존재가 되는 것이지. 그리고 너도 그 ‘토치’중에 하나야. 곧 이 세상에 사라지겠지…

토치, 홍세의 무리, 존재의 힘……. 여러가지 단어가 나왔지만… 결국 사카이 유지, 그 존재는 이 세상에서 곧 사라진다는 것이 그녀의 논리…

사카이 유지는 처음에는 이러한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다음날 이미 괴물에게 ‘존재의 힘’ 일부를 빼앗긴 유카리를 만나게 되고, 저녁에 그녀가 자신의 눈앞에서 흔적도 없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모든 것을 체념하게 된다. 결국 이 세상의 법칙에 따라야 된다는 것을…..

보통 사람들이라면 이 상황에서 낙담하는 경우가 많고, 인생에 대해 희망을 잃을 것이 뻔하다. 하지만 사카이 유지는 그런 사람들하고 달랐다.

‘이 세상에는 더 이상 나의 존재가 남지 않아.. 나를 기억하지는 못할 거야.. 하지만 내 주위의 사람들이 나의 존재를 기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가치가 있지 않을까? 비록 기억 못하겠지만, 나의 체취가 남아있고, 그들이 그 것때문에 편안할 수 있다면.. 나의 존재는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그는 행동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주변 사람들의 가치. 필요성에 관해서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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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다보면 세상 여러 복잡한 일 가운데 나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들 때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나의 존재는 무엇일까?’, ‘왜 이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세계속에서) 이제 곧 사라질 사카지 유지의 생각을 보면, 그 해결을 어느정도 찾아 갈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존재가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끼칠 영향력. 그리고 그들에게 주어야 될 역할. 이런 것에 관해 조금만 깊게 생각해 본다면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작안의 샤나’라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런 간단한 생각을 까먹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세상속에서 우리는 서로 영향력을 주고 받고, 도움을 주고 받는 존재이다. ‘경쟁’이라는 논리가 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 세상은 모두의 이해와 도움을 바탕으로 하는 ‘협력’이 숨어있다. 서로에 대한 ‘이해’, ‘배려’, ‘협력’이 있고, 이것을 항상 인식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우리 주변은 물론이고 이 세상을 더욱 밝게 바꿀 수 있다.

무(無)는 절대로 무(無)가 아니다. 그것은 결국 타인에 대한 ‘이해’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