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높은 산을 넘고 또 넘어 강을 수 십 개를 건너 먼 길을 걷고 또 걸으면 어느샌가 하얀 눈이 뒤덮인 마을이 나온다. 그 곳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각자 자신만의 기술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들은 몇 백년간 이 땅에 정착해 살아왔다. 그들이 왜 이 땅에 오게 되었는지, 혹은 왜 지식을 갖춘 기술자들임에도 불구하고 문명과의 단절을 택했는지는 알 수 없다. 알려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들은 작은 단위의 마을을 구성하며 살아간다. 이 마을은 그들이 가진 기술로 나뉘어져 있다. 소설가 마을과 농업과 목축기술자 마을(농축산 마을). 그리고 기계 기술자 마을(기계마을)과 사회철학자 마을(사철마을)이다. 그들은 최소한의 민주적인 요소를 갖추고 살아간다. 자신의 권리는 모두 존중되며 의무를 성실하게 지킨다. 그들은 마을마다 대표 격인 이장과 4개의 마을을 아우르는 기구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3년에 한 번 씩 선거를 하는데, 각 마을마다 이장을 뽑고, 또 한 번은 전체적으로 모여서 4개 마을 공동 대표단을 선출한다. 이장과 공동 대표단은 1달에 한 번 만나 총회를 갖고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한다. 올해 선출된 공동 대표단은 이전 대표단과 달리 소설가 마을에서 선출되었다. 그는 소설가로서 명망이 높을 뿐 아니라 강직하고 곧은 이미지로 각 마을 처녀들이 탐내는 멋진 신랑감이었다.








어느 날이었다. 소설가 집단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밤이 되어야만 글이 잘 써진다는 나작가 군이 옆 마을 기계공 고장인 씨의 야간 작업 소리에 집중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평소에도 마을 경계에 위치한 두 집은 소음 뿐 아니라 서로의 직업적인 상충성 때문에 언성을 높인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기계마을 주민들은 그깟 소리 조금 나는 걸 가지고 무슨 성화냐며 화를 내고 소설마을 주민들은 문학적 작업시에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고 소리쳤다. 점점 마을 간의 다툼이 커지는 순간, 공동대표단 소속 단장이 달려왔다. 그는 긴급총회를 열고 이 문제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그들의 입장은 단호했다. 창작의 고통은 매우 큰 것이므로 기계마을의 작업 시간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동대표단이 소설가 마을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암묵적으로 이 문제에 작용했다. 기계마을 이장은 새로운 기계를 들여놓는데에 올해 많은 예산을 잡아놓은 상태였으므로 또 다른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기계마을 주민들은 ‘작업시간을 저녁에는 통제한다면 우리는 주문받은 일들을 시간 내에 해결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허사였다. 결국 “기계마을 야간 작업 제한 시간 조항”이 발표되었다. 기계마을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다음 공동대표단은 기계마을에서 나와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해졌다.





Why 총학생회는 따로 선출되는 것일까?


저 마을 공동대표단과 총학생회의 차이는 무엇일까? 3년과 1년에 한 번 선출된다는 것 뿐이다. 학생회 선거구조는 사실 대통령제와 비슷한 면이 많다. 각 단과대 별로 선거를 통해 학생회를 꾸리고, 그 외에 총학생회 선거는 개별적으로 또 다시 이루어진다. 학생은 자기가 속한 단과대에도 투표하고 총학생회 선거에도 투표해야 한다. 마치 우리가 우리 소속 선거단의 국회의원을 뽑고, 대통령 선거 때에는 대통령을 뽑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학생회도 국회의원들처럼 총회를 통해 모든 이가 모여서 중대 사안들을 결정하고 조정한다. 단 대통령이 국회에 참석하지는 않는 것과는 달리 총학생회장은 총회에 참석하여 사실상 국회의 국회의장 역할을 담당한다. 국회의장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는 것을 생각하면 대체로 비슷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언제부터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9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당시 학생회도 똑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80년대에도 마찬가지이다. 학생회가 꾸려지던 시기부터 이런 제도를 유지했다고 하니 그 역사와 전통이 얼마나 오래된 제도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학생회는 도대체 왜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 이유는 우리나라가 대통령제를 채택한 이유를 살펴보면 유추할 수 있다. 대통령제의 최대 강점은 무엇일까? 국회와 대통령의 균형과 견제, 감시를 통해 권력을 독점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 내에도 이 강점은 유효한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한 단과대에서 나온 총학생회는 아무래도 편파적일 수밖에 없고, 자신이 속한 단과대의 입장에 더 밝을 수밖에 없다. 자신이 속한 환경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내각제 개편은 어떠신가요??


구성원 수가 국가에 비하면 훨씬 적은 대학의 경우에는 내각제가 훨씬 유용하다고 생각된다. 각 단과대에서 대표를 뽑고 그 대표들이 모여 서로 투표를 해 다시 대표를 뽑는 것. 그를 통해 서로가 합의된 분위기 하에 대학 내 이슈를 이끌어 갈 수 있지 않을까?? 현재 대학 내에 이루어지고 있는 투표 방식은 어느 정도 비효율성을 함유하고 있는 것 같다. 단과대와 총학생회의 분리는 학교운영을 힘들게 만든다. 총회에서 회의를 하는 모습을 보면 그 갈등을 손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각 학과의 이익을 도모하고 함께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내각제와 비슷한 구조의 개편을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단순하게 생각해서 학생들은 각자를 대표할 수 있는 단과대의 학생회를 구성한다. 그리고 그 학생회단은 총회에 가서 서로의 입장을 공유하고 그 입장을 대변해줄 수 있는 총학생회단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 때, 총학생회장과 부학생회장을 각각 뽑고, 총학생회를 운영하는 핵심 운영팀도 함께 구성해야 한다. 다양한 환경과 다양한 구성조건에서 나온 후보들은 서로의 입장을 공유하고 조율해 나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집단의 이익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고정관념을 깨자!!


지금 유지하고 있는 구조가 가장 효율적인 구조일까? 사회와 정치에서의 혁신을 외치고 회사 구조는 고리타분하지 않느냐 불평하는 우리들에게 나는 묻고 싶다. 우리가 속한 대학 사회는 과연 고리타분하지는 않은지? 혁신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건 대학사회는 아닐지? 학생회 선거가 공약만 혁신을 거듭한다고 해서 학생들의 근본적인 불신을 해소하기는 어렵다. 구조를 비롯한 의결과정 등 여러 부문에서 혁신을 거듭하고 새로운 이미지 변신을 위해 노력해야만 근본적인 불신과 무관심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