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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후진적’인 대학생들의 투표 습관

거가 있고 나면 언제나 한반도의 왼편은 녹색으로, 오른편은 파란색으로 채워진다. 어차피 그 공약이 그 공약, 후보의 정책 따위 고려하지 않는다. 한 번 뽑아주고 무슨 잘못을 저질렀던 간에 다시 또 뽑아 준다. 젊은이, 대학생들이 개탄하는 한국인들의 ‘후진적’인 선거 공식이다. 07년 대선 당시 정동영 후보자가 ‘60, 70대는 이제 그만 투표하셔도 된다.’고 말한 것에도 공감을 보낼 정도다. 하지만 대학생들에게 그렇게 공감하고 기성세대를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각 대학마다 총학생회 선거를 치르는 꼴을 보니 그럴 자격, 없는 듯하다.

1분도 안 걸리는 투표, 대체 왜 하지 않을까?

지난 20일 끝난 서울대학교의 53대 총학생회 선거의 최종투표율은 고작 37.68%, 언제나 그랬듯이 결국 또다시 연장투표가 결정되었다. 최근 주요 대학들의 총학생회 선거를 보면 ‘연장 투표는 기본, 비상대책위는 선택’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학생증을 통해 유권자임을 확인하고, 기표소에서 투표를 완료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고작 1분이 지나지 않는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엇갈려 마주친 친구와 대화를 해도 1분보다는 더하겠다. 그렇다고 투표 장소가 대학생들의 동선에서 얼마나 어긋나 있냐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건물에 투표소가 설치되어, 교내에 수십개의 투표소가 존재한다. 하지만 투표율은 (대부분 대학에서 투표가 유효하려면 필요한 기준선인) 50%를 넘기기가 왜 이리 힘든지.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나선 선본원들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투표 참여를 구걸해야 하는 판국이다.

‘찍을 후보가 없다, 누가 되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투표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의견 표출이다.’ 투표를 하지 않는 많은 변명과 이유는 존재한다. 어쩜 그렇게 대학 선거 유권자들의 이야기들이 현실 정치의 축소판 같은지 말이다.


▲ 왜 언제나 기표소 주변은 한산해야 하는 걸까요?

의무감에 투표는 하지만, 선택의 기준부터가 엉망

그나마 투표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집어넣는 대학생들이라고 해서 또 얼마나 바람직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자신의 투표 행위에 대해 정확한 소신을 밝힐 수 있는 투표자들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선본의 정책이나 정책을 실천할 수 있을지의 여부, 즉 능력에 대해서 유권자인 대학생들은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글쎄다. 수업이 끝난 강의실에 뒹구는 각 선본들의 ‘깨끗한’ 리플렛들을 보면 현실을 느낄 수 있다. 1년 동안 학생들의 ‘대표’가 될 총학생회의 선거가 학생들에게는 큰 관심이 아닌 듯하다. 후보자의 정책과 능력에 대해 크게 고민하기 보다는 주변 분위기가 어떤지, 들리는 이야기들 몇몇을 토대로 대충 찍을 선본을 결정한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마치 ‘한나라당은 수구꼴통, 다른 애들은 빨갱이’라 하는 것 마냥 이상한 편견들을 가진 학생들도 매우 많다. 학교별로 차이는 있는데, ‘운동권은 무조건 뽑으면 안 된다’라는 생각을 가진 학생이나 ‘비권은 알고 보면 뒤에서 스폰 받고 뭔가 뒤가 더럽다더라’라는 생각을 가진 학생들도 부지기수다. ‘특정 선본만은 안 된다더라’는 카더라 통신에 휘둘려 별 고민 없이 ‘그 선본을 탈락시키기 위해’ 투표하기도 한다.

상대생 후보에게는 상대생들의 표가 몰리고, 공대생 후보에게는 공대생들의 표가 몰린다. 심지어 후보들의 얼굴을 보고 투표를 하는 경우마저 있다. 오죽하면 미모가 하늘을 찌르는 여성 부후보를 섭외하는 선본이 매우 유리해진다는 이야기까지 있을까.


▲ 제발 그냥 지나치지 말고, 꼼꼼하게 똑똑하게 따져 읽어주세요!

대학생씩이나 됐으면, 기본은 좀 지키자

모든 대학생이 저렇게 아무렇게나 투표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너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들을 보면 정말 나부터가 부끄러워진다. 흔히들 하는 말로, 대학교 학생회 선거가 중고등학교 전교회장 선거나 반장 선거도 아닌데 말이다.

현대 민주주의의 주요한 제도적 장치 중 하나인 대의제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유권자들 한 명 한 명의 현명한 선택이 기본이다. 그나마 작은 단위인 대학 내에서도 제대로 못하는데, 하물며 나라 전체의 대의제를 잘 돌아가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시민이라고 우리 스스로가 말할 수 있을까? 대학생씩이나 됐으면, 기본은 좀 지키자. 우리들 하나하나가 기본을 지켜 잘 투표할 때마다 학생 사회도, 우리 사회도 좀 더 제대로 민주화되고 제대로 운영될 것이다.


간만에 다음 메인 화면에서 발견된 고함20의 글! 많은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페르마타
페르마타

청년/저널리즘/문화 연구자. 페르마타 = 그 음의 길이를 2~3배 길게. 마쳐라.

11 Comments
  1. gg

    2009년 11월 24일 06:21

    학생들 문제긴 문제임…

  2. 돌이아빠

    2009년 11월 24일 06:54

    관심을 가져야 할텐데 그 관심조차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민주주의 국가 국민으로서의 최고의 권리인데 에효…

  3. 주권재민

    2009년 11월 24일 07:25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선택하는 것이 주권재민의 기본원리

  4.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2009년 11월 24일 08:11

    바야흐로 대학교 총학생회 선거기간입니다. 제가 오랫동안 휴학서를 내놓은 대학은 이미 총학생회 선거가 끝났고, 아마 지금 다른 학교에서도 총학생회 선거가 진행 중이거나 이미 총학생회를 구성했을 겁니다. 올해들어 한번도 학교에 가지않은터라(방학 때 아무도 없을 때 휴학서내러 간 거 빼곤요) 이번에 총학선거가 있었는지, 또 어떤 후보가 나왔는지 잘 몰랐던 저는 방금 제가 속한 대학의 커뮤니티에서 이 모든 사실을 확인하고 실소를 자아내고 말았습니다. 이번에..

  5. 너돌양

    2009년 11월 24일 08:12

    저희 학교만 그런게 아니였군요 총체적 난국 트랙백걸어놓고갑니다

  6. 비구름위하늘

    2009년 11월 24일 08:46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이상한 특징이
    소위 민주주의 의식이 깨어있는 젊은층과, 사회적 약자인 하층계급의 투표율이 더 낮다는 겁니다.
    글슨님께서도 언급하셨듯이,
    뽑을 사람이 없다는 구조적문제와 누가되든 차이가 있겠냐는 자조적인 절망..
    그리고 그 무엇보다 무관심이 큰 문제인거 같습니다.

    자신의 투표한장의 힘은 미약하게 느끼겠지만, 그것이 모여야만 변화와 발전이 이뤄집니다.

  7. 지나가다

    2009년 11월 24일 09:19

    대학생들의 문제는 우리가 투표해봤자 바뀌는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는 점.
    즉 패배의식에 찌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사회의 문제점이 투표하나로 금방 바뀌어지겠습니까?
    뭐든지 점진적으로 하나하나 바뀌어가고 그러기위해서 한사람 한사람의 권리행사가 중요한거죠..
    왜 소중한 자기의 권리를 포기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없어 후보자의 연설을 못듣더라도
    유인물도 있고 대자보도 있고 여러후보의 장단점을 캐치하여
    자기가 원하는 사람에게 투표하면 되는데..
    그게 몇분걸린다고 투표안하는지..

    정말 암울합니다.

    • 너돌양

      2009년 11월 24일 13:31

      그러게 말입니다. ㅡㅡ;;

  8. 지나가다가

    2009년 11월 24일 18:35

    투표해서 뭐가 바뀌나라고 냉소하고 체념 방관하는 것도 위험한 시민의식이지만,
    투표해서 뽑힌 사람이 금방 세상을 바꾸겠지라고 믿는 것도 위험한 생각이죠.
    특히 후자의 마음으로 투표한 사람들은 오히려 더 악랄한 반동수구나 독재자를
    출현하게 만드는 토양으로 작용합니다.
    노무현을 죽음으로 내몬 사람들은 위의 전자와 후자가 모두 포함되겠지만…

    저 냉소적인 서울대생들은 이미 특권화된 집단의 후예들이거나 이미 자신들은
    기득권행 티켓을 거머줜 예비기득집단이라는 자부심으로 의식화한 사람들로 봐도 무방할듯합니다.
    저들이 말하는 말뽄새와 행동은 마치 세상이치를 다 알고 영악하게 주판굴리며
    자식들이 사랑에 콩깍지에 씌여 배우자를 선택하는 건 너희들이 세상을 몰라서 그러니
    결혼을 반대한고 말하고 조건을 따져서 자식들을 결혼시키려는
    중년아줌마들의 모습을 닮았네요.
    최고의 지성이 모였다는 대학의 학생들이 젊은이의 패기도 도전의식도 없이
    현실순응과 패배의식 또는 무력감을 보여서 씁씁하네요.

  9. haRu™

    2009년 11월 24일 23:23

    현대사회에서 가장 이기적인 행위가 되어야 할 행동이 바로 “선거”입니다. 이는 자신의 주위나 소속 집단과 상관없이 자신을 바로 보고 자신, 혹은 자신과 비슷한 계층에게 가장 이익이 가는 후보를 선택해야 합니다.
    선거를 안하는 것이 의견 표출이라는 것은 일정이상의 투표율이 될 때 하는 선택입니다.
    선거를 안하는 계층이 더 많은 상황에서 더 이상 이 행위는 의견표출로서 효과가 없습니다.
    간단히 수학적으로 생각하면 총 100명의 유권자들 투표율이 70%일때 선거를 거부하는 의견표시(안하는 것이 아닌 거부의사를 밝힐때 비로서 의견표출입니다.)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방빙의 선거전일 때 이러한 사표들에대한 투자가 당선에 가장 당선될 가능성을 높이는 것 이죠.(왜 투표를 거부하는지에 대해 후보자들이 귀를 기울일것)
    반대로 투표율이 40%일때 입니다. 간단하죠. 과거 70%때 투표를 하면 선거의 자신의 의견이 1/70이지만, 40%일때는 1/40이나 자신의 의견에 선거결과가 됩니다.

    자 투표하세요. 투표를 하면, 세상이 변함니다.(느리지만) 그러나 당신이 투표를 안하면 세상은 정말 안변함니다.

  10. 도도

    2009년 11월 25일 00:26

    휴대전화 투표를 도입한 결과 60% -> 80%가 되어서
    총학에서는 좋아했지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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