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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영화로의 초대, 저 달이 차기 전에

 
 결코 재미있지 않은, 불편한 영화

 


 당신은 왜 영화를 보는가?  카메라워킹이나 작법, 스토리의 탄탄함을 보고 배우기 위해, 단순한 취미생활로, 영화 보는 행위 자체가 자신에게 매우 특별한 일이기 때문에, 시간 때우는 용도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재미있으니까’ 영화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일부러’ 불편함을 느끼려고 영화를 보지는 않는다. 바로 지난 주 오늘, 국회에서 시사회를 가졌던 「저 달이 차기 전에」는 우리에게 그런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재미를 대신해 묘한 불편함을 선사하는 영화였다.



 국회 시사회? 분명 친근하지 않았다. 게다가 정부에게도 ‘방관자로서의 책임’이 있는 쌍용차 투쟁을 다룬 영화를 국회에서 상영하다니? 난 그 기발함에 혀를 내두를 따름이었다.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영화’라는 선입견이 커서인지 국회 소극장을 그렇게 많은 이들이 채우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뒷쪽에 사람들이 몰려 우왕좌왕할 만큼 뜨거운 열기 속에 시사회는 치러졌다.



 굳이 시놉시스를 말할 것도 없이, 이 영화는 2009년 여름 일어났던 쌍용차 노동조합 파업농성을 있는 그대로 다루고 있다. 2주 간 홍민철 기자는 노동자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작은 카메라에, 우리가 미처 볼 수 없었던 현실을 그대로 담아냈다. 77일간 이어진 파업 중 공장을 완전히 봉쇄하기 시작한 그 시점부터 2주 동안의 이야기들이 녹아 있다. 그들이 공장 내에서 어떻게 먹고 자고 생활하는지 알 수 있다. 주인공이 연예인이라면 미처 보지 못한 새로운 모습들을 볼 수 있어 재미있었겠지만, 당장의 생존권을 위해 몸바쳐 싸우는 그들의 삶을 보노라니 마음이 아려왔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얼굴을 힐끗 볼 수 있게 돼 있는 열악한 간이 화장실을 쓰고, 김가루와 소금으로 간을 한 주먹밥으로 세 끼를 때우며, 완전무장한 전경들과 대조되는 평범하고 방어력이 부족한 옷을 입는다. 새벽 경계태세 근무를 나가야 해서 자는 시간은 하루에 2-3시간에 불과하고, 그나마 그 단잠마저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회유 방송이 빼앗아 간다. 공장에서도 보이는 바로 저어기의 아파트에 살고 있으면서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고,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는 일상의 작은 행복까지 누릴 수 없는 노동자들. 그뿐이랴, 잘 단련된 전경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헬리콥터에서는 스티로폼도 녹이는(영화 장면에도 나온다) 최루액을 들이붓고 새총까지 쏘아댄다. 급히 만든 합판은 빠르게 날아오는 부품들의 위력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옥상에서 떨어져 팔이 부러지기도 하고 새총에 맞아 심각한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러니까 왜 시위를 하냐’며 어이없다는 듯 반문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글쎄, 밥줄이 되어주는 일자리를 하루아침에 잃은 사람들에게 달리 방도가 있었을까. 그들은 잘 돌아가는 회사를 지탱해주는 개별의 부품이 아니라 인간이었다. 그렇다고 어떤 노조처럼 귀족 행세를 한 것도 아니다. 노조는 주야간 5시간씩 3조2교대 형태로 운영하고,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고 투쟁 중 있었던 사측과의 협상에서도 오히려 몇 발씩 물러서 ‘화해와 협의’를 도모하려 애썼다. 협상은 한쪽의 의견을 어느 한쪽이 완전히 희생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양보와 타협 아래 이루어진다. 아주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키지 않고 마치 나랏님처럼 온 귀를 틀어막고 자기 할 말만 하는 사측을 보고 있자니 화가 났다.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온 이들은 그들에게 그저 잘라내고만 싶은 ‘귀찮은 꼬리’였던 걸까.



 시위라고는 촛불집회밖에 나가보지 않은 나로서는, 말 그대로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시위 현장을 똑똑히 목격한 것도 충격이었다. 전투복을 입고 방패를 흉기 삼아 휘두르는 그네들의 모습은 ‘상부에서 시켜서 어쩔 수 없이 노동자들과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 발에 채여 이미 나뒹굴고 있는 노동자들을 밟고 또 밟고 그것도 모자라 방패로 수차례 찍기까지‥


 영화의 결말은 예상했던대로 말끔하지 못했다. 77일간의 투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노동자들을 따스하게 모두 안아주었던 노조위원장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쉽고 재미있고 쿨한 것을 선호하는 요즘, 뭉게뭉게 피어나는 생각거리들로 인해 머리를 띵-하게 만들어주는 「저 달이 차기 전에」는 대중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입에 쓰더라도 나중에는 약효를 발휘하는 약 같은 영화다. 모든 경영자뿐만 아니라 일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수많은 이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우리는 모두 근로하게 될 운명에 처한 자들이니까.
 



 별안간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다,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 박힌다.


▲ 영화 「저 달이 차기 전에」 예고편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3 Comments
  1. qwe23

    2009년 11월 26일 02:59

    망하기 일보직전인 쌍차를 이용하여 자신의 영욕을 채울생각말고 진정 쌍용노동자를 위한다면,차한대라도 쌍차를 사주어 해고된 쌍용차 노동자를 복직시키는데 일조하라

    • 저런 난독증 환자를 봤나?

      2009년 12월 4일 02:45

      그럼 너부터 쌍용차 한 대 사 주는 게 어때? 말로만 까지 말고? 도대체 요 글이 목적하는 바가 뭔지는 알고 지껄이는건감???

  2. 컬쳐몬닷컴

    2009년 12월 3일 05:03

    ⓒ 따미픽쳐스 저 달이 차기 전에 감독 서세진 제작 따미픽쳐스 2009. 한국. 다큐멘터리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 고통받고 있는데,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보장받고도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현 정부의 ‘노동’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 마디라고 할 수 있다. 노동자들을 더욱 위태롭게 만드는 이 한마디에 생기는 절망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일자리가 있는, 그것도 (여러모로)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는 노동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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