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에 대한 압박감’이라는 어찌 보면 추상적인 기사 주제를 머리 속에 잡고, 이걸 어떻게 풀어가야할지라고 한참을 고민하고 고민하다 마감이 늦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와중에 기사 방향이 바뀐 것만 몇 번이던가. 그러던 와중, 이 주제에 너무나도 들어맞는 것만 같은 노래 가사들을 들어버렸다. 그래서 노래 가사를 통해 차별화를 바라보았고, 그 속에 숨은 차별화의 함의들을 파헤쳐 보았다. 그 결과로 차별화에 대한 욕망과 압박감은 결국 경쟁에 대한 압박감 혹은 그 압박감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욕구로 귀결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누구보다 빠르게 난 남들과는 다르게’ – Run&Run (Feat. Outsider) by MC Sniper


사실 이 가사의 의미는 그다지 다른 것이 없고, Outsider가 자신의 래핑이 다른 MC들에 비해 매우 빠르다는 ‘나 좀 짱임’ 가사일 뿐인데 – 아, 사실 랩에 대해 아는 게 잘 없어서 이 노래도 잘 아는 게 아니어서 다른 뜻이 있는지는 잘 모름 – 랩에 소질이 있는 친구가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이 가사를 보는 순간 내 손발뿐만 아니라 심장까지 오그라들어버릴 것 같았다.

어쩌면 저 짧은 랩 가사가 뭔지 모를 우리들의 압박감, 그것도 필자가 맡아 쓰기로 한 꼭지인 ‘차별화에 대한 압박감’을 잘도 드러내는지 말이다. 자기PR시대란 말도 어렸을 때부터 TV와 선생님들을 통해서 지겨울 만큼 들었고, 앞으로는 특별하거나 전문적이지 않으면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도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세대는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에 대한 열망이 강한 것 같다. 그러한 커리어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압박감도 강하다.


자기 PR 시대를 검색했더니…. 이러니 차별화의 압박감을 안 느낄 수가 없죠. (출처 : 네이트 검색)

하지만 ‘차별화’라는 말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설명해주듯, (차별화는 둘 이상의 대상을 수준 차이를 두어 구별하게 함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차별화에 대한 압박이란 사실 ‘남과는 다르게’가 아닌 ‘남보다 우월하게’에 그 초점이 맞춰지는 현상이다. 결국에 ‘Run&Run’의 가사가 보여주는 것처럼 ‘남들과는 다르게’ 된다는 것은 결국 ‘누구보다 빠르게, 더 잘 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는.

실제로 가장 차별화에 대한 압박이 심한 사람들 중 하나인 ‘PD를 꿈꾸는 사람들’을 보면 없는 ‘똘끼’를 만들어내려고 하거나 남들이 안 해보았을 만한 경험을 이것저것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결국 ‘남보다 더 똘끼 있게, 남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려는 몸부림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경쟁이 모든 이의 몸에 체화된 시대의 차별화는 결국 남을 이기기 위한 무언의 발악인 것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게임 이론에서의 우월 전략이나, 가격차별(Price differentiation) 전략도 상징적으로 차별화에 의한 무한경쟁을 보여준다.


‘달라 달라 달라 난 달라’ – 달라송(CM송) by Horan, 박기영


한편으로 ‘차별화’하니 생각나는 노래가 하나 더 있는데, 한 자동차 광고의 CM송으로 사용되어 화제를 모았던 ‘달라송’이다. ‘달라 달라 난 달라’하며 난 남과 다르다고 외치는 후크가 매력적인 이 노래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차별화에 대한 압박감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일단 논의에서 ‘달라송’이 결국에 자동차를 팔기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은 차치하자.)

‘난 항상 내 멋대로 꿈꾸고 또 내가 걷는 것이 길이고 배짱 하나로 세상을 열고 이런 날 모두가 주목하고’, ‘내가 살고 싶은 대로 나는 그냥 살거야’와 같은 노래의 가사들은 결국 ‘남들과 똑같이 사는 게 싫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노래의 화자는 남들과 똑같을 것을 강요하는 세상을 부정하고 ‘사람들 시선 신경을 쓰고’ 마음대로 살아서 ‘이런 날 모두가 주목’하게 할 거라는 포부를 노래한다.



‘달라송’은 ‘달라 달라 난 달라’라는 가사로 매우 유행을 했었죠!



‘달라송’의 가사와 같은 삶, 얼마나 멋지고 부러운가. 물론 비현실적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요즈음 20대들은 오히려 그런 삶을 꿈꾸는 이들이 많아졌다. 남들처럼 대기업 취직 못해서 골머리 썩다가, 몇 년마다 회사 옮겨 다니고, 매일 과중한 업무량에 야근에 상사와의 관계까지 스트레스를 받고, 그러다 명예퇴직 명목으로 ‘사오정’(45살정년) 되는 건 싫다는 것이다. 그래서 애초에 ‘난 마음대로 살고 싶어’라는 말을 하는 20대가 많아졌다. (물론 현실은 부모님이나 친척 등의 압박까지 보태져 마음 같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용어적으로 앞서 Run&Run을 통해 이야기한 차별화의 의미에 정확하게 들어맞지는 않겠지만, 이러한 생각을 하는 20대들 역시 남들과의 ‘차별화’를 꿈꾼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차별화는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방식의 삶을 통해 남들보다 ‘행복한 삶’을 꿈꾸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20대들이 현실의 경쟁에 지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