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aehok.tistory.com/346
고함20의 독서 기획을 통해 에르네스토 기자는 ‘독서광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했다. (관련기사 : http://goham20.com/135) 기획 회의를 통해 전적으로 동감했던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책을 많이 읽는 학생들은 ‘범생’ 같은 이상한 수식어로 낙인찍히거나, ‘재미없는 사람’으로 인식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독서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일까?

독서 모임. 들어본 적 있는가?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인맥을 넓힐 수 있는 공간을 타고, 혹은 현실의 공간 속에서.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독서 모임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공간은 ‘독서광을 위한 공간’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고, 함께 좋은 책을 선정하여 읽을 수 있으며, 그에 대해서 토론까지 나눌 수 있다.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 4개의 모임을 찾아보았다.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학회 ‘떠울림’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의 ‘떠울림’ 학회는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어떤 특정 분야를 연구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학회는 아닌 것이다.

떠울림’의 운영 방식이 이렇게 된 것은 그 시작 자체가 가진 문제의식 때문이다. ‘대학생들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할 시기에 있지만, 책을 잘 안 읽는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떠울림’의 학회원들은 예비 언론인으로서 당연히 갖추어야 할 다분야에 대한 지식을 폭넓은 독서를 통해 키워야겠다는 마음으로 매주 책을 읽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학회에서 부학회장을 맡고 있는 09학번 민경호 씨는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그걸 실천할 계기나 기회가 없었다.”며 학회를 통해 어느 정도의 강제성을 부여받고 함께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 실천의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정말 대부분의 과에는 ‘xx과 밴드’는 있는데, 왜 ‘xx과 독서모임’은 없는 경우가 다반사일까? 책을 통해 지적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친목까지도 쌓아나간다면 특히 새내기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은 학교의 많은 학과에 독서 모임이 생기길 기대해 본다. (지금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이 하나씩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고려대학교의 한 독서 모임


대학생들로 구성된 독서 모임을 찾던 필자는 여러 학교의 커뮤니티의 홍보게시판에 ‘독서’라고 타이핑을 하고 열심히 검색을 해 보았다. 생각보다 매우 많은 모임들이 나왔는데 그 중에서 고려대학교 커뮤니티 ‘고파스’(http://koreapas.net/)에서 발견한 한 독서 모임을 취재해 보았다.

이 독서 모임은 최대한 자유롭게, 최대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제한 없이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모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주 다양한 학번과 전공으로 구성된 구성원들의 투표로 읽을 책을 선정하고, 그 책이 별로 흥미 있는 주제가 아닐 경우엔 해당 구성원이 한 주간 모임을 쉬기도 하는 등 매우 자유롭게 운영되고 있다. 과도한 구속력을 구성원들에게 부여하지 않기 위해 모임 이름도 정하지 않고 그냥 ‘독서 모임’이라고만 지칭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뷰에 응해 주신 송승곤 씨는 “대학교를 다니면서 수업은 교수님 위주로, 학생들의 자치적 모임에서도 특정 경향에 의해 사고가 갇히게 되는 것이 늘 불만이었다.”고 언급했다. 이 독서 모임은 최대한 다양한 시각을 통해 사고의 지평을 넓혀 보려는 송승곤 씨와 같은 학우들이 모여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철학, 문학, 사회과학 등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함께 읽고 있다.

송승곤 씨는 “장차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20대일수록 편협하지 않은 시각, 교조적이지 않은 생각을 하지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한 의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독서와 대화의 과정을 통해 그러한 사람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고려대학교의 이 독서 모임처럼, 굳이 ‘언론고시 준비’와 같은 명목을 붙이지 않은 작은 모임들이 인터넷 공간을 통해 인원을 충원하면서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사람들과의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모임을 찾아 가입하거나, 혹은 하나쯤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방법은 생각보다 쉽다. 지금 바로 대학교의 커뮤니티에 접속하면 된다.

무작위 참여 독서 모임

21세의 정문기 씨는 대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를 보는 눈을 키우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책을 읽고 여러사람들과 토론을 통해 사회나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키우고 반복적인 일상에 신선한 활력소가 될 것이라 생각”해서 독서 스터디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막상 대학생이 되고나니 오히려 중`고등학생 시절보다 책 읽을 시간이 없어 독서 스터디를 통해서라도 책과 가까이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모임도 여타 독서 모임과 같이 ‘여러 학생들과 함께 정해진 책을 읽고 책에 관하여 전반적인 의문이나 생각들을 서로 풀어가면서 내용을 정리하는 모임’이다. 책은 미리 정하여 읽은 후, 매주 책의 내용이나 주제, 기타 구성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아직 독서 스터디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독서의 매력에 푹 빠져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철이 많이 든 것 같다”는 정문기 씨는 “독서는 단순한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곧 그것이 그 사람의 사고의 깊이나, 세계관, 철학등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무작위 참여 독서 모임은 인터넷 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개인 블로그에서 모집하는 경우도 있지만, 큰 독서클럽에 딸린 소규모 모임으로도 지원가능하다. 특히,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사고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취업 사이트에도 간혹 독서모임 모집 게시글이 올라오는 이유가 바로 그래서이다.

독서는 혼자 하는 것도 즐겁지만, 나누면 배가 된다. 책 한 권을 읽더라도 읽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가운데 생각이 더 커질 수 있다. 또한 단순한 이미지로만 남았던 감상이 말로 변환되어 나오면서 구체적인 상으로 정립되고 정리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칠수록 읽은 책에 대한 소화력이 커지고, 기억력도 오래 간다. 꼭꼭 씹어 먹는 밥이 소화가 더 잘 되듯이 말이다. 

사람들과 만날 시간조차 없다면 독서노트도 권할만 하다. 그것이 인터넷이든 노트든지 상관없이 그 때 그 때의 감상과 감명깊었던 부분을 정리해 놓으면 나중에 재산이 되기 때문이다. 유명한 독서가들이 독서노트를 쓰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왕 읽는 책. 조금의 수고를 들여 소화력을 높이는 것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