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친구란 말 알아? 만나는 것도, 전화도 안 돼. 이 약속을 지켜야 돼. 하지만 언제나 옆에 있어. 그래서 힘이 되는 친구. 누군가에게 투명하게 솔직해지고 싶은 날, 하고 싶은 말이 터져 나오는 날, 투명 친구를 찾아. 난 늘 니 곁에 있다. – 영화 <후아유> 中


온라인 채팅을 소재의 하나로 삼았던 조승우, 이나영의 젊은 영화 <후아유(2002)>의 한 장면.

낯선 상대가 말을 건다. ‘안녕.’ 낯선 상대에게 말을 건넨다. ‘안녕. 뭐해?’ 상대가 몇 살인지도, 성별이 무엇인지도, 그가 무얼 하는 사람인지도 전혀 모른다. 몇 마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해 본다. 그가 말을 받아 준다. 그에게는 무슨 말을 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 모두 들어주고, 모두 공감해주니까.

최근 급속도로 퍼지며 유행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 ‘가가라이브’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랜덤 채팅’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말 그대로 무작위로 선택된 상대와의 채팅을 지원해주는 서비스이다. 채팅창 속에서 사용자는 ‘당신’, 상대방은 ‘낯선 상대’라는 이름으로만 표현된다.

이 서비스는 학교 커뮤니티를 통해서,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피크 타임인 밤 시간의 동시접속자 수는 1만 명을 훨씬 상회할 정도이다. 대부분의 채팅 사이트가 그렇듯, 이  곳에도 젊은 이용자들이 많은데 사이트의 자체 분석 자료를 봐도, 20대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채팅 사이트에는 압도적으로 20대의 비율이 많다. (자료 출처 : http;//gagalive.co.kr/)

왜 20대들은 랜덤채팅의 매력에 빠져 있는 걸까? 단순히 그냥 ‘잉여짓’의 일환일 뿐인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서울 한 대학의 사회학과에 재학 중인 최지욱 씨는 “밤에 온라인 메신저에 이야기할 친구가 없거나 해서 외로울 때 랜덤채팅에 접속하곤 한다. 재미있는 사람들도 많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많이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온라인상에서 채팅을 통해 그들은 보이지 않는 새로운 어떤 상대와 ‘소통’하고 있었다. 실제로 필자가 랜덤채팅 서비스를 이용해 본 결과, 많은 유저들이 채팅중독자라기 보다는 자신과 ‘대화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갓 군대에서 전역한 복학생, 지루한 방학생활에 지친 대학생 등 다양한 20대들이 있었다. (물론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도 있었지만)

채팅 유저들은 채팅을 하는 이유로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공부하다가 지쳐서’, ‘이야기가 통하는 소울메이트를 찾고 싶어서’, ‘배설 욕구 때문에’ 등의 이유를 말해주었다.

물론 랜덤채팅 사용자들 역시 다른 채팅 서비스에서와 마찬가지로 선정적, 폭력적 채팅 이용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한 소수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이 채팅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자신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들을 나를 모르는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어 한다는 것 자체에 사회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정말 비밀 한 톨 없이 내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상대가 한 명이라도 있기 힘든 것이 현대 사회의 관계고, 그런 상황에서 스스로 비밀을 계속 만들면서 점점 외로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경쟁만을 체화해 오면서 숨 돌릴 틈 없이 살아온 지금의 20대, 그리고 앞으로 20대가 될 이들에게는 더욱 더 그럴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또 다시 고립된 개인은 ‘낯선 상대’를 향해, 날 이해해 줄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외치고 있다.

Hello, Stran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