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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학번 새내기 2014년에 3500만원 상환해야

 갓 스무살이 된 나는 올해 서울에 있는 제법 유명한 대학교 사회과학계열 학생으로 입학하게 됐다.

 드디어 지긋지긋한 12년의 지루한 공부가 끝났다,고 마침표 찍고 새로운 문장을 시작하는 게 대학생활을 앞둔 스무살의 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너무 낭만적인 꿈을 꾼 것 같다며 현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입학금까지 합하면 400이 훌쩍 넘는 거금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 한, 내가 정상적으로 등록금을 납부하며 학교를 다니기는 어렵다는 걸 왜 까맣게 잊고 있었을까. 대학 등록금보다 2번 더 내지만 그래도 고등학교 때 내던 운영회비가 훨씬 더 가볍게 다가온다. 휴, 그래도 얼마 전부터 TV에서 그렇게 떠들던 ‘취업 후 상환제도’인지 뭔지가 있으니까 대출해서 가면 되겠지. 개그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처럼 ‘국가가 나에게 해 준 게 뭐가 있어!’라면서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싶었지만, 금세 입을 다물게 됐다. 대학 가는 게 말 그대로 무한경쟁이 되어버린 지금, 이 고난을 뚫고 나왔으면 적어도 대학에 다녀볼 수 있는 기회는 줘야지. 아직 우리나라에 상식이 통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홈페이지(http://www.studentloan.go.kr)에 들어갔다. 팝업창을 끄고 홈페이지를 둘러보니 취업 후 상환제도와 일반 상환제도, 장학금 신청 등의 메뉴가 있었다. 나는 신입생이니까 당연히 취업 후 상환제도를 선택해야 하는 거겠지? 음, 그러고 보니 꼭 그래야만 할 필요성은 없었다. 대강 비교해 보니 취업 후 상환제는 대학 다닐 동안에는 학자금대출에 대한 부담에서 아예 벗어나게끔 해 주는 거였다. 이자조차 안 갚아도 되니까. 그렇지만 졸업 후 일단 상환기간이 되면 그때부터 원금+이자를 같이 갚아나가야 했다. 게다가 상환기간이 되고 나서는 복리 적용된다는 소리까지 들으니 정신이 퍼뜩 들었다. 그럼 일반 상환제도로 해 볼까, 하고 고개를 돌렸더니 정해진 금리 5.7%로만 신청이 가능하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 장학금 받을 때도 쓰였던 의료보험비 내역에 의하면 아마 저리2종이나 저리1종 정도는 받을 만한 형편인데, 딱 잘라 하나로만 해야 한다니 답답했다. 어려운 살림에 쉽게 돈이 생길 리 없는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보다, 내가 착실하게 돈 벌면서 갚는다는 식으로 희망찬 결론을 내린 후 결국 취업 후 상환제도를 택했다.


 우리학교 기준으로 보니, 입학금이 936,000원이고 수업료가 3,446,000원이었다. 작년 기준이라 철렁했지만 신문에서 얼핏 올해도 등록금을 동결했다는 기억이 났다. 그럼 같은 기준일 테고 내가 빌려야 하는 돈은 총 4,382,000원이었다. 거의 450에 가까운 큰 돈이었다. 그나마 올해는 동결했으니 다행이지 내년에 오르기라도 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학자금 상한제라는 게 생겨서 물가상승률의 1.5배 이상 올리면 대학에 불이익을 주게끔 만들겠다는 정책도 나왔다. 많이 줄어든 건가? 물가가 3% 오르면 등록금은 4.5%까지 오를 수 있다는 말인데- 없는 집 자식인 내가 볼 때는 순수 수업료만 350에 달하는 지금도 버겁기만 하다.

 솔직히 말해 등록금 동결이야 잠깐 있는 ‘특이한 현상’일 뿐이고 매년 조금씩이든 많이든 무서운 줄 모르고 올랐던 게 등록금 아니던가. 내년 예상 인상률을 4.5%로 가정하면 3,446,000원의 4.5%는 155,070원이니 실제로 내야 하는 금액은 3,601,070원이다. 360만원대로 진입한 것이다. 내후년에 물가상승률이 조금 덜해서 절반인 1.5%고 등록금 인상률이 3%라고 치면 3,601,070원의 3%가 108,032.1원이니까 총 금액은 3,709,102.1원이 된다. 한 해에 10만원씩 뛰는 건 일도 아니라는 기세다. 그럼 마지막 4학년 때 물가상승률 감안해 등록금이 5% 올랐다고 치면 3,709,102(편의상 0.1원은 빼고)원의 5%가 185,455.1원이 되니, 결국 3,894,557원을 내야 한다. 처음 입학할 때와 비교해 448,557.1원이나 오르게 된다는 소리였다. 그냥 단순 가정을 해 보았을 때가 이 정도니 더 높게 오르면 얼마나 더 큰 빚의 압박을 지게 될까, 하고 생각했다.


본 기사에 등장하는 10학번 학생의 가상 현실에 맞추어 계산해 본 2014년 상환액은 3454만원이다. 이 금액은 매년 다시 복리로 이자가 붙어 수십년에 걸쳐 상환하기에도 부담스러운 금액이 되어버린다.

  마음이 싸해졌다. 내가 여지껏 고생해서 바늘구멍만큼이나 좁아 보였던 입시의 문을 뚫었는데, 기다리고 있는 건 이렇게도 차가운 현실의 벽이라니. 등록금이 저렇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것보다 억울한 건, 내가 져야 할 짐의 무게가 처음 합의한 것보다 크다는 사실이었다. 말 그대로 돈이 없어서 국가에 도움을 요청하는데, 이렇게도 가엾은 나는 빚을 갚을 때 왜 하나도 가볍지 않은 이자까지 챙겨줘야 하는 거지? 그게 2% 이하의 저리라면 불평도 안 할 텐데 5.7%가 기본이라고 한다. 난 얼마만큼 오를지도 모르는 무서운 등록금을 빌린 후에는, 젊음을 무기 삼아 열심히 돈을 벌어 원금과 그에 따라 붙는 얄미운 이자까지 모조리 갚아야 한다. 등록금 계산만으로 머리가 아팠는데 이자까지 따져 보려고 하니 이제 막막하기만 하다. 당장 학교에 등록하지 못하나 하는 걱정으로 마음 졸였는데 간사한 나는 어느새 ‘이걸 어떻게, 언제 다 갚지?’ 하는 새로운 고민에 빠져 있다. 며칠 전 신문에서 본 한 동갑내기는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온 기분입니다’라고 했다던데‥ 내가 지나치게 비관적인 걸까? 나에겐 고마운 동아줄이 아니라 4년으로 기한이 정해진 시한폭탄인 것만 같다.

 애써 번 돈에서 단칼에 원천 징수되는 내 젊은 날의 빚들. 등록금을 내리려는 시도는 간 데 없고, 동결의 움직임에 어쩔 수 없이 동참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린 해결책은 좀 더 용이하게 대출하는 법이 전부였다. 이 의심스러운 동아줄에 대해 한번쯤 곰곰이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고함20의 기사가 다음 메인페이지에 실렸습니다 🙂
많은 관심 감사드립니다 !


2월 3일에는 티스토리 메인페이지에도 실렸네요 🙂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11 Comments
  1. 졸업생

    2010년 2월 1일 05:21

    학자금대출은 젊은이들의 미래를 담보로 잡아 버리는 안좋은 제도같아요…

  2. 밝은달

    2010년 2월 1일 10:30

    저희 집은 저와 동생 둘을 대학을 보냅니다.
    그런데 등록금 고지서를 보면 차이가 심하더군요.
    지방 국립대인 전 일년에 400이 안되는데 비해 서울 사립대인 동생은 한학기에 400쯤 되더군요.
    기타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그 차이는 더 심해지구요.
    서울 사립대를 다니며 빛을 지고 시작하는게 나은지, 지방 국립대를 다니며 빛 안지고 시작하는게 나은지
    어느게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3. 당신 덕분에 꽃이 핍니다♡

    2010년 2월 1일 23:11

    어젯밤, 아주 뜨거운 편지를 받았습니다. ‘눈먼-파랑새’라는 대학생의 글인데, 잠을 자려고 혼자 눕는 것이 너무 미안해지는 내용이었죠. 대학등록금 때문에 이렇게 괴로워하면서 고민하는 젊은이가 있는데, 편하게 잔다는 것이 부끄러워지더군요. 워낙 글에 절실함이 담겨있기에 잠이 확 달아났습니다. < ?xml:namespace> 촘촘하면서도 꼼꼼하게 세운 계획을 보면서 얼마나 온 마음을 다해 글을 썼는지 느껴지더군요. 긴 편지를 간추렸습니다. 대학생이라면,..

  4. 재학생

    2010년 2월 2일 02:10

    저기 2014년 상환액 계산할 때요. 복리 적용안해야 되지 않나요? 상환기간이 되고 나서부터 적용되는거 아닌가요?

    • 페르마타。

      2010년 2월 2일 21:03

      기자님이 아닌 제가 표를 첨부하다가 실수가 있었습니다. 수정하였습니다. 지적 감사드립니다 ^^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5. 대한민국의 대학생이라는건

    2010년 2월 2일 11:53

    저도 이 글의 글쓴이와 같은 고민을 하게 된 대학생입니다.
    그다지 명문대도 아닌 대학을 다니면서 이제 등록금 낼 시기가 다가오니
    한숨밖에 나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집도 없이 살면서 제 등록금때문에 뼈가 휘어지는 우리 엄마를 생각하면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회의 듭니다…..
    제발 등록금 동결이니 취업 후 상환제니 이딴 말 하지말고
    등록금좀 제발 내려주세요…. .. 등록금때문에 젊은이들의 빛을 빼앗아가려하지 마시고
    인재들에 투자한다 생각하고 제발좀 제발 내려주세요…ㅜㅜ

  6. TISTORY

    2010년 2월 3일 05:03

    안녕하세요, TISTORY입니다.

    티스토리 메인에서 ‘대학등록금’을 주제로 회원님의 글을 소개해드렸습니다.^^
    혹시 노출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tistoryblog@hanmail.net 메일을 통해 말씀해주세요!

    앞으로도 재미있고 유익한 글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라별

      2010년 2월 3일 05:43

      우왕 ㅠㅠ 자주 오르고 싶습니다 꺄오

  7. wallhyang

    2010년 2월 4일 07:37

    으하하 저거 완전 노예약정이죠;
    저도 집에 목돈이 없어서(….) 처음엔 [취업 후 상환] 으로 신청했었는데 2월 1일 승인결과
    뜬 거 보니 캔슬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일반상환] 으로 결국 427만원 대출했습니다;D
    멋 모르고 신청했는데… 이 글 보니까 취업 후 상환… 복리가 무섭군요OTL
    졸업할 때 즈음 신불자가 되는 건 아닌지 요즘 근심덩어리에요 ㅠㅠ;

  8. 춘부장

    2010년 2월 4일 23:59

    으허..87학번 입학금이 80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학비는 분기당 60~80만원? 방학동안 알바 열심히 뛰면 (전 주로 노가다 ㅠ,.ㅠ) 충분이 다녔습니다. 당시 대기업 한달 월급이 본봉기준 60만원 정도로 들었던 거싱 기억합니다. 하긴 20년 전이구나. ㅠ,.ㅠ

  9. PRIMARY WATER

    2010년 2월 5일 02:56

    < '기부는 놀이다!' 제 1편 > 2010년 2월 10일 수요일, 9:00부터 21:00 까지 총 12시간에 걸친 오프라인 기부 릴레이가 펼쳐집니다. 참여하기(click) < 목 표> 하나, 2010년 1학기 마중물 장학생 2인을 위한 장학금 모금 둘, 일반인에게 소액기부문화 확산 < 방 법> 하나, 이동수단과 운전자 그리고 VJ에 이르기까지 릴레이에 필요한 모든 자원은 기부받기 둘, 두 팀으로 나뉘어 미리 자원받은 20명의 기부자분들을 직접 찾아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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