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의 힘은 대단하다. 다섯가지 힘들이 세계사를 움직인다고 하니 부와 성공의 비밀을 알려준다는 <시크릿>처럼 저 다섯가지만 안다면 역사의 비밀이라도 풀릴 것만 같다.

 저자인 사이토 다카시는 지구의 미래를 바꿀 다섯번째 원소를 찾는 과학자도 아니고 미래를 점치는 점술가도 아니다. 그는 메이지대학 문학부 교수로서 교육학과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출판한 작가이다.
그가 세계사, 즉 역사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매일 신문과 방송에서 접하는 사건을 정확히 읽어내고 이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힘을 기르기 위함이라고 한다. 따라서 세계사는 그 자체 보다 오늘과 내일의 역사를 쓸 우리에게 주어지는 유용한 연장인 셈이다.

세계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

  저자가 꼽은 중요한 코드(관점) 다섯가지는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와 몬스터 그리고 종교이다. 이 다섯가지 코드를 중심으로 세계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야기 한다.
 욕망의 세계사에서는 물질과 동경이 역사를 움직인다며 커피와 홍차, 금과 철, 브랜드와 도시를 제시한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커피와 홍차이다. 커피 문화권에서는 일에 집중하려고 할 때 커피를 마시는 편이고 차 문화권 사람들은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차를 마시는 경향이 있다. 이는 ‘Coffee Break’와 ‘Tea time’이라는 단어 차이에서도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초기에는 차 문화권에 속해 있었으나 18세기 후반 보스턴 차 사건으로 커피 문화권으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각성작용이 강한 커피를 즐기게 된 것이 이후 세계를 제패하는 데에 일조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은 커피를 마실 때 마다 떠올리게 되는 흥미로운 논리이다.
 ‘모더니즘’에서는 서양근대화의 힘에 대하여 색다른 관점에서 소개하고 있다. 로마제국의 그칠 줄 모르는 확장이 보여주는 지중해문명의 특징은 근대화의 더 멀리, 더 빨리의 가속력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인간이 하늘을 날기 시작한 때부터 달에 닿기까지 불과 66년밖에 걸리지 않는 데에는 이 가속력이 작용해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백과사전적 지식의 입문서

  이어지는 제국의 야망사와 자본주의, 사회주의, 파시즘이라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 또 종교에 대한 그의 분석은 독자에 따라 실망할 수도 있게 한다. 백과사전적 지식을 위한 도구로 읽어내려 간다면 이미 알고 있는 지식들을 재조합하는 역할에는 충실하다. 그러나 책의 첫 부분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하는 그만의 화법에 잔뜩 기대에 부풀어있었다면 후반부는 이미 나온 세계사책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마치 신선하고 아삭아삭한 전채 요리로 입맛을 돋우었다가 평범한 맛의 스테이크에 실망한 기분이랄까. 스테이크 메인 코스는 세계사를 배우는 즐거움보다 늘어놓은 지식들을 섭취하는 과정에 가깝다. 이미 이런 과정을 거친 이라면 빠르게 책장을 넘겨도 좋다.

  조곤조곤한 말투로 친절하게 설명 해 주는 세계사 서적으로 적극 추천한다. 더욱이 인문 사회과학 분야에서 다루는 엄청나게 방대한 주제들을 한번 씩 훑는 것도 추천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유는 책 전반부의 신선한 시각에 매료된 구매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