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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도 피할 수 없는 가난한 3월





 가난한 3월. 아주 보편적으로 쓰이는 단어 두 개를 붙여 놓았을 뿐인데, 고작 다섯 글자밖에 안 되는 저 말이 가슴을 후벼 팠다. 그동안 대학생으로 5학기를 보냈고 휴학 1년째를 맞아 해가 달라져 새로 맞는 지금도 역시나 ‘가난한 3월’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선배들은 거의 졸업을 해 버렸고, 나 자신이 언니 혹은 누나가 되어버린 이 순간. 왠지 모르게 가슴을 조여 오는 ‘선배라는 부담감’ 때문에 더 큰소리를 내며 기획을 진행시켰더란다. 정작 새내기 시절에는 선배들과 안면도 없어 뻔뻔하게 밥 사 달라고 한 적도 없었고, 더구나 후배들에게 ATM 대용으로 취급당하는 ‘굴욕’을 경험하지도 않았으면서 말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가난한 3월은 비단 선배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 있다. 새내기도 피할 수 없다. 한껏 귀여움을 뽐내면 밥이 턱턱 나오고, 교재가 뿅뿅 생기는 새내기에게 어찌 3월을 ‘가난한 시기’로 표현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 들린다. 아아, 그대는 잊었는가. 대학생이라는 새로운 관문에 들어섰던 과거의 자신을. 단순히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넘어갈 때처럼 ‘이름의 변경’만이 있는 시기가 아닌, 아예 새로운 차원에 들어서는 그때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인가. 정말 돈 쓸 일이라곤 한 톨도 없었던 것인가.



가방에서 넷북까지‥ 대학생용 필수품 갖추기

 대학생이 되고 나서 가장 많이 사는 물건은 뭘까? 아마도 옷과 전자기기가 아닐까? 중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예쁜 사복 대신 교복이라는 대용품이 있었고, 하교 후 짬 내서 겨우 컴퓨터를 하는 상황에서 노트북/넷북은 사치품에 불과했다. 그러나 대학생이 되고 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단 매일 사복을 입고 가야 하는 문제(?)에 부딪치고, 자연히 관심이 덜했던 패션 쪽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개강 전 소개팅, 미팅, MT 등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썩 괜찮은 옷’을 사는 것은 이미 필수적인 일이 되었다. 얼마 전 대학에 입학한 J양 역시 “대학 입학 기념으로 무엇을 샀느냐”는 물음에 ‘핸드백, 코트, 자켓’이라고 말했다. 올해 전문대에 들어간 S군이 산 물품도 옷, 가방, 지갑 등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J양은 학교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넷북도 장만했다고 덧붙인다. 팀플레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게 된 대학생에게 간단한 문서 작성과 웹 서핑을 할 수 있는 넷북은, 모임의 효율성을 높이는 좋은 도구가 된다. 관련 업체들이 개강 전후로 규모가 큰 이벤트를 벌이는 것도 그 시기에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몇 가지 물품만이 대학생들이 개강 전후로 구비하는 필수품에 속하지는 않는다. 각 학교나 동아리, 주변 환경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남학생들이 정장과 더 친숙해서일까? 여학생들이 대부분 취업 전후로 구입하는 정장을 남학생들은 그보다 먼저 마련한다. S군도 “주변 친구들이 벌써 많이 정장을 구입했던데요?”라고 말했다. 가볍게 문구류를 한두 가지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제법 값나가는 것들을 구입하다 보니 당연히 살림은 쪼들리게 된다. 미성년자일 적에는 원하는 것들을 모두 부모님께 기대서 샀지만, 이제 성인의 문턱에 들어선 대학생들은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학생용 필수품’의 일부는 이제 자력으로 마련하는 것. 그래서 용돈이 넉넉해지지 않는 이상 평소보다 지출이 늘어난 3월에는 빠듯한 살림을 하게 된다.


 

차고 넘치는 3월 행사들

 새 학기가 시작되면 가장 활기를 띄는 곳은 역시 학교다. 게시판에는 쉴 새 없이 동아리 홍보 대자보가 붙으며, 새내기를 위한 여러 가지 행사가 즐비하다. 각 학회/동아리별 개강 총회가 개최됨과 동시에 한 해의 활동이 시작된다. 4월에 MT를 가는 경우도 있지만 시험 기간에 가까워질수록 MT는 부담으로 다가오기에, 대부분 3월에 간다. 개강총회에서 새내기는 분명 선배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지만, 회비까지 생략되지는 않는다. 다만 재학생보다 비용 부담이 덜할 따름이다. 개강총회 이후 본격적으로 모임 활동에 참가하고자 하는 이들이 가는 MT 때 드는 돈이 더 많은 것은 물론이다. 또 개강 전 다녀온 새터의 여파로 조인트(개별 새터조가 2개 이상 모이는 것)가 성황리에 이루어진다. 전통적으로(?) 미팅과 소개팅이 활발한 시기도 바로 3월이다. 이렇게 다양한 행사들이 넘쳐나는데 혼자서 지갑을 꼭 닫은 채로 지내기란 쉽지 않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행사들은 많은 대학생들을 ‘가난한 3월’로 인도하는 데 기여한다.

 복학하면 3학년 2학기. 슬슬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해야 하는 늙다리 학번에게는 이런 3월의 풍경은 그저 ‘아스라히 먼 옛날’의 일인 것만 같다. 물론 늘 넉넉지 못한 달을 보냈지만 적어도 다른 면에서는 풍요롭지 않은가. 대학생활에 도움이 되는 번듯한 물건을 갖고, 처음으로 대학 내 집단생활을 시작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학회에서는 한 단계 진보된 지식을 얻고, 소개팅 자리에서는 (매우 드물지만 가끔) 짝을 만나(기도 하)고. 집세, 학식값 등 우리가 손쓸 수 없는 쪽의 우울한 풍경이 ‘가난한 3월’의 한 단면이라면, 개인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피어날 수 있는 이런 모습도 가난한 3월을 이루는 한 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허공에 흩어지는 소비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남는 무언가를 위해 돈을 들인다면, 3월을 조금 가난하게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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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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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11 Comments
  1. 무에24기

    2010년 3월 15일 06:25

    뭐지…

    • 미폴

      2010년 3월 15일 07:56

      이 댓글이야 말로 뭐죠?;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새로운 시각이네요

  2. 지나가는이

    2010년 3월 15일 08:33

    당연히 돈이 많이 드는게 정상 아닌가?
    글쓴이는 대학을 의무교육으로 착각하는거 아닌가 요즘 대학이 많고 아무나 들어가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대학은 전문교육을 받으러 가는것이다. 남들 다가서 가는것이 아니라 정말 공부하고 싶어서 가는 곳이다.
    쉽게 말하면 사회생활의 시작이다. 전문적인 공부를 하기 위해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것이다.
    대학의 여러가지 활동은 그건 사회생활의 시작이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당연히 돈이 안들면 그게 더 이상한것이 아닌가?
    대학을 중고등학교처럼 생각하는거 자체가 문제 있는것이 아닌가?

    • zzzz

      2010년 3월 15일 11:34

      여기 누가 돈 안 든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내기도 돈 들 곳이 많다는 얘기 쭉 하고 있는데 웬 딴소리?

    • Allegro Di Molto

      2010년 3월 16일 13:14

      글좀 읽고 댓글 달아주세요.

      남들은 선리플 후감상이라도 하지 이 분은ㅋㅋㅋㅋㅋ

    • 뭔소리여..

      2010년 3월 19일 06:03

      대학이 정말 공부하고 싶어서 가는데라면 대한민국 스무살의 80%가 넘는 사람들이 전부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을 가는거냐? 뭔 헛소리여… 우리나라에서 대학안나오면 사람취급도 못받는 그지같은 상황을 알면서 그래. 그리고 사회생활할때 돈드는거면 돈없는사람은 사회생활도 못하냐? 20대 초반에 사회생활 시작할때 보조금 주는 복지국가들은 미친놈들뿐이라 그런거냐?

  3. 2010 학번 대학 새내기여러분,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신입생이 되어보니 여기저기 신입환영회다 동아리모임이다 매일매일 술자리에 참석하느라 정신없죠? 막 스무살이 되어 이제 술집에서 당당하게 술을 마실수 있게 되었을테죠~ 하지만 공식적으로 술을 처음 접하게 되어서 술자리가 겁나는 새내기 분명 있을거에요. 빅뱅의 승리, 소녀시대의 유리양이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나란히 10학번으로 입학했고 소녀시대 서현양도 동국대 연극학과에 10학번 신입생으로 대학..

  4. Allegro Di Molto

    2010년 3월 16일 13:18

    저도 올해 대학들어가서 이래저래 돈 엄청드네요…ㅠ
    중고등학교 다닐때 죽어도 입기싫던 교복이 왜이렇게 그리운지..
    넷북은 아직까지 필요성을 못느껴서 아이팟터치로 무선인터넷 좀 쓰고 있습니다만.. 왠지 필요하게 될 날이 올것 같네요 ㅠ

  5. 늘보

    2010년 3월 17일 06:39

    지속적으로 남는 무언가… 구체적으로 어떤게 있을까요?

    • 글쓴이는 아니지만

      2010년 3월 17일 08:09

      대학생활에 도움이 되는 번듯한 물건을 갖고, 처음으로 대학 내 집단생활을 시작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학회에서는 한 단계 진보된 지식을 얻고, 소개팅 자리에서는 (매우 드물지만 가끔) 짝을 만나(기도 하)고.

      이거 아닐까요?
      구체적인 건 자기가 학교생활하면서 찾아야겠죠^^

    • 페르마타。

      2010년 3월 20일 13:37

      어떤 의미로든 ‘성장’한다는 것 아닐까요?? 저도 글쓴이는 아니지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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