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에는 무슨 날이 참 많다. 5월 1일은 메이데이. 5월 5일은 어린이날. 5월 8일은 어버이날. 5월 15일은 스승의 날. 5월 17일은 성년의 날. 5월 21일은 석가탄신일.


수많은 무슨 날 중 이미 3개가 지나갔다. 난 그 세 날 무엇을 하고 보냈던가.



▲ 내가 끔직이도 싫어하는 고속버스를 타야하는 고속버스터미널(http://cafe.daum.net/busphotonet/1sb4/522?docid=1AatX|1sb4|522|20090315210217)


 5월 1일 메이데이. 3개월만에 집에 내려갔다. 사실 이번 학기 나의 목표는 집에 내려가지 않는 것이었는데 가족을 향한 나의 뜨거운 사랑은 주체할 수 없었다. 늘 집에 내려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내려가는 데 걸리는 3시간 50분이라는 시간과 버스에 갇힌 느낌 때문에 내려가기를 꺼려했던 나였다. 난 예민해서 버스 안에서 잠을 잘 못 잔다. 잠이 드는 경우는 그 전날 밤을 샜을 경우인데… 난 어젯밤에 잠을 무진장 많이 잤다. 이런, 그럼 난 버스 안에서 무엇을 해야 하나. 친구와 재잘재잘 수다를 떨다가 친구가 잠들어버렸다. 친구를 깨울 수도 없고 난 무엇을 해야 하나. 나의 주특기인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감상한다. 덜컹거리는 버스 때문에 볼륨을 최고치로 해야만 음악의 멜로디를 따라갈 수 있다. 3시간 50분동안 차소리와 음악소리에 고문당한 난 휴 하고 숨을 내쉰다. 살 것만 같다. 집에 도착한 난 요리조리 쏘다니며 박물관에 처음 와 본 아이마냥 이것저것 건드려본다. 오죽했으면 엄마가 그만 좀 돌아다니고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말했을까. 그래도 난 혼자 신나서 방방 뛰어다녔다. 다음날 오랜만에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세상에 이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으랴. 하루가 내겐 서울에서 있었던 3개월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올라가고 싶지 않다는 충동질마저 드는 순간도 있었다. 이렇게 난 5월의 첫 번째 무슨 날을 보냈다.



▲ 어린이날 먹었던 미사리 숨두부 정식(http://www.ncube.net/1194)



 5월 5일 어린이날. 이제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닌 난 이 날 무엇을 했던가. 나를 어린이 취급하는 삼촌이 미사리로 나가서 ‘어린이’ 인 내게 어린이날 선물로 밥을 사 줬다. 어렸을 때부터 입맛이 어른처럼 되어 버린 난 숨두부 정식에 뻑 갔다. 밥상에 모든 것이 두부로 만들어진 것이라니. 이 세상에 날 어린이 취급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무한히 감사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갇혀 있던 내게 미사리의 살랑거리는 바람은 크나큰 선물이었다. 어린이날이라고 외곽에는 사람이 지독스럽게 많았다. 조정경기장에서는 어린이날 행사가 열리고 있었고 어린이를 동반한 차들은 그 곳에 들어가기 위해 줄서 있었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차창으로 비치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순수함 그 자체였다. 얼굴에 미소를 띤 그들을 보니 내 얼굴에도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저 때로 돌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립고 또 그리웠지만 현실은 돌아갈 수 없는 20대였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5월의 두 번째 무슨 날을 보냈다.
 


▲즐거웠던 고함20
벌금회식(http://cafe.daum.net/welovehwang/Hq2h/261?docid=p8oW|Hq2h|261|20100426204840)


 5월 8일 어버이날. 난 불효녀였다. 저번 주에 집에 내려갔다 왔다는 이유로 집에 내려가지 않았다. 물론 내려갔다 왔다면 좋았을 테지만 내가 처해 있던 상황이 집으로 내려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거리를 걸어가면 카네이션바구니가 눈에 계속 띄고 내 마음은 계속 움츠러들고 있었다. 그래도 ‘동생이 내 몫까지 잘 해 냈을 거야.’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런 마음을 뒤로 하고 고함20의 회식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각, 결석으로 인해 차곡차곡 쌓여갔던 나의 벌금은 자그마치 16000원. ‘이제부터 지각, 결석 따위 하지 말아야지.’ 하고 매번 다짐하지만 참 쉬운 게 아니다. 회식은 그야말로 즐거웠고 훈훈했다. 우리는 쉴 새 없이 웃어댔고 참 많이도 먹었다. 추억의 노래를 떠올리며 흥얼거리기도 했고 카더라 하는 소문을 공유하기도 했다. 역시 고함20답게 시사적인 니야기가 오가기도 했다. 귀차니즘의 표본인 내가 일주일에 2번 있는 회의에 매번 참석하고 토론을 위해 책을 읽고 기사를 쓸 수 있는 이유는 고함20 사람들 덕분인 것 같다. 고함20 가족 여러분 무한정 사랑합니다.♡



 그러고 보니 난 5월의 첫째 둘째 셋째 날 모두 가족과 함께 보냈다. 나머지 날들은 누구와 무엇을 하며 보내고 있을까. 나머지 날들 모두 앞의 세 날들처럼 훈훈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