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5집 [Monologue] 이후로 한동안 소식이 뜸하던 김동률이 [Verandah Project(베란다 프로젝트)]라는 알쏭달쏭한 이름으로 돌아왔다. 전람회, 카니발 등의 듀엣으로 활동했던 김동률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김동률의 13년만의 듀엣 프로젝트가 매우 반가울 것이다. 애시드 재즈 밴드 롤러코스터의 기타리스트 이상순과 함께 돌아온 김동률, 과연 어떤 모습일까?

원더걸스, 포미닛, 엠블랙, 씨앤블루, 슈퍼주니어, f(x), 2pm, 시크릿… 이름을 다 외우기 힘들 정도로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가요계의 차트를 장악하고 있다. 사실 필자도 물론 아이돌의 팬이라서 매일 이들이 출연한 음악프로그램 영상을 보며 이들의 재롱을 감상하곤 한다. 하지만 어딘가 판에 박힌 이들의 음악이 지겨워질 때가 있다. 과도한 기계음과 오토튠을 소위 ‘떡칠’해 놓고 ‘이거 봐, 이게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최신 사운드야, 죽이지?’하는 아이돌의 음악을 들으며 365일 클럽 분위기로 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또 요즈음 한참 떼로 등장하고 있는 ‘소위’ 실력파 보컬리스트들의 과도한 바이브레이션과 소몰이, 돌고래 소리를 들으려니 또 귀가 간지럽다. 아이돌도 비아이돌도 뭔가 비슷한 음악만을 추구하는 상황, 언제나 가요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 상황에 내가 어찌할 도리는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귀에 딱 꽂히는 반가운 앨범이 나왔다. 대중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아티스트 김동률과 애시드 재즈 밴드로 이름을 떨친 롤러코스터 기타리스트 이상순. 이 둘이 모여 결성한 베란다 프로젝트의 앨범 ‘Day Off’이다. ‘쉬는 날’이라는 뜻을 가진 앨범의 제목 때문일까. 정말로 달력의 빨간 날에 수필집 한 권, 향이 좋은 차 한 잔과 함께 몇 번이고 반복재생하고 싶어진다. 그만큼 산뜻한 음악들이 10트랙에 걸쳐 수록되어 있다.

30대 남성들이 떨만한 수다들이 고스란히 가사로 재연되어 있다는 ‘Day Off’. 글쎄? 20대 초반인 필자가 들어도 공감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우리의 조금은 초라한 일상들, 혹은 이러저러한 감정들을 대신 노래하는 듯하다. 가사 한 줄 한 줄이 내 심정들과 가까이 맞닿아 있다.

햇살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기분 좋은 느낌이 드는 타이틀곡 ‘Bike Riding’엔 설렘이 가득하다. 2번 트랙 ‘벌써 해가 지네’는 주말 오후의 여유로움, 한가로움 혹은 잉여로움을 나른하게 그렸다. 3번 트랙 ‘어쩐지’에는 친구의 연애사(史)가 궁금해 참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5번 트랙 ‘기필코’의 좋아하는 일을 해내고 말겠다는 다짐, 9번 트랙 ‘괜찮아’의 스스로에게 주는 위로는 참으로 일상적인 행위이다. 업무의 괴로움에 치여 달콤한 여행을 꿈꾸는 장면도 7번 트랙 ‘단꿈’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담백한 가사 뿐만 아니라 기본에 충실한 사운드 또한 일품이다. 김동률의 피아노와 이상순의 기타가 기본이 되어 그 위에 이따금씩 얹는 허밍, 휘파람 소리, 현악 등으로만 구성된 자연스러운 사운드는 징그러울 정도로 기계음이 가득했던 내 플레이리스트에도 휴식을 준다.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고 정확하게 음 하나하나를 잡아 주는 보컬도 요즈음에는 오히려 특별할 정도이다. ‘나 노래 잘해요’라고 자랑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직접 몸소 보여주는 김동률이다. 3번 트랙 ‘어쩐지’에서 더해지는 롤러코스터 조원선의 목소리도 앨범의 산뜻함을 더해주고 있다.

뭔가 일상에 지치고 할 일은 많은데 딱히 하고 싶지는 않고, 떠나고 싶긴 한데 어디론가 떠나기엔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잠시만 일을 멈추고 41분 18초 동안만 내 귀를 베란다 프로젝트에게 열어 보자. 베란다가 없어도, 작은 창문 하나만이 초라하게 방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어도 좋다. 가장 일상적인 것을 통해 가장 특별한 체험을 하는 기분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