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대 혼전’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흥미진진했다. 출구조사부터 5개 지역이 박빙지역으로 분류되었다. 서울은 오전 8시를 넘겨서야 윤곽이 잡히기 시작하였다. 시험 공부 도중에 라디오로 듣는 개표방송이 너무 흥미진진해 집으로 왔다는 수험생부터 생전 처음 개표방송 보며 먹기 위해 치킨을 시켰다는 학생까지, 개표방송에 관한 반응 역시 ‘대 폭발’이었다. 고함20에서는 이번 6. 2 지방선거와 고함20 300일 기념을 동시에 맞이하며 이번 6.2 지방선거의 결과에 관한 300자평을 준비해 보았다.




 서울


 26,412표, 0.6%. 서울 시장 선거에서 1위 오세훈 후보와 2위 한명숙 후보의 당락을 가른 표 수이다. 송파구의 유권자 수가 539,644명인 점을 감안했을 때, 매우 작은 차이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서울 시장 선거는 오세훈 당선자에게 있어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닌 선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분명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재선에는 성공했지만, 아슬아슬한 표 차이로 승리한 것은 오세훈 시장의 정책, 시정 운영 태도 등에 민심 이반이 일어난 것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당선 소감 그대로 오세훈 당선자는 “민심의 뜻을 깊이 헤아려”야 할 것이다.


 경기


 유시민 후보가 범 야권단일화를 이루어내며 여론조사보다는 분전했지만 결국에는 힘이 부친 모양이다. 현 정권심판론과 노풍을 앞세워 가열차게 도전하긴 하였지만 비교적 우수한 도정을 한 것으로 평가 받은 김문수 후보의 지지도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김문수 후보의 도정에 있어 다른 가치관으로 인해 반대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도정이 ‘경기도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위한 것이었다는 점이 광범위하게 공감되면서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의회를 민주당에 내주며 여소야대의 형국이 구현된 상황에서 어떻게 도정을 이끌어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천


 야당의 단일화 바람이 가장 거세게, 그리고 가장 강하게 분 지역이다. 야권 단일화중 가장 순조롭게 진행된 지역으로 평가받는 인천은 한나라당 단일 후보가 출마한 옹진군과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강화군을 제외한 지역에서 모두 야권이 승리하는 결과를 보였다.


시장으로 당선된 송영길 후보는 단일화 바람을 타고 11시 즈음부터 당선을 확정 지었지만, 그의 도정 역시 순탄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송도의 영리병원 문제와 경인운하 문제 등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것. 야권의 승리에 힘입어 올바른 도정을 펼칠지 이목이 집중된다.


 충청권


 세종시 문제로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 이번 선거는 충청도 민심이 ‘세종시 원안 고수’임을 재 확인한 선거로 볼 수 있다. 충청 도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때는 물론이고 작년 말까지만 해도 세종시 수정에 관한 어떠한 언급도 없다가 갑자기 수정안을 들고 나온 것에 반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 줄것으로 기대했던 정운찬 총리의 기용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나라당은 아예 손도 써 보지 못하고 구도는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의 양자 대결로 굳어지게 된 결과를 초래했다.


 강원 · 경남 · 부산


 ‘현 정권심판’이라는 야당의 구호와 ‘노풍’을 가장 완벽하게 이룬 곳으로 여겨진다. 여당의 표밭으로 분류되었던 강원과 경남에서 모두 야권 후보들이 당선된데다, 당선자들이 모두 친노 인사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부산에선 비록 당선은 못 됐지만 김정길 후보가 45%에 육박하는 높은 득표율을 보인 것 역시 인상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 타파를 외쳤다는 점에서 여권 표밭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된 이번 선거 결과는 향후 야권의 통합 과정에서 친노 인사가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호남 · 경북 · 대구 · 울산 · 부산


 역시 아직 이 지역들은 서로에게 넘볼 수 없는 곳이다. 광역 단체장은 물론이고 기초 단체장까지 거의 ‘싹쓸이’했다. 호남은 여전히 민주당에게 굳건히 힘을 밀어주고 있는 상황이고, ‘소외’받고 있다 느끼는 PK지역과 달리 TK지역 역시 한나라당에게 강한 지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고무적인 점은 각 지역에서 ‘상대당’으로 분류되는 당의 후보들이 모두 10% 이상의 득표율을 보였다는 점이다. 호남과 경북, 울산, 대구의 이번 선거 결과는 지역 구도의 굳건함과 지역 구도 타파에 대한 희망 모두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것으로 보인다.


 제주


 일종의 대리인 선거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 출신 고희범 후보가 출마하긴 했지만 선거의 초점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출신의 무소속 두 후보의 맞대결로 모아졌다. 그러나 또 다른 별명은 ‘범죄자 더비’. 2002년 성추행 시비로 많은 질타를 받은 우근민 후보와 선거 직전 동생의 선거법 위반으로 구설수로 오른 현명관 후보의 대결이기에 이러한 별명이 붙은 것.


 결국 선거는 우근민 후보의 막판 역전으로 결말지어졌다. 그러나 수 년 전의 일일 지라도 어쨌든 불미스러운 일의 주인공이었던 우근민 후보가 당선되었다. 우근민 도지사가 어떠한 도정을 펼칠지 철저한 감시가 필요한 이유이다.





 총평


 기존의 단순한 선거 구도였던 여당과 야권의 대결과는 약간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 보다는 MB계열과 야권의 대결에 여권 내 비MB계열과 노풍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소외감으로 인해 적지 않은 지지자들이 서울 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후보가 아닌 한명숙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승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야권 내에서도 ‘주류’로 분류되던 세력이 힘을 받기보다 제 3세력인 친노 진영이 힘을 받았다는 것이 독특하다.


 기존 선거와 유사한 점은 중간선거가 현 정권 심판으로 작용해 정권 레임덕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