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런 잉여로운 행위를 특집 기획의 일환으로 만든 나의 천재적인 두뇌에 가볍게 칭찬 좀 해주고 싶다.(물론 그로 인해 나는 일주일 동안 새벽 3시 이전에는 잠을 자면 안 된다는 기막힌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다른 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런 기획을 허락해준 같은 식구들에 대해 감사인사라도 해야할 것 같지만, 그건 생략하도록 하자. 나는 고함20식구들이 이런 무모한 신체 혹사 행위를 진작에 말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ㅠㅠ 아무튼 간에 이번 글 설명 들어가겠다. 고함 20이 출범한지 어언 300일! 따라서 300과 연관된 주제로 소소한 뻘글 하나 나오는 것도 괜찮겠다 판단한 게 이 글이 나온 이유다. 본 기자는 매일 새벽 3시에 300초 동안 하나의 글을 써야한다. 글을 쓰는 300초 동안에는 글을 쓰고 지우는 모든 행위가 다 허용되지만 정확히 300초 후에는 글에 대한 그 어떤 터치도 불가능하다. 이것이 룰이다. 자 그럼 장장 1주일 동안 계속된 이 미친 기획을 감상하시라.



출처 :http://cfs14.tistory.com/image/1/tistory/2008/10/12/05/15/48f10965219c4


5/26 3:00 a.m.
 드디어 시작이다. 고함 300일 기념 맞이 특별 이벤트~~~ 를 가장한 기획기사 새벽 3시에 300초 동안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이다. 누구의? 나 자신이 될 수도 있고 고함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3:00에 풀어나갈 이야기가 쓰잘데기없는 개똥철학으로 점철될 수도 있고 나름유머와 위트가 넘치고 적절한 비판의식이 충분히 가미되어있는 멋진 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경우엔 전자에 수렴할 확률이 99%겠지만… 오늘 고재필 기자의 강연회를 갔다. 술자리도 가졌다. 그에게 질문했다. 미니스커트를 똥고치마라 격하시키며 여성비하발언을 했는데 어찌생각하냐? 대답은 기가막혔다. 지가 마초랜다. 순순히 인정하니 힘이 빠졌다. 할말이 없었다. 이 인간이 자기가 살면서 제일 하고싶지 않은 3가지를 말했다. 진보, 국회의원같은 리더, 그리고 나머지는… 나머지는… 지도 잊어먹었댄다… 뭐 아무튼간에… 이 인간, 기자로서의 삶과 기자가 되기 위한 삶….


5/27 3:00 a.m.
 일단 사과의 한 말씀. 이게 5분이라는 시간에 대한 감이 제대로 안서다 보니 할 말을 제대로 못했습니다. 죄송. 어쨌든 빨리빨리 넘어가겠습니다. 이걸 쓰다보니 정말 시간은 금이라는 게 느껴지네요. 제가 시립대학교 헌법학회에 들어가있는데 성신여대 헌법학회랑 조인트가 되가지고 이번에 헌법재판소에 갔습니다. 중간에 좀 졸고 헌법재판소 나와서 같이 카페가가지고 서로 얘기를 하는데… 아놔, 역시 난 미팅같은 건 할 체질이 아닌듯. 맘에 안들면 애초에 말조차 걸지 않는 타입이라 그냥 술마시는 자리 되기전에 나왔음. 맘에 드는 여자랑 1:1 상황이 되면 어떻게라도 해보겠는데 다수 : 다수의 상황에서 맘에 안드는 여자들만 있으면, 게다가 내가 막내라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겠냐고. 모든 남자, 여자들이 다 나보다 학번도 나이도 앞서있는데. 아놔, 왠지 억울함. 교수님이랑 함께하는 술자리에 불러낸 친구놈은 갑자기 문자를 먹더니 나중에 문자온 줄 몰랐다고 사과합디다.. 껄껄. 학교 커뮤니티에서 등록금많은 거 불만터트릴 바에야 그 시간에 알바나해서 등록금 벌라는 인간은 있는데.. 그건 아니지 않나? 사회구조적으로 대학갈 수밖에 없게 만들어놓고 


5/28 3:00 a.m.
 오늘은 2개의 사랑이 떠나간 날이다. 하나는 원래부터 나에게 있었고 서서히 분리되다가 이제야 완전히 떨어져나간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모습을 미쳐 다 보기도 전에 떠나가버렸다. 개화된 꽃이 시드는 건 분명히 슬픈 일이지만 채 피지도 못한 꽃봉오리가 말라 죽는 건 더욱더 슬픈 일이다. 가슴이 아픈 날이다, 오늘은.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촉박한데 하기가 싫다. 게으르고 싶다. 뭔가가 내 심장을, 내 머리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더 이상 심장은 뜨겁게 뛰지 않고 지성도 더 이상 자극되지 않는다. 마음은, 나의 마음은 왠지 알 수 없어 항구적으로 마치 런던의 안개처럼 흐려져 내가 누군지, 무얼 원하는 지조차 애매하게 만든다. 모든 게 망설여지고 모든 게 힘들어진다. 내가 나를 모르니 무얼 해도 의욕이 없고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총체적 난국. 언제부터인가 번뇌로인한 고통은 사라졌지만 고통이 사라진만큼 의욕도 사라졌다. 항상 고민하고 항상 생각하고 항상 괴로워했기에 어쩌면 나 자신이 나자신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고통이냐 존재냐. 끊임없는 딜레마. 그 어느 쪽도 손쉽게 피할 수도 선택할 수도 없는 선택지. 하지만 나는 내일도 살아가겠지. 그 어느 것도 선택하지 못한 채, 다만 선택되어진 상태로…


5/29 3:00 a.m.
 오늘 성신여대랑 같이 교류회를 가졌다. 돈암(성신여대 입구)역까지 가서 골목으로 들어간 후에 호프집에 들어가 식사도 같이하고 술도 같이 마셨다. 좋았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술자리 중 최고다. 물론 나는 시크한 도시남자라 번호따윈 얻어내지 않는다. 번호가져봤자 문자도 안할텐데 뭘…. 그럴바에야 그냥 이미지 관리상 냉정한 남자로 보이는 게 훨씬 낫다. 아 그리고 내 동아리인 헌법학회에서 난 김전일로 통하는데… 내가 꽁지머리를 해서 그렇단다… ㅠㅠ 아 그런데 버스타고 집에 오는 길에 깊게 잠이들어버렸다. 어렴풋이 깨어보니까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나에게 기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그냥 얼굴만 기대는 게 아니라 아주 몸을 밀착시켜서 (마치 부비부비처럼) 마치 내가 그 사람을 지탱해주고 있는 것같은 자세가 아니던가. ‘아, 드디어 나에게도 이런 행운의 순간이 오는구나!’ 하고 떨리는 가슴을 진정치 못하고 살짝 고개를 돌리는데…. 아놔, 남자. 아.. 짜증………………………………
게다가 이미 집까지 지나쳐가지고 집에오니 새벽1시였다. 아… 이건 뭐. 뭐 그래도 그남자를 대놓고 밀치지는 않고 그냥 가만히 뒀다. 어쩌면 나와 같은 실망을 그 남자가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 사람도 잠자는 상태에서 밀착했던 사람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면 크게 실망하겠지… 나처럼… 역시 진리는 여자다.


5/30 3:00 a.m.
 오늘은 고함 월례회의날~ 반성도 하고 앞으로 기사작성의 방향까지도 알아보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지금은 하고 있지 않지만 한 때 고함에서 기자생활을 하셨던 분도 알아보는 시간이다. 뭐, 각설하고 우리나라 요즘 전쟁분위기가 팽배해있다.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압록강에서라는 구호까지 나올 정도니 뭐…. 중요한 건 전쟁분위기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은 전쟁분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세력보다는 그러한 정치 전략에 문제의식없이 부화뇌동하는 우리나라 국민의식에 물어야할 것이다. 하.. 그나저나 이거 매일매일 새벽 3시에 쓰는 것도 노동이다. 바이오리듬은 다 깨져서 오늘 14시간 잤다. 꺼이꺼이… 새벽 3시 반부터 오후 5시까지 잤으니 말 다했지 뭐. 이런 기막힌 신체혹사 아이디어를 낸 나의 뇌에 박수를!


5/31 3:00 a.m.
 같은 학교 다니고 웹상에서 알게 된 어떤 누나가 있는데, 오늘 어떤 분이랑 사귀게 됐더라. 둘 다 내가 조금조금 아는 사람들이라… 흠…  중요한 건 6개월 동안 좋아하다가 그동안 다른 남자(이 사람도 내가 아는 사람, 사실 셋이 잘 아는 사이다)랑 누나랑 사귀는 모습을 감내했다는 거지. 뭐, 이런 순정남도 있다구. 그런데 누나가 사귀게 되니까 왠지 나랑 멀어지는 느낌? 뭐, 내가 딱히 누나를 열렬히 사랑했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그냥 헤어진 지 얼마 돼서 다시 사귀는 바람에 어쩐지 느끼는 거리감. 흠냐.. 거 있잖아 같은 친구사이에도 누구 한 명이 커플됐다싶으면 느껴지는 거리감 같은 거… 흠… 뭐 암튼간에.. 오늘 우울하네. 기사 써야하는데 계속 게임하고있어.. 그 전에는 동생이 하는 거 거들떠도 안보다가 우울한 김에 그냥 빠져서 했어. 재미도 없는데 그냥 했어. 중독되는 척 하고 했어. 흠.. 가끔씩 이러고 싶은 날이있어. 아니 빈도는 잦다고 해야 옳겠지? 난 나태해지고 싶은 날이 너무 많은 것 같아. 하…..  그냥 가끔씩 생각한다 내가 사회과학 분야가 아니라 과학쪽으로 가서 핵무기같은 거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 흠.. 그냥 편하게 잉여거리면서 살고싶은데, 나라가 날 내버려두지 않지.. 흠.. 작가나 해볼까나…


6/2 3:00 a.m.
 음… 일단 죄송합니다. 어제 못 일어났습니다. 꿀럭. 원래 새벽 3시까지 버티다가 글 쓰고 다른 일을 하거나 자는 편인데..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전날 밤샜습니다) 일단 자고 3시에 일어나면 되겠지하고 알람가지 맞추고 잤는데 못일어났습니다. 죄송합니다. 흠냐.. 뭐, 그래서 결국 이번이 마지막 글이 되겠네요. 오늘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 그냥 멍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저는 예전에 평범한 사람들과 평범한 대화를 하는 것조차 꺼림칙해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대화의 그 섬세하지 못함… 타인에 대한 일체의 고려도 없는 무자비한 언어폭력이 혐오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평범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만, 가끔 그 때의 저를 생각하면 지금의 나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됩니다. 내가 현실과 타협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진정한 나 자신을 속이고서 억지로 평범하게 살려고 하는 건 아니지… 시간이 얼마 없어서 자세히 설명하지 못하지만.. 아무튼 이런 저런 고민들을 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제가 어떤 존재가 될지, 어떤 존재가 되어야만 할지는 분명히 정답이 없는 문제일 겁니다. 어쩌면 그래서 재미있는 건지도 모르죠. 지금까지 고마웠습니다.



 재밌었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한다면 참 아쉬운 일이다. 새벽 3시에 300초 동안 글을 써야하는 내 처지는 재밌는데 막상 그래서 나온 글이 재밌지 못하다면 난 참 슬플 수밖에 없을 거다. 6월 1일에는 글을 못 쓰고 다음날에 쓰게 됐는데 이건 좀 눈감아 달라. 새벽 3시에 300초 동안 6일에 걸쳐서 글을 쓴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난 당신의 휴머니즘이 이를 너그럽게 받아들여줄 것이라 생각한다. 오타는 300초 후에는 글을 수정하면 안 된다는 규칙에 따른 것이다. 이 역시 기획의 일환으로 즐겨주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원하는 게 있다면 고함20이 가끔 이런 기획을 시도할 정도로 유쾌하고 재밌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만약 내가 이번에 쓴 글을 보고 조금이라도 연민, 동정, 기쁨, 슬픔 등의 감정을 느꼈다면, 당신은 20대의 감성을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때론 날 선 비판을, 때론 이런 뻘짓을 자행하는 우리 고함20을 계속 지켜봐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