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모든 선거가 끝났습니다. 북풍과 노풍이 만연했던 선거전이었죠? 그 때문에 이슈만 있고 정책은 없는 선거란 비판도 받았지만 사실 이번 선거만큼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선거도 오랜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개표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 하며 결과예측을 어렵게 만들었던 서울시장 선거는 많은 사람들이 새벽에 잠까지 설치면서 지켜본 한판 승부였습니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번 선거전이 월드컵 못지않게 재미있었다고 말하곤 하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는 우리들의 투표를 방해하는 많은 제도적 미비점들이 노출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투표율을 떨어트릴 수도 있는 방해요소들을 한 번 짚고 넘어가 볼까요?



1. 대학 내 부재자 투표의 문제점
 부재자 투표소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투표 당일 날 주민등록상의 거주지 근처에서 투표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되는 투표소입니다. 따라서 인구가 밀집되어있는 지역이면 학교나 관공서에 부재자 투표소가 설치되곤 합니다. 대학교는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2천 명이상의 학생들이 부재자 신고를 해야 한다는 상당히 높은 제약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국에서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한 대학교는 290개 대학가운데 고작 17군데 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대학교는 기준인 2천명에서 고작 300여 명이 모자라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죠. 또한 각 대학교의 학생 정원 수에 관계 없이 모든 대학교가 2천명이란 기준을 채워야한다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대규모 대학이 중소규모의 대학보다 훨씬 더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기 용이하죠. 게다가 이틀 동안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투표해야하는데 평일 동안 학과 생활을 하면서 투표를 하기엔 지나치게 시간제약이 많았습니다. 대학 내 부재자 투표에 대한 적절한 제도적 개선, 이만하면 그 필요성과 중요성을 아시겠죠?



2. 후보 사퇴에 대한 홍보 부족
 경기도지사 후보였던 진보신당의 심상정 후보는 선거를 불과 3일 앞둔 5월 30일, 결국 단일화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선거 레이스를 중도 포기하게 됩니다. 현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비판적 지지’는 옳다는 사람도 있을 테고 옳지 못하다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건 가치판단의 문제죠. 하지만 투표용지에는 나와 있으나 실제로는 사퇴한 후보의 이름을 알려 무효표를 막는 건 당연한 사실판단이자 선관위의 의무입니다. <공직선거관리규칙>에 의하면 투표용지 인쇄 후 후보가 사퇴한 경우, 투표소에 ‘후보자 사퇴 안내문’을 부착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이 안내문이란 것이 투표소 입구에 A4용지로 작게 붙여져 있는 것이 다였고 선관위는 현장에서 후보자 사퇴에 관한 일체의 설명도 없었습니다. 그 결과 유권자 수가 비슷한 서울은 무효포가 3만 표 정도인데 반해 경기도는 18만 표 정도나 됩니다. 결국 이러한 사태가 생긴 근본적인 원인은 투표용지가 인쇄된 후, 후보가 사퇴할 경우를 규정한 제도가 적절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심상정 후보의 경우가 두 번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보다 구체적인 제도의 완비가 필요합니다.


3. 20살 투표권, 누군 주고 누군 안주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질 수 있는 자격은 6월 2일 전에 태어난 만 19세 이상의 성인입니다. 대학에 입학했다면 이제 막 1학년이 된 새내기들부터 투표권이 주어지는 셈이지요. 하지만 모든 새내기들이 유권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로 6월 2일이라는 기준 때문에 올해로 성인이 된 수많은 20살 중에서도 누구는 유권자가 되고 누구는 유권자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투표를 하고 싶으나 투표권을 가지지 못한 20살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듯 유권자의 자격을 만으로 규정한 제도는 그 자체로 불합리합니다. 혹자는 만을 기준으로 유권자의 자격을 결정한 것은 성인의 기준에 따른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만 천만의 말씀. 이미 담배나 술 같은 기호식품은 만 19세가 아니라 양력으로 20살이 되면 구입할 수 있습니다. 성인의 기준이 변하고 있지요. 이번 투표는 특히 재미있었다고 하는데 이런 재밌는 축제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20살은 너무 아쉬웠을 것 같아요.



 이번 지방선거의 유권자는 38,851,159명이고 투표자는 21,166,894명입니다. 투표율은 대략 55%정도인데 15년 만에 기록한 가장 높은 투표율이라지만 여전히 낮은 것이 현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음을 질타하고 민주주의를 누릴 자격이 없다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관련 제도조차도 엄밀히 마련하지 않은 채 투표하지 않은 국민을 무조건적으로 몰아붙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 발견된 제도적 문제점이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본 후에 다음 선거에는 훨씬 더 투표 행위를 독려할 수 있는 투표 제도가 발전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