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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일의 기다림 : 장거리 연애 가이드


처음에 300일 특집에 맞는 기사를 쓰려 했을 때, 300일을 맞은 커플들을 위한 가이드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니 300일씩 3번이 지나간 900일차 커플에게 지난 300일의 실수와 다툼들은 너무 까마득해서 제대로 된 조언을 해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10개월 전 영국에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게 된지 300일 즈음이 되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기다리는 것에 대한 조언은 해줄 수 있지 않을까?



070 인터넷 전화는 필수


영국과 한국의 시차는 9시간이다. 9시간의 차이는 언제나 영국과 한국의 거리를 실감하게 한다. 남자친구가 잠이 들 시간에 나는 일어나고 남자친구가 학원을 마치고 돌아오면, 내가 잠을 잔다. 하지만 우리는 잠깐씩 나는 시간을 활용해 언제나 하루 1시간 이상 전화통화를 한다. 특히 한국시간으로 자정 즈음에는 길게 통화를 반쯤 의무적으로 하기 때문에 남자친구는 언제나 학원에 마치고 집에 돌아와 통화를 하고 나간다. 우리는 하루 있었던 일과, 오늘 길에서 본 고양이와 같은 사소한 이야기를 한다. 눈앞에 없고 만질 수 없다 뿐이지 언제나 함께 하는 기분이다.


먼 거리에 있다는 것을 잊게 해주는 대가로 남자친구는 8만원, 나는 10만원이 넘는 전화요금이 달마다 나온다. 남자친구가 070인터넷 전화를 신청해간 덕분에, 집전화로 거는 것과 동일한 요금을 적용받을 수 있지만, 커플요금제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던 우리의 전화습관 탓에 합쳐 20만원씩 낭비되는 돈은 장거리 연애의 걸림돌이다.



말로 안아주기


남자친구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통화할 때 특이한 표현을 많이 썼다. “○○야 내가 안아줄게.”라고 이야기 하며 “꼬옥”이라는 의태어로 자신이 나를 안고 있다는 것을 표현했다. 그 외에도 의태어를 참 많이 쓰는 편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는 언제나 저 말을 소리 내어 말할 때 마다, 두 팔로 정말 나를 안고 있다는 듯이 행동한다고 했다. 그 외에도 머리를 ‘쓰담쓰담’해주거나, 볼을 ‘부비부비’해주기도 한다. 혼자 허공에 대고 부비부비 하는 꼴이 남이 보면 우스울테지만  “꼬옥” 하는 소리를 들을 때 마다 나는 남자친구에 모습을 상상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혼자 눕기에 적당한 작은 침대에서 허공에 있는 나를 감싸 안고 포근한 미소를 짓는 남자친구가 떠오르면 나는 따뜻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성 친구 만나서 놀아!


우리는 개방적인 편이다. 우리는 평소에 어떤 친구를 만나는지 간섭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기만 하면 잠수를 타는 수많은 친구들을 겪어오면서 그렇지 않은 커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서로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만나고 싶은 친구들이 있으면 만나왔고 그건 떨어져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누굴 만났는지, 저녁에 무엇을 했는지 다 알고 있고 이성 친구를 만나도 솔직하게 다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어 우리의 신뢰를 공고하게 만들어 주었다. 덕분에 나는 혼자가 된 외로움을 새로운 이성이 아니라 남성을 포함한 친한 친구들과 보내며 해소할 수 있었다. 난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미팅도 허락받고 하곤 했다.



문화생활로 공감대 형성하기


멀리 떨어져 있다 보면, 생활과 관심사가 달라 대화할 만한 주제가 없거나,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며 이해해 주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 우리는 동시에 개봉하는 영화는 챙겨 보고, 관심 있던 영국 드라마를 시청하며, 공통 관심사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원체 문화생활에는 열심히라서, 영국의 국민드라마인 <닥터후>의 매주 방송을 챙겨보며, 혹은 같은 책을 읽으며 꾸준한 공통 관심사를 만들었기에 서로와의 대화가 언제라도 따분하지 않았다.



서로에게 끊임없이 신경 쓰기


[사진1] 남자친구가 필리핀에 들렀을 때 썼던 일기겸 편지의 일부
초반에 쓰다 말긴 했지만, 남자친구는 편지형식의 일기를 써서 보내줬다. 그걸 통해서 나는 실제로 그 곳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남자친구의 현지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다 알아들을 수 있는 배경지식이 되어 주었다. 가끔 네이트온 화상채팅도 하며 얼굴을 확인하고, 크리스마스때는 카드도 받았고, 생일 때는 직접 쓴 소설도 선물로 받았다. 나 역시 생일 때 편지로 채운 노트를 보내주었다. 이러한 사소한 정성이 서로를 서운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난 원래 어렸을 때부터,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을 유난히 싫어했다. 이제는 별로 싫어할 필요가 없다. 내가 체험으로 증명했으니까. 오히려 마음이 정말 가까워진 300일이었던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례라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연애든 스킬만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전화기로도 전해질만한 서로에 대한 커다란 진심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내가 소개한 방법들도 유효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5 Comments
  1. 엘렝

    2010년 6월 17일 07:01

    전화비 그만큼 나오지 마시고 skype 하세요!

  2. 2010년 6월 17일 07:03

    넹. 스카입 강추욤 🙂

  3. 갠생각

    2010년 6월 17일 08:25

    갠적으로 음…이건 아닌듯

  4. 2010년 6월 17일 23:14

    저도 장거리(국제) 연애를 한적있어서 너무 공감가네요!

    저희도 매일 한시간도 넘게 전화를 했는데요. 맨날 전화하면서도 뭐 그리 할말이 많던지^^
    또 전화하고 싶을떄 맘대로 전화할수가 없으니까요 (12시간 차이!) 맨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전화했답니다~

    지금은 다행히도(?) 한시간 거리로 좁혀졌답니다! 8개월동안 못보다가 요새는 일주일에 한번정도 본답니다~~

    장거리연애가 조금 외롭기는 하지만 지금은 좋은 추억이예요~

  5. Nalda

    2010년 7월 14일 07:43

    말로 안아주기- 정말 좋은 느낌이라는거 공감해요^^
    장거리 연애중은 아니지만 저 말들과 행동이 주는 행복감은 언제라도 느낄 수 있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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