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성애를 이야기하다



10년 전 어느 날, 잘 나가던 개그맨 한 명이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 하고 연예계를 떠나야했었다. 그로부터 1년 후, 화장품 광고 속 어떤 여자가‘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하며 데뷔했다. 위의 이야기는 홍석천과 하리수의 이야기다. 홍석천은 2000년에 커밍아웃 한 후 연예계에서 퇴출당한 후 이태원에서 외식사업으로 크게 성공했고, 하리수는 몇 년 전,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다.

‘커밍아웃’이란,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일로 영어‘come out of closet’에서 유래한 용어로, 번역하면 ‘벽장 속에서 나오다’라는 뜻이다. 교과서 다음으로 가장 느리게 바뀐다는 TV에서 조금씩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영화 <왕의 남자>의 공길이는 여자보다 더 예뻤기에 사랑 받았고,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은찬이는 당연히 여자니까 한결(공유)를 사랑하는 것이 용납 되었고, 어쩌면 자신이 게이일지도 모른다는 고민에 빠져 시름시름 앓는 한결이 애틋해보였다.

이 글에서는 동성애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 영화,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영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 Memento Mori>


1999년 겨울에 개봉한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이하 여고괴담2)는 여고생의 동성애를 그리고 있다. 여고괴담2는 학교 안에서 유명한 커플인 유시은(이영진)과 민효신(박예진), 국어선생님과 학교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는 흥행에서 좋은 성적도 거두지 못하고, 비평가들에게도 그렇게 좋은 평을 받은 작품은 아니다. 또한 ‘두 번째’에서 알 수 있듯이 태생적 한계성을 가진 속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매력적인 이유는 여고괴담 2가 아닌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전편과는 차별화된 모습으로 속편을 이어나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원래 이 영화를 처음 만들 땐 제목에‘여고괴담’을 붙이지 않으려고 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와 <아일랜드>를 통해 많은 매니아층을 형성한 인정옥 작가가 써서인지 많은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후회하지 않아>



얼마 전, MBC의 <선덕여왕>에서 ‘비담’을 연기한 김남길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다시 주목받게 된 2006년에 개봉한 영화이다. 몇 년 전, 이 영화의 감독인 이송희일은 퀴어영화제에서 “퀴어가 퀴어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라는 말에 영화가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이송희일 감독은 커밍아웃한 게이이다.)


영화의 50% 정도는 밤이거나 어두운 실내라, 마이너적이기도 하다. 퀴어영화인지라 동성 간의 정사씬도 꽤 나오고 스토리전개상 전체적으로 많이 어두운 영화이다.


첫 만남에서부터 사랑에 빠지고, 호스트바에서 고객으로 만나고, 일하는 곳에 찾아와 난동을 부리고……. 7,80년대 호스티스물의 서사전개를 그대로 빌려왔다고 한 감독의 말에도 놀랄 만큼의 진부한 설정들이 난무한다. 그럼에도 용서되는 건 역시 진지하게 이야기를 풀어낸 ‘퀴어가 만든’‘퀴어 멜로’이기 때문일 것이다.






TV 영화, <램프의 요정>


채널 CGV에서 <에이틴>이라는 타이틀의 4부작 영화 중 한 편이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김동욱이 주연을 맡았다. <후회하지 않아>에 비하면 굉장히 상큼하고 발랄한 열일곱 살 남고생의 동성애를 풀어나간다. 어찌 보면 단순히 퀴어영화라고 치부해버리기도 뭐한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김동욱은 이 영화를 통해 <커피프린스 1호점>의 하림이 역할로 캐스팅 되었다고 한다. 정말로 영화 속 김동욱분의 ‘기범’과 ‘커프’의 하림이 캐릭터가 꼭 들어맞는다.


(‘커프’이윤정 감독의 인터뷰에 의하면 이선균의 매니저가 추천해서 영화를 보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끝까지 다 보게 됐고, 김동욱을 캐스팅 했다고 한다.)


너무 가볍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퀴어영화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이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1983년에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한 연인이 2001년, 다시‘환생의 인연’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는 과정을 그린 김대승 감독의 영화.”

서인우(이병헌)는 자신이 담임을 맡은 반의 현빈(여현수)에게 17년 전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인태희(이은주)를 느끼게 되면서 호감을 갖게 되고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낀다. 개봉 당시엔 동성애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만 남녀의 운명적 사랑이 긴 여운을 주는 멜로영화라는 호평을 받았고 백상예술대상, 청룡영화상, 대종상영화제 등에서 여러 상을 수상한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이다.

한국사회에서 민감한 동성애란 부분을 불교의 윤회사상을 첨가하여 대중에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진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 주위엔 성소수자 친구들이 몇 명 있다. 그 친구들에게 요즘 드라마나 영화에서 퀴어물이 등장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하나 같았다.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아서 좋아”


성소수자들에게 주어지는 질문은 늘‘누구를’사랑하느냐, 이지만 정작 사랑을 하는 모든 이에게 중요한 질문은“어떻게, 얼마나”사랑하느냐 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