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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복, 실용적 패션인가 패션 테러리즘인가

엄마 손을 잡고 유치원을 향하는 꼬마들의 원복부터, 일터에서 맞추어 입는 작업용 유니폼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평생 수많은 단체복을 몸에 걸친다. 단체복의 목적은 회사나 학교 등의 단체에서 성원의 소속감을 높이거나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 그런데 사람들은 이러한 목적과 관련된 상황이 아닌 ‘평상시’에도 평상복 대신 단체복을 입음으로써 경계를 허물기도 한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상식을 깨뜨린 패션 단체복, 과연 실용적 패션인가 패션 테러리즘인가. 패션으로써의 단체복에 대한 논란, 지금부터 한 꺼풀씩 뜯어보자.

 UP ☞ 잠시 ‘차려 입기’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걸 입으면, 또 저걸 입으면 남에게 내가 어떻게 보여 지는지를 매일 아침 고민하는 일이 너무도 힘겨울 때 우리는 단체복을 찾게 된다. 단체복을 입는 순간, 우리는 잠시 ‘패션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단체복을 입는 행위 그 자체로 내가 지금 의복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갑曰, ‘너 옷 입는 게 그게 뭐냐?’. 그러자 을曰, ‘나 신경 쓴 거 아닌데?’. 이런 시나리오다.

패션 센스의 결핍을 오히려 당당함으로 승화시키는 이 상황에서는 자신감 있는 태도가 필수다. 내가 산 옷 내가 입는다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는 마인드를 가슴 속 깊이 장착하는 것이 포인트다. ‘과티 살 때 돈 낸 게 아까워서 한 번 입고는 못 버리겠단 말이야!’, ‘입을 옷이 딱히 없어서 그냥 무난하게 학교 올 때는 이런 거 입어도 되잖아?’ 따위의 어설픈 변명을 뱉는 순간 ‘차려 입기’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건 물거품이 되고 만다.



마땅히 입을 옷이 없다 싶은 날엔 단체복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sakunja7/30049571274)



 DOWN ☞ 얼마나 옷이 없었으면… 패션이라 부르기도 민망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체복을 일상생활에서 입는다? 조금은, 아니 많이 부끄럽지 않은가. 튀는 컬러에 촌스러운 문자 디자인 프린팅으로 무장한 단체복. 어쩔 수 없다. 단체복을 입은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는 학교 주변이나 특정 장소라면 모를까, 명동, 홍대, 그리고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단체복을 입은 사람은 레이디 가가 스타일의 어깨 죽지를 달고 다니는 패셔니스타 만큼이나 큰 관심을 받게 된다.

관용이 넘쳐나는 똘레랑스의 화신이라면 그러려니 하고 지나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에게 유난히 관심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라면 분명히 그가 입은 단체복을 두고 한 마디씩 수군거릴 게 안 봐도 비디오다. 편하게 입고 싶어서 그랬을 거라는 생각보다는 얼마나 입을 옷이 없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건 사실이다. 게다가 자신의 개성 없이 남들과 맞춰 입은 옷을 똑같이 입는 것 자체가 촌스러움의 극치다.



이런 패셔너블(!)한 호피무늬 과잠도 있다!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darkangel13/50085910919)


 UP ☞ 어쨌든 중간은 가는 패션 아이템!

그러나 촌스러운 색깔에 무식하게 쓰인 글씨가 엣지를 주는 단체복은 이미 옛날이야기! 요즈음의 단체복은 나쁘지 않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단체복 주문 시에 직접 디자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서, 천편일률적이고 어디 가서 입기 부끄러운 단체복보다는 심미적으로 뛰어나면서도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의 단체복이 많아졌다.

게다가 단체복은 티, 후드, 점퍼 등과 같이 언제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기본적인 아이템들로 만들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입어도 중간은 가는 아이템이 된다. 심지어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한 벌씩은 소유하고 있는 야구 점퍼는 연예인들이 입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을 정도다. 후드티를 필두로 한 여러 가지 티셔츠(심지어 목 늘어난 티셔츠라도 좋다), 그리고 청바지와 함께 ‘과잠’을 입는 순간 적어도 패션 테러리스트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단체복을 입는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패션에 무감각한 사람으로 분류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사실 나름 신경 쓴 복장이다.



그룹 샤이니 온유가 입고 있는 야구잠바는 대학생들이 맞추는 과 잠바의 클래식!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onewla/20103679965)



 DOWN ☞ 어설픈 우월감의 표현일 뿐!

단체복으로 패션 테러리스트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음, 나름의 일리가 있는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단체복이 기본적으로 가진 특성을 생각한다면, 쉽게 중간 정도 갈 수 있다고 해서 단체복을 자유롭게 입는 건 에러다.

단체복의 특성상 옷에 어떤 특정한 글자가 새겨지기 마련이다. 바로 단체복의 정체를 스스로 나타내는 글자들이다.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서 의도된 것이든, 그냥 디자인하다 보니 의도하진 않았지만 빚어진 것이든 간에 단체복에는 그 단체에 대한 자부심이 어느 정도 깃들어있기 마련인 것이다.

실제로 길거리에서 입시 커트라인 상으로 상위권 대학의 대학 점퍼는 많이 볼 수 있지만, 중하위권 대학의 대학 점퍼를 찾기란 쉽지 않다. 같은 학교 내에서도 자존심 강한 학과의 학생들이 더 자주 단체복을 착용한다. 제3자의 눈으로 봤을 때 아무리 입은 사람이 그런 의도가 없다 하더라도, 어설픈 우월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 다른 대학의 유흥가를 학교 단체복을 입고 활보해 놓고, 자신이 ‘용자’였다고 떠드는 건 패션 테러리즘 그 자체다.


페르마타
페르마타

청년/저널리즘/문화 연구자. 페르마타 = 그 음의 길이를 2~3배 길게. 마쳐라.

2 Comments
  1. 취미,부업,각종 정보 수집

    2010년 7월 15일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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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roripop

    2010년 11월 18일 07:29

    그냥 듣보대학 듣보과 다니면서 과잠 당당하게 입고 다니는 저는…

    그냥 눈치가 없는 건가요? ㅎㅎㅎ 4만원짜리 잠바라 소중히 아끼는 거지일뿐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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