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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인 남성들이여 마초가 되지 말아라

주변을 둘러보면 정치적으로는 매우 진보적인 소리를 내면서도 가족관계나 남녀관계에서는 진보적이지 못한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이것도 하나의 클리셰가 되어 집안의 꼰대가 되어버린 이전의 혁명가들이 나오는 영화들도 많다. 하지만,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처럼 민주주의의 진정한 실현은 개인과 가족부터 올 수 있는 것이라, 가정 내의 민주주의적 태도는 나라의 민주주의 정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국민이 진보적인 발걸음에 더딘 이유도 이러한 일상생활의 가부장성이 정치적 사고를 할 때도 비슷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만 이러한 현상이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가부장제는 전 세계적으로 가족 구성원들의 관계설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할 때 가족의 의사결정이 우리와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컬쳐쇼크를 받는다. 우리는 보통 이것의 범인을 유교로 지목한다. 하지만 유교에 가장 많이 영향을 받았다는 동북아 3국을 대상으로 한 질문에 의하면 남성이 여성의 가사 일을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국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비중이 중국의 0.4% 에 비해 12.5배나 높았고 일본의 1.5%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5%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가정에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이유들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의 핵심이 경제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경제적 상황이, 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어 민주주의를 더디게 만드는 것이다.

아내와 남편의 문제

사진 출처 : alpha1023.egloos.com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 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다. 진정한 남성은 여자를 책임진다는 개인에게 적용되는 통설이나, 여성에게 더욱 높은 취업 장벽과 같은 사회적인 문제 때문이다. 결혼하면 아내가 집에서 집안일을 하기를 바라는 남성들도 가사노동을 인정해 주기 보다는 경제력을 통해 가족 내의 권위를 거머쥐는 경우가 많다.. 돈이 가정 내의 발언권에 있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는, 퇴직 전과 퇴직 5년 후의 가장의 당당함의 크기를 떠올리면 쉽게 알 수 있다.

남성지배적인 사회에서 여성들의 인식도 문제다. 돈 잘 버는 남편을 만나 남편 돈으로 취미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일에 성공한 여자보다 더 성공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게 되면 부부간의 민주적인 의사소통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보편적인 인식은 여성들로 하여금 부부관계 개선의지를 감소시킨다. 반면에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자신의 의지가 센 여성일수록 남녀불평등에 대한 부당함을 잘 느끼기 때문에 남성들은 “기가 드센 여자보다 멍청한 여자가 낫다”를 외친다.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의 경제 활동 비율이 낮다는 것, 만약 경제활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평균 임금이 현저하게 낮은 현 상황은 가정의 경제적 의존이 남편을 중심으로 하게 되어, 우리나라에서 부부간의 의사소통이 가부장적인 체계에 따르게 되는 원인이 된다.

부모와 자식의 문제

우리나라 부모자녀관계의 특징 중 하나는 부모가 부담하는 자녀의 교육비가 줄기는커녕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풍토는 부모에게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 모성애와 부성애를 강요하는 사회도 문제지만, 우리나라의 유난히 높은 대학 등록금과 사교육비는, 20대 자녀들의 부모의 부담을 가중한다. 이는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민주적이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부모는 자식을 양육하면서 자식에게 많은 것을 양보하게 되고 그로 인한 희생의 보답을 다시 자식에게서 구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인생의 전부인 부모들이 많은 탓이다.

인생의 전부인 아이가 자신들의 뜻을 따라 주기를 원하는 마음은 어찌 보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부모들이 아이의 양육 외에 다른 관심사와 취미, 자신만의 생활을 지닐 수 있는 사회는 우리나라에서는 먼 것이다. 사교육비와, 대학 등록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20대의 독립이 힘들어 질수록 자녀의 성장에 대한 책임이 부모에게 지워질수록 가정 내의 의사소통 체계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역설적인 상황에 처한다. 가정에서 출발한 보수적인 사고관이 정치영역의 사고에도 적용되어 제도적, 사회의식적인 진보를 가로다. 하지만 가정의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것은 여성의 경제진출을 어렵게 하는 무제 비싼 등록금과 사교육비와 같은 사회적 문제들이다. 순환적인 작용을 하는 것이라 어느 한 쪽을 먼저 바꾸기가 힘들다.

이러한 일상생활의 진보를 위해,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위치에 있는 남녀들이 더 힘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권력있는 남편이나 부모가 되어도, 민주적인 의사소통에 힘을 쓴다면 원하는 세상에 한 걸음 더 다가갈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기를 바란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5 Comments
  1. 누가 들으면

    2010년 7월 20일 08:13

    누가 들으면 서양 여자들은 노브라에 옷 거의 안입고 다니는줄 알겠는데요

  2. 고함20

    2010년 7월 23일 05:42

    * 일상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말아 주셔요. 2년 쯤 전이다. 남자친구와 평소처럼 카페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여느 커플처럼 가상의 미래를 그리기도 하고 실없는 질문을 주고받기도 하다가 내가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다. “우리 아이 낳으면 이름은 어떻게 지을까?” 남자친구는 1초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되물었다. “누구 성을 따를 건데?” 나름 남녀평등에 대한 이상이 확고하여 데..

  3. 고함20

    2010년 7월 23일 05:43

    주변을 둘러보면 정치적으로는 매우 진보적인 소리를 내면서도 가족관계나 남녀관계에서는 진보적이지 못한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이것도 하나의 클리셰가 되어 집안의 꼰대가 되어버린 이전의 혁명가들이 나오는 영화들도 많다. 하지만,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처럼 민주주의의 진정한 실현은 개인과 가족부터 올 수 있는 것이라, 가정 내의 민주주의적 태도는 나라의 민주주의 정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국민이 진보적인 발걸음에 더딘 이유도..

  4. 고함20

    2010년 7월 23일 05:43

    얼마 전 그룹 4minute의 멤버 현아가 위와 같은 옆이 트인 티셔츠를 입고나왔다. 이 차림을 본 사람들은 현아를 크게 비난했다. 내가 자주 방문하는 여초카페에서는 댓글로 어떻게 저런 옷을 입을 수가 있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현아가 미성년자라는 사실도 한 몫 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크게 문제가 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해변에서는 누구나 입을 수 있는 비키니로 중요 부위를 모두 가리고, 위에는 티셔츠에 바지까지 입은 의상이었다. 하지만..

  5. 고함20

    2010년 7월 23일 05:44

    나는 여자들보다 남자들과 더 잘 어울려 다니는 편이다. 내 성격이 세심하지 못한 탓에, 덜 예민한 남자 아이들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친구들과 지내면서 여자로서 불쾌한 편견이나 사고를 드러내는 대화의 중간에 끼게 될 때면, 좋은 사이는 어디로 가고 다른 성별의 벽을 실감하게 된다. 그런 때가 많아 앞으로도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오늘 이야기 해볼 주제는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의 ‘색’에 대한 남자들의 편견이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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