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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 부활의 청신호, KBS드라마 스페셜

올 상반기 ‘파스타’에서 버럭 버럭 소리 지르는 쉐프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냈던 이선균. 이선균은 ‘커피프린스’에서 감미로운 목소리를 겸비한 부드러운 남자 한성 역을 성공적으로 해냄으로써 대중적인 인지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그 이전에, 그의 대중성을 한 포인트 높여주는 데 기여한 드라마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태릉선수촌.’ 태릉선수촌은 MBC 베스트극장 시리즈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작품이다. 아쉽게도 MBC 베스트극장은 시청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폐지되었고, 똑같은 이유로 KBS 드라마시티도 폐지되었다. 두 프로그램은 시청률은 저조하지만 웰 메이드(well-made) 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상당수의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었다. 마니아층의 한 사람인 난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막장 드라마들의 틈 사이에서 오래전에 종영된 단막극들을 다시 보곤 했다. 일명 단막극 앓이. 단막극 앓이를 하던 내가 쾌재를 부를 일이 생겼으니 그것은 바로 ‘KBS 드라마 스페셜’ 탄생.

KBS 드라마 스페셜은 5월 15일 노희경 작가의 ‘빨강 사탕’을 필두로 하여 7월 17일 방송된 제 8화 ‘비밀의 화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KBS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6개월 간 “도전 정신”에 입각해 “최고의 완성도”를 지향하는 단편 드라마를 방송하고, 이를 통해 획득한 소재와 역량을 모판 삼아 4부작, 8부작, 12부작 등 유연한 연작드라마 혹은 주간 시추에이션 물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6개월간 제작할 총 24편의 삼분의 일 지점에 이른 지금 KBS 드라마 스페셜은 입소문을 타고 있다. 입소문이 급물살을 타서 더 많은 단막극이 부활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작디작은 바람이다.



신선한 연출과 내용 그러나, 사랑에 한정된 소재.

단막극이 미니시리즈나 주말극과 차별화되는 점은 실험적인 드라마 생산과 다양한 소재 개발을 가능하게 한다는 데에 있다. 8화까지 방영된 지금, 연출과 극 내용은 신선하고 실험적이다. 1화 ‘빨간 사탕’ 은 아침 드라마에서 볼 법한 단순한 불륜드라마가 아니었다. 애절함을 전달하는 방식이 여타 드라마와 사뭇 달랐다. 남자를 유혹했던 빨간 사탕은 여자에게 선물하는 유리병 속의 빨간 사탕으로 치환된다.

대사 하나하나에도 공들인 것이 눈에 띤다. 4화 ‘조금 야한 우리 연애’ 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헤퍼야 사랑이다.’ 7화 ‘위대한 계춘빈’ 의 대사 ‘사랑하면 사랑만 해야 하는 거잖아요. 미워하고 욕심내면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사랑하면 좋은 마음만 가져야 하는 거잖아요.’ 가 그러하다. 그러나 소재가 ‘사랑’ 에 한정되어 식상하다. 예전에는 단막극 하면 실험적이고 기대할 만한 내용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미니시리즈의 트렌드를 의식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들이 말한 “도전 정신” 이란 허공에 떠도는 아우성에 불과한 것인가.

감동은 있으나, 짧고 늦다.
시청자 인내심 테스트하나?

단막극은 영화의 장르에 근접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내포하고 있다. 영화가 1시간, 길면 2시간 반정도 전개되는 동안 관객에게 충분하게 완결된 만족을 주어야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TV 단막 드라마 역시 주어진 시간(70분 혹은 90분) 안에 단편의 형식으로 집중된 주제를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감동’을 일으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분명히 감동은 있다. 그러나 7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이야기를 전개하다보니 60분 즈음 이르렀을 때 감동의 물결이 밀어닥친다. 10분간의 감동을 맛보기 위해 60분의 지루함을 견딜 시청자는 몇 없다. 리모콘의 버튼을 누르며 채널을 왔다 갔다 하는 시청자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 버팔로 66의 마지막 장면(출처 : http://cafe.daum.net/thistooshallpass/4fjI/151?docid=1ArTt|4fjI|151|20090220064622 )

100분간의 지루함 끝에 마지막 10분에 진한 감동을 선사한 영화 ‘버팔로 66’ 이 떠오른다. 출소한 남자가 살인하겠다는 마음을 접고 그를 진정으로 사랑해 준 여자에게 하트모양의 빵을 사가는 대목은 감동의 쓰나미를 몰고 온다. 가게의 모르는 손님에게 하트모양의 빵을 사주겠다며 호들갑 떠는 모습은 보는 관객마저 들뜨게 한다. TV 단막 드라마가 영화의 장르에 근접하기는 하나 영화와는 분명히 다르다. 영화는 극장이라는 곳에서 상영되지만 드라마는 앞에 TV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제한된 극장이 아닌 채널을 돌릴 수 있는 개방적인 안방극장에서 상영된다. 다양한 선택권을 지닌 시청자는 관대하지 않다. 동시대에 방영되는 프로그램 중 시청자의 눈길을 끌 만한 채널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단막극들이 더욱 활개치기 위해서는 시청자의 관심 또한 외면할 수 없는 법. 시청자의 인내심은 강하지 않으니 조금 더 깊고 강한 감동을 달라.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2 Comments
  1. 와...

    2010년 7월 21일 11:16

    이런 다양한 글이 문화,연예면 기사에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어요~
    공감하며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2. 재미와 감동의 양면성

    2010년 7월 21일 18:30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 연출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 촬영감독이 담아내고자 하는 영상…재미만을 추구하다보면 남는게 없고 감동만을 주자니 재미가 없고…그 경계의 한가운데서 얼마나 줄타기를 잘 해낼 수 있을 지… TV문학관도 다시 보여주던데 모쪼록 단막극이 시청률에 울고웃는 코너가 안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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