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하기

무한 다이어트, 여성들은 왜 스스로를 학대하는가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주인공 브리짓은 통통하다. 브리짓은 자신이 뚱뚱하다는 이유로 연애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탄한다. 그러나 브리짓에게 두 남자가 다가오고 브리짓은 완벽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완벽한 남자 ‘다아시’가 브리짓에게 건네는 사랑의 말은 ‘저는 당신 그대로가 좋습니다.’ 이 대목에서 많은 여성들은 의문을 가진다. 과연 뚱뚱한 내 몸을 사랑해 줄 완벽한 남자가 현실에 있을까. 그리고 자신이 정상 범위의 몸무게임에도 불구하고 1키로라도 더 감량하기 위해 살과의 전쟁에 뛰어든다. 대한비만학회가 실시한 ‘비만에 대한 인식도 및 태도’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로 봤을 때 정상체중(18.5~22.9) 여성 26%가 ‘비만하다’고 답변했고, 정상체중 여성 52%는 ‘최근 1년간 체중감량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과도한 다이어트 열풍, 갈수록 거세지는 이 바람을 페미니즘 시각에서 진단해보고자 한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 열정과 애정(2004)



가장 큰 문제는 여성의 외모관리, 몸 관리가 철저하게 남성적 시선과 권력에 의한 것인데도 그와 같은 사회적 맥락이 가려진다는 점이다. 여성들 자신이 육체를 남성의 관음증적 쾌락의 도구로 전시하는 데 열중함으로써 성적 대상화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남성 지배 문화를 강화하게 된다. 남성들과 사회적으로 동등한 주체가 되려는 여성들의 욕망과 힘겨운 노력의 소산인 몸 관리는 ‘자기만족’을 위한 ‘자기관리’의 일환으로 치부된다. 그럼으로써 저항의 가능성은 봉쇄되고, ‘외모가 곧 권력’ 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수용함으로써 오랜 성별 권력관계를 몸을 통해 재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의 이데올로기에 순응하는 것이다.’ ‘육체산업의 이윤추구에 예속되는 것이다.’ 등 이와 같은 비판에 모두 공감하면서도 다이어트를 비롯한 외모관리에 여성들의 외적, 내적 자산이 쏠리면서 여성들이 갖고 있는 다른 다양한 자원과 능력은 보잘것없는 게 되어 버린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2006)



두 번째,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해 여성들이 겪는 물리적, 심리적 고통이 어마어마하다. 다이어트 식품이나 약품을 남용하거나 오용해서 나타나는 부작용은 영양결핍, 골다공증, 각종 부인병을 유발하고 심지어 죽음을 야기할 만큼 심각하다. 심하면 거식증, 폭식증 같은 신경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페미니즘 이론가나 정신분석학자 중에는 여성의 신경성 거식증을 가정에서 출산과 양육을 담당해야 하는 모성적 여성성에 대한 반항의 표현으로 보기도 한다. 밋밋하고 중성적인 마른 몸에 대한 선호가 자기 절제 및 관리같이 통상 남성적 능력으로 평가되던 것을 전유하는 행위로 평가한다. 그들의 분석에 의하면, 신경성 거식증과 폭식증은 가부장제 사회에 대한 항의인 동시에 순응이라는 양가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심리적 고통과 관련하여 더 문제인 것은 외모관리가 실패했을 경우 그것을 개인적 능력의 한계나 의지력 부족 탓으로 치부하면서 자기비하나 자기혐오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연예인 박봄의 경우, 활동 휴지기에 선보인 무대에서 노출된 뱃살 때문에 네티즌들의 ‘자기관리 못 했다.’ 는 질타를 받았다. 이후 그녀가 상추다이어트를 통해 몸매를 회복하자 ‘박봄 상추다이어트’는 실시간 검색 1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세 번째, 다이어트는 젊은 여성의 몸, 날씬하고 아름다운 몸을 이상화함으로써 여성의 사회문화적 생명을 단축할 뿐만 아니라 그렇지 못한 여성들을 타자화한다. 젊거나 예쁘지 않은 여성을 타자화하고 가부장제 사회, 소비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의 몸을 동질화함으로써 외모관리와 그에 따른 소비문화의 팽창이 마치 여성들 간의 경쟁에서 비롯된 것인 양 호도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 아이돌의 몸매에 대해 ‘너무 말라서 별로.’고 생각하는 댓글이 달리면 ‘오크년들이 꼭 분개한다.’ 는 남성들의 무차별적인 폭격이 뒤따르기도 한다. 모든 여성이 마른 몸을 선호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마른 몸을 선호하고 서로 경쟁한다는 인식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도한 다이어트 열풍은 노출을 할 수밖에 없는 계절인 지금,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 달 만에 10키로 감량’이라는 광고문구와 ‘60kg→45kg 된 주부’ 라고 소개하는 인터넷 플래시 영상은 여성들의 다이어트 욕구를 한층 더 돋우고 있다. 건강을 위한 감량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남들이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서 동참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다이어트 열풍이 고착화되면 될수록 여성은 테두리 지워진 우리에 갇힐 수밖에 없다. 테두리에서 벗어나 여성의 목소리를 하나둘 높이는 것은 여성 개개인의 행동에 달렸다. 여성이여, 하루빨리 남성적 시선에서 탈피하고 고통의 올가미를 벗어던지자.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7 Comments
  1. 행인

    2010년 7월 22일 04:22

    그렇다면 남성 몸짱, 짐승남 열풍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을 하시는지??
    자본주의가 심화되면서 금권력이 남성성을 대체하게 되고
    금권력을 소유하지 못한 자가 자신의 외모를 가꾸어 금권력에 접근하고자 하는 현상은
    과거에는 여성에게 국한된 현상일지 모르지만, 성적 평등이 이루어져 감에 따라
    이제는 더이상 남성이 금권력을 독점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뿐 아니라 남성 또한 소비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는 현상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단순히 성별을 양분해서 남녀 대결적인 구도의 담론을 재생산하는 과거 페미니즘이론의 유효성은 한계를 노정할 수 밖에 없음.

    • ..

      2010년 7월 22일 07:04

      일리는 있지만 아직도 다이어트하면 여성을 떠올리게 됩니다. 남자 연예인이 다이어트때문에 이슈화된 사례는 거의 없지요.
      남성 몸짱 짐승남과 같은 열풍은 성적 대상의 개념이라 본다면, 일반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회에서 ‘넌 남성 몸짱이 되어야한다’고 종용하지는 않습니다. 단순히 남자가 다이어트한다고 하면 성적인 어필을 위해 한다고 생각하기 보다 자기관리를 위해서 한다고 인정하는 면이 많습니다. 그런데 여성의 다이어트는 당연하다고 보고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유도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는 시각은 팽배해있습니다. 그것을 간과하면 안되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런 견해는 회자 될 수밖에 없습니다.

  2. 떠버기

    2010년 7월 22일 04:27

    타자화라고 하셨는데 타자의 개념은 굉장히 넓고 자칫하면 부정적인 의미로 생각하기 쉽지만 타자라는 건 단순히 개인 자신과 대칭되는 의미가 아닌 연결로 매개되는 다른 대상을 의미합니다. 우상도 타자가 될 수 있는 것이고 다른 여러가지의 매체들도 타자화가 가능한데 위에처럼 타자화 자체를 부정적인 의미로 쓰신다는 건 좀 -_-;;

    • 김쥬

      2011년 5월 12일 15:34

      ‘타자화’라는것은 나와 다른 타인의 ‘타자’에서 비롯된 단순한 명사가 아닌 이론적 용어입니다.
      떠버기 님께서 말씀하셨다시피 ‘타자화’라는 용어자체는 사실 부정적인 의미가 아닙니다. 하지만 여성의 성에 관해 타자화를 논할때는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여성이 스스로를 타자화시켜 주체성을 갖지못하는 듯 행동하지만, 이는 사회의 권력과 문화적인 영향이 만들어낸 현상입니다. 그러므로 이부분에선 적어도 타자화가 긍정적인 의미로 쓰일 수 없겠죠..

  3. 공감하기 어렵네요

    2010년 7월 22일 22:34

    남자들이 솔직히 대놓고 날씬한 여자를 좋아하는 반면..
    여자들은 대놓고 말하지는 않아도 남자와 똑같습니다. 배나오고 아저씨 스타일의 남자 좋아하는 여자는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만을 사랑해주고 유머있으며 경제적능력까지 있는 남자를 좋아하죠? 그래서 서른이 넘어서 결혼이 급해지면 선을 보면서도 자연스럽게 이미 나이가 들어버린 남자를 싫어하는 겁니다. 그러다 노처녀 되는거고..

    여자분들의 다이어트에 가장 영향을 미친건 오히려 TV같은 미디어의 영향이 큽니다. 정말 날씬하게 아니라 심하게 말랐다고 말할수 있을 정도의 많은 연예인들이 TV만 틀면 여기저기 나오니 아름다워 지고 싶은 여자의 본능이 그것을 따라가게 되는 거겠죠. 요즘 여중생처럼 어린 친구들도 걸그룹을 따라서 핫팬츠 입고 돌아다니지 않습니까? 그것을 남자중학생 아이들의 강요에 의해 입었다고 볼수 있을까요?

    • 아니죠

      2010년 7월 24일 15:53

      여중생이 핫팬츠를 입고 다니는 것이 어째서 걸그룹을 따라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개방적인 패션트렌드의 영향이라면 또 모를까, 그리고 남자중학생의 강요에 의해 입었다고 볼 수 없죠. 남자들이 솔직히 대놓고 날씬한 여자를 좋아하는 건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 남성들이 하는 행동 아닌가요? 그건 여성에게 직접적인 강요보다 더 큰 압박으로 다가오는거죠.

  4. 고함20

    2010년 7월 23일 05:42

    * 일상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말아 주셔요. 2년 쯤 전이다. 남자친구와 평소처럼 카페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여느 커플처럼 가상의 미래를 그리기도 하고 실없는 질문을 주고받기도 하다가 내가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다. “우리 아이 낳으면 이름은 어떻게 지을까?” 남자친구는 1초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되물었다. “누구 성을 따를 건데?” 나름 남녀평등에 대한 이상이 확고하여 데..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