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 현장을 찾았다. ‘2010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EXiS, Experimental Film and Video Festival in Seoul)’이 9월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간에 걸쳐 열린다. 이화여자대학교 안에 위치한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개최된 이 영화제는 9월 1일 연세대학교 100주년기념관에서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막을 올렸다.



‘실험 영화’는 전위 영화와 동의어로 사전적 의미로는 보통의 내러티브를 거부하고 매체 그 자체에 대한 탐구를 통하여 주관적인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비상업 영화이다. 실험영화는 상업 영화와 달리 줄거리와 인물 등 이야기와 영상을 이루는 틀이 존재하지 않기도 하며, 이것들을 과감히 생략하기도 하고, 다양한 촬영기법 등으로 추상영화 형태를 띠기도 한다. 이 영화에는 근본적으로 매체 자체의 가능성, 즉 영화가 표현할 수 있는 극한까지를 ‘실험’하고자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은 2004년 8월24일에 1회를 시작으로 이번 7회까지 매년 개최되고 있는 행사이다. 이 실험영화제는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우리나라가 시도하고 있으며, 미미한 시작에서 많은 후원을 받고 있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실험영화를 대중화 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프랑스 등 해외에서는 실험영화가 비교적 대중화되고 영화 제작도 활발하지만 아시아에서는 실험영화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은 작지만 큰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직 실험영화가 생소하기 때문일까. 한국에서 열리는 여느 국제영화제의 풍경과 달리 한국인 관람객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국제행사로서는 손색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제에는 외국인이 관람객의 절반을 차지했고, 개막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도 프랑스인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는 프랑스 등 외국에서는 실험영화가 이미 대중화되고 그 시장 또한 활성화 되어있어 ‘실험영화제’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실험영화에 대한 관심이 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 페스티벌의 경우에도 정작 개최국인 한국에서는 일정이 ‘충무로국제영화제’와 겹치는 등의 악재가 겹쳐 ‘무명세’를 타고 있는 반면, 프랑스인 등 외국인들이 관객의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현실을 알 수 있다.




‘실험영화’ 자체가 대중화되어 있는 상업영화와는 다른 틀을 이루고 있기 때문인지 낯설어 하는 관람객들도 있었다. 영화 상영 도중 중간에 나오는 사람, ‘영화가 이상하다’고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영관을 나오신 이수경(55세)씨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예산이 없어서 그런지 규모가 작은 것 같고, 감독은 뭔가를 전해 주려는 것 같지만, 많은 컷과 제각기 다른 내용의 컷 때문에 피곤한 느낌을 받았어요. 인간의 원초적인 것을 설명하려는 의도 같았지만 실험영화는 저한테 안 맞는 것 같네요. 스토리가 있는 게 저는 좋거든요.” 대부분 일정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상업영화에 익숙해진 일반 시민들이 처음 접한 장르이다 보니 이러한 반응은 자연스러울 지도 모른다. 추상화를 보고서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반면, 평소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즐겨 본다는 영화제 스탭 박중현(20)군은 “영화라고하면 당연히 스토리가 있고 내용이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너무 비주얼적인 것이 강하고, 아무튼 처음엔 당황스러웠어요. 잠을 잘 줄 알았는데, 촬영기술이 독특한 게 많아서 신기한 게 많아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마니아성이 있는 영화 같아서 추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면 좋아할 것 같단 생각을 했어요(웃음).” 라며 실험영화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험 영화가 생소한 일반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어떻게 하면 더 잘 감상할 수 있을지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민기환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았다.



실험 영화라는 장르가 생소한데, 실험영화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려요.



기존에 있던 서사구조라든지, 진리, 철학과 같은 것들을 한번 비틀어보고 꼬아봄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찾는 영화입니다.



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실험영화제’가 어느 정도 활성화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실험영화제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세요? 



외국, 특히 캐나다의 토론토 같은 경우 배급사가 매우 커서 그 배급사를 통해서 실험영화들이 잘 보관되고 시중으로 유통이 됩니다. 그러한 영화 보관, 배급 시스템이 잘되어 있는 데다 정부의 지원도 많습니다. 초청게스트들도 대부분 캐나다분들 이셨던 이유도 바로 이렇구요. 앞으로도 이 행사를 꾸준히 할 것이고, 물론 홍보도 중요하지만 배급사나 네트워크 형성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영화제만으로 끝내다 보면 일시적인 관심으로만 그치고 자칫 티켓을 파는 것으로 행사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객들의 영화 감상평이 확연히 나뉘던데, 일반인들이 영화를 감상할 때의 팁을 알려주세요.



극영화와 상업영화가 보편화되어있기 때문에 이상하다거나 낯설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먼저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와야 합니다. 비판적으로 보는 시선도 좋지만 기존영화에 길들여져 있는 시선으로만 보면 진정한 의미를 읽을 수 없습니다. 움직이는 이미지 그대로 보고 느끼는 것이 하나의 팁이 될 수 있겠네요.







실험영화제는 경쟁 부문(EX-Now), 기획 프로그램(EX-Choice), 토론토미디어 아트 네트워크, 회고전(EX-Retro), 인디-비주얼(Indi-Visual), 라이브 프로그램(EX-Live), 랩 프로그램, 엑스-인 으로 나뉘어져 상영된다. 대부분이 해외 영화지만, 국내영화 26편의 단편 실험영화들이 상영되고 있으며 5000원에 일반 상영작 관람이 가능하다. 스토리와 일정한 틀 안에 갇힌 상업영화에 질려있다면, 혹은 신선하고 색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다면, ‘실험 영화’에 시험 삼아 도전해 보는 것도 무료한 늦여름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