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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초, 대학가의 수강신청 정정 대전쟁!

무더웠던 여름 내내 쓸쓸했던 캠퍼스 곳곳이 가을학기 개강을 맞아 분주함으로 가득하다. 간만에 한 데 모인 대학생들의 최대 관심사와 대화 주제는 무엇일까. 방학 동안의 경험도, 취업 정보도, 동아리 홍보 부스도 아니요. 바로 ‘시간표 땜질’이다. 방학 기간에 진행되었던 수강신청에서 원하는 시간표를 완성하지 못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최대한 더 나은 시간표로의 탈바꿈을 위해 폭염과 태풍을 헤치며 이 강의실, 저 강의실을 오가고 있다.

(이미지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2&aid=0000085271)
“4교시엔 어디로 빌러 갈 거야?”
9월 2일, 연세대학교 상경대학의 한 강의실. 정원이 70명인 강의실에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경제학과의 전공 선택 과목인 ‘국제무역론’을 수강신청하지 못해 소위 ‘빌러 온’ 학생들이 몰려든 것. 학생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보면 눈물이 절로 난다. ‘나 9학점밖에 못 넣었어.’, ‘어제 5과목 빌러 갔는데 한 개밖에 안 넣어주셨어.’, ‘오늘도 계속 빌러 다녀야 돼.’, ‘4교시엔 뭐 빌러 갈 거야?’ 
이렇게 처절한 학생들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교수의 입에서 미안하지만 증원을 할 계획이 없으며 이번에 찾아 온 학생들은 다음 학기 수강신청 때 우선순위로 고려해주겠다는 말이 나오자 학생들 얼굴에 실망한 빛이 역력하다. 그러나 차라리 연세대 학생들처럼 교수님들에게 ‘빌’ 수나 있으면 다행이다.
“광클만이 나의 빛이요”
9월 6일, 성균관대학교 경영관의 컴퓨터실. 보통 때라면 공강을 이용해 잠시 미니홈피 관리를 하는 학생들이나 흰 창을 어떻게 채워야할지 고민하며 리포트를 똑딱거리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을 이곳이, 전혀 다른 풍경으로 가득하다. 모두 다 똑같은 창을 띄워 놓고, 마우스 왼쪽 버튼만 연신 클릭하고 있는 학생들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바로 수강정정을 하려고 말 그대로 ‘죽 치고 앉아 있는’ 것이다. 
넣지 못한 과목들의 남은 TO는 모두 0. 누군가 중간에 빠지는 사람은 없는지 확인하고 그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선 한 시라도 한 눈을 팔아서는 안 된다. 어쩌다 터져 나오는 탄성과 함께 드디어 시간표를 완성했다며 기뻐하는 몇 사람이 있는 반면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무리 새로 고침을 해 보아도 생기지 않는 빈자리에 한숨, 초조함, 슬픔, 휴학하고픔 등의 감정만이 상승 곡선을 탄다.
컴퓨터실 근처의 다른 강의실에서도 행운의 1인이 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는 중. 학생들 사이에 간간히 보이는 노트북 유저들은 수업시간에도 다른 과목의 빈자리가 생기지는 않았는지를 수시로 체크하는 모습이다.
“교수님, 싸인 좀 해 주세요.”
국내대학 중 유일하게 ‘초안지’라는 독특한 제도를 공식적으로 이용하는 서울대학교의 학생들은 수강변경기간에도 조금은 편한 모습이다. 온라인상에 등재된 초안지 양식을 인쇄하거나, 학과 사무실을 통해 초안지를 얻은 후 양식을 작성해서 담당교수의 확인을 받고 다시 학과 사무실에 초안지를 제출하면 클릭을 통한 수강 신청에 실패했더라도 해당 과목의 수강이 가능하다.
물론 이 경우에도 담당 교수가 추가 인원을 허락하지 않을 경우엔 다른 대학 학생들처럼 모니터 앞을 떠날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 하지만 초안지를 사용해서 수강신청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아주 많지는 않다고 하니, 다른 대학의 학생들로썬 부럽기만 한 일이다.

단기적으로는 해결되지 못할 문제이지만
대학가에서 매 학기 발생하는 이와 같은 강의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 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워낙 다양한 크고 작은 문제들이 함께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대학 재정 문제 상 더 많은 강의를 열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재정이나 교수의 수가 충분하더라도 강의실이 모자라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이렇게 학생들의 수요가 특정 과목들 위주로 몰리기 때문에, 일부 강의는 오히려 학생이 모자라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매 학기 학생들이 불편함에 치를 떠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서야 되겠는가. 경희대에서는 이러한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 학생들의 과목 수요 조사를 토대로 개설 과목을 결정하는 제도를 만들어 시행 중이기도 하다. 학생들의 수요에 조금 더 탄력적인 과목 개설 및 장기적으로는 학생들이 다양한 과목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대학가 풍토 조성을 위한 모든 교육 주체들의 노력도 절실히 요구된다.


페르마타
페르마타

청년/저널리즘/문화 연구자. 페르마타 = 그 음의 길이를 2~3배 길게. 마쳐라.

5 Comments
  1. happy

    2010년 9월 7일 10:00

    저는 서울대는 아닌데요 저희학교에도 초안지 에 해당하는 수강신청정정 허가서 라는 양식이 있습니다. 여기에 담당교수님 사인받으면 수강신청할수 있습니다.. 근데 안받아주시는 교수님들도 계셔서….ㅠ

  2. 전북의재발견

    2010년 9월 7일 11:49

    인원이 한정되어 있는 수업… 인원을 많이 늘리면 또 그것도 문제가 될터이니 제한할 수 밖에 없죠. 근데 생각해보면 듣고싶은 수업을 못듣고 학교를 다니다는 사실이 이상하죠 … 잘 개선되었으면 하네요.

  3. 완주스토리

    2010년 9월 7일 12:40

    그래도 요즘 학생들이 내고 다니는 등록금이 얼마인데… 되도록 학생 편의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네요~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었습니다.

  4. mario21

    2010년 9월 7일 14:01

    인간적으로 전공수업은 들을 수 있게 해놔야 되는 것 아닙니까~?
    신청 잘 되게 서버라도 늘려놓던가..ㅠㅜ

  5. 공감되네요

    2010년 9월 8일 16:42

    생동감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수강신청을 3과목 밖에 제대로 못 했던 사람으로서
    구절구절 남 얘기 같지 않네요
    물론 정정기간 때 광클로 최종성공 하긴 했지만,
    수강신청하느라 개강 초 부터 진이 다 빠진 것은 사실입니다.
    아효, 왜 제 돈 주고도 듣고 싶은 과목을 못 듣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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