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개강과 함께 다시 찾은 익숙한 캠퍼스, 하지만 다시 돌아온 그 곳에서 삭막하게도 낯선 캠퍼스를 바라봐야만 하는 학생들이 있다.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의 학생들이다. 개강과 함께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신축공사가 시작되면서, 사회대 학생들의 자치공간이었던 ‘아고라’를 역사 속으로 묻어야 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지난 4일 철판에 의해 아고라로의 진입이 가로막힘으로써 학생들은 자치공간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의 자보에 의하면 아고라는 학생자치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광장이었다고 한다. 사회대 학생회, 과/반 학생회의 선거 유세, 축제, 해오름제 등 학생 자치행사들의 대부분이 아고라에서 치러졌고, 현재에 비해 학생 사회의 정치 참여가 활발했던 과거에는 정치에 관한 담론들을 공유하는 장소이기도 했다고. 그런 아고라가 학생들과의 대화 없이 갑작스럽게 일방적으로 폐쇄 통보되었다.

서울대학교 16동 2층 로비에서는 철판에 의해 가로막힌 아고라의 흉한 모습이 보인다. ⓒ 고함20페르마타
사회대 학생회를 중심으로 많은 학생들이 이번 조치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지난 8일 사회대 학생회는 ‘아고라 폐쇄 반대 사회대인 플래시몹’을 주최하여 일방적 아고라 폐쇄 결정을 비판했다. 30여명의 학생들은 아고라 폐쇄에 대한 의견을 붉은색 종이비행기에 적어 철판 너머 아고라로 날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9일 현재 아고라를 가로막은 철판에는 아고라 폐쇄를 반대하는 학생들의 릴레이 1인 자보와 아고라 사진들, 그리고 비행기들이 붙어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서울대 학보사 ‘대학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아고라 이전에도 서울대 내에서 학생들의 자치 공간이 일방적으로 사라진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인문대학의 리모델링 과정에서 동아리방과 과방이 사라지기도 했고, 사범대학의 경우 건물 신축 과정에서 ‘페다고지’라고 불리던 자치공간을 잃었다는 것이다.

아고라를 가로막은 철판에 서울대 학생들의 아고라 폐쇄 반대의견이 가득하다. ⓒ 고함20페르마타

이러한 일들이 비단 서울대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건물 리모델링, 신축, 철거 등의 사업을 진행할 때마다 학생들의 거처가 가장 먼저 피해자가 되곤 한다. 교수 연구실과 강의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학교는 학생들의 자치 공간을 내줄 것을 요구, 아니 통보하는 게 일상화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대학 내 자치 단위들이 자치 공간을 잃으면서 대학 내의 공동체도 함께 붕괴되어 가고 있다. 많은 동아리들이 3평 남짓한 공간 하나도 얻지 못해 동아리 존립의 위기를 겪기도 한다.
이번 아고라 사건을 필두로 한 많은 유사한 상황들에서 중요한 것은 대학이 학생들의 공동체를 붕괴시킬 의도를 가지고 있었느냐, 혹은 공사 진행 상황 중 의도치 않게 학생들의 이익을 빼앗게 될 수밖에 없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공사 설계도는 물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지만, 학교가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는 대부분 학생들과 논의를 통해 일을 해결하려는 태도보다는 결정된 것을 통보하고 학생들의 반발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지닌다. 교직원들은 엄연히 중요한 대학의 구성원인 학생들을 그저 ‘관리’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시대착오적인 대학 당국의 태도가 아고라 대신 하루 빨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 것이다.
서울대 사회대학생회장 지윤(서울대 인류학과 07) 씨는 “12일에서 15일 경에 아고라 철거가 예정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일단, 아고라 철거일정 연기를 요청하고 100인 행동 집회, 철판 뜯어내기 등의 항의 행동을 계획 중이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과연 아고라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