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1년 동안 학교생활의 70%를 쏟아 붓던 신문사 일을 그만두고 나니 마치 수능 끝난 고3처럼 나는 방황하기 시작했다. 여유로워지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시간이 많아지고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지금 뭔가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하는 공허함과 허무함이 매일 나를 짓눌렀다. 그래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인터넷을 뒤지며 대외활동 정보를 찾아다녔고, 그러던 중에 ‘고함20’에 객원기자로 지원하게 되었다. 객원기자로 활동하는 것은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대한 연재기사를 쓰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떤 주제로 연재 하면 좋을까, 하고 일주일 넘게 고민하다 정하게 된 것이 성소수자와 동성애에 대한 것이었다.

여기까지 내가 ‘끝나지 않은 이야기’란 제목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연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내 주위엔 성소수자 친구들이 몇 명 있다.

처음엔 중학생 때 문학클럽에서 알게 되어 사귀게 된 친구가 얼마 후에 나에게 동성애자라며 커밍아웃을 했던 게 시작이었다. 대학에 들어와서도 같은 과 친구가 양성애자라며 커밍아웃을 했다.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나 자신도 내가 ‘이성애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좋다면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대사처럼 ‘여자건, 외계이건 상관 안’ 할 것 같다.

인디애나 대학교 블루밍턴 분교의 동물학자였던 킨제이 박사가 사람들의 성적 행위에 대해 조사한 두 권의 책인 ‘킨제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의 80%는 모두 양성애자이고 나머지 10%씩이 이성애자, 동성애자인데, 대부분 사람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진 : 연합뉴스 2009년 5월 9일자,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합시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학자들은 이성애를 천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본능에 충실한 동물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했다나 뭐라나.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플라톤은 어린 소년을 사랑했고 그 소년은 어렸기 때문에 정신적인 사랑만 했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윌리엄 셰익스피어, 플로랑스 나이팅게일, 아이작 뉴튼, 알렉산더 대왕, 이언 멕컬린 경, 프레디 머큐리 등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 중에서도 성소수자는 꽤 쉽게 찾을 수 있다.

고3 때 청소년 작가지망생들을 후원하는 사이트 주최의 문학캠프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만난 한 친구는 동성애자로 이미 유명한 친구였는데, 그 친구는 학생신분이지만 지방에서 서울로 인권강연을 여러 곳 다니고 있었고 퀴어문화축제 같은 성소수자 행사에도 활발히 활동 중이었다. 중학생 때는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기독교에 반발하기 위해 성경을 사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고도 했다.

내 주위에 성소수자 친구들이 많아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 내 목소리로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단순히 사람을 좋아하는 것인데도 상대가 동성이라는 이유로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성소수자가 ‘왼손잡이’ 같아졌으면 좋겠다. 식사할 때 상대방에게 “너 왼손잡이야, 오른손잡이야?” 하고 물어보지 않듯이, “나 왼손잡이야”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수저를 왼쪽으로 주고 밥을 먹을 때 팔이 부딪히지 않게 사이를 확보해주는 것처럼 애인 이야기를 할 때 “내 애인은 동성이야”라고 말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성소수자가 그렇게 자연스럽게 사회에 녹아들기를 바란다. 야오이 등 성소수자를 상품으로 한 문화를 소비하면서 자신이 성소수자를 포용한다고 착각하는 게 아니라, 이해까진 아니더라도 ‘그렇구나’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