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본색이 돌아왔다. 15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영웅본색은 주진모, 송승헌이라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볼거리 하나만큼은 충분한 영화였다. 화려한 액션신과 사운드는 원작에 비해서 손색이 없을정도였다. 또한 송승헌의 비주얼과 영춘의 ‘남심’을 자극하는 캐릭터의 융합은 보는 내내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또한 주진모의 연기 또한 동생에 대한 내리사랑을 적절히 표현해냈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한지 정확히 5분만에 영화는 관객을 따분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실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송승헌의 미칠듯한 비주얼은 단연 명품이었다.

몰입이 되질 않았다. 집중해서 볼 수 없으니 당연히 몸을 이리 뒤척이고, 다 먹은 팝콘 상자를 만지작 거리고, 괜시리 보이지도 않는 시계를 쳐다보게 된다. 영화의 어떤 부분이 이렇게 사람을 집중하게 만들 수 없었던 것일까. – 아마 상영관 전체르 압도하는 그 ‘어색함’때문이리라.

영화 <무적자>는 리메이크의 원작인 <영웅본색>을 ‘한국’이라는 배경의 수정 말고는 그대로 ‘재연출’했다. 캐릭터는 물론이거니와 스토리의 큰 맥락까지 그대로이다. 여기서 바로 문제가 생겼다. 2010년의 부산을 배경으로 1980년대 캐릭터가 활동을 하니 어색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어색함 1. ‘영춘’의 패션

극중 ‘영춘’(송승헌)역을 소화한 송승헌의 패션이 가장 어색하다. 영춘은 <영웅본색>에서의 주윤발 패션 그대로를 입고있었다. 당연히 ‘21세기적 재 창출’은 기대할 수 없었다. <영웅본색>에서 느낄 수 있던, 몰락하긴 했으나 그래도 품위는 잃지 않았던 주윤발의 트랜치 코트가 아니였다. 화려한 부산의 야경에서 송승헌은 그저 ‘거적대기’를 걸쳤을 뿐이다.

어색함 2. 빈약한 도입부 스토리

시작 부분의 스토리 전개 역시 어색함을 한 층 더했다. 최종 러닝 타임이 124분인 것을 감안하면 영화의 압축에 얼마나 고심했을 것인지 짐작이 가긴 하지만, 앞부분 스토리를 너무 잘라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단적인 예로 ‘태민(조한선)’이 열등감을 갖고 ‘혁(주진모)’을 배신하는 이유에 대해서 필자는 아직도 납득할 수 없다. 영춘이 고가의 시계(이 시계는 결국 가짜로 밝혀지긴 한다.)를 주며 비아냥 거린다거나, 삼촌이 자신을 중용하지 않는다는 이 두 가지 사건 때문에 ‘배신’을 감행한다는 것은 충분한 설득력을 가질 수 없었다.

어색함 3. 찌질함밖에 보여주지 못한 태민과 철의 연기, 그리고 오글거리기만 하는 대사

우선 태민의 연기부터 살펴보자. 태민은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비열함’으로 가득차있는 악당이다. 하지만 조한선의 그 연기에서는 전혀 그런 비열함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조한선의 연기에서는 ‘찌질한’ 모습만이 나올 뿐이었다. 무언가 비열함에 대해서 표현을 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그저 크게 눈을 뜨기만 하는 그의 연기는 비열함을 담을 수 없었다. (태민은 죽는 그 순간까지 ‘찌질’했다. 필자가 태민의 성격을 잘못 파악한 것이라면 조한선은 정말 훌륭한 연기를 한 것일 수도 있다.) 또한 송승헌의 연기 역시 어색했다. ‘쿨 가이’의 모습을 보여주려고는 했으나 연기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색어색 향기’는 어쩔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어설픈 연기들은 오글거리는 대사들에 의해서 더욱 강력해졌다. 물론 이 대사들이 원작에서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거적대기’를 걸친 영춘이 나오고,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이유로 주인공들을 배신한 태민이 등장하는 장면에서의 ‘그 대사’들은 정말 오글거리기만 했다. 특히 ‘어색어색 연기’를 내뿜고 있는 영춘이 ‘자, 어서 진짜 영웅을 봐!’, ‘이렇게 아픈데도 너 죽을까 걱정하는게 바로 네 형이야!’라는 말을 하니, 얼마나 오글거렸을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마지막은 철의 얘기이다. <영웅본색>의 장국영은 한국의 <무적자>에서 탈북 도중에 형과 헤어지고, 그로인해 어머니마저 잃은 ‘철(김강우)’로 바뀌었다. 그만큼 철은 나약하기는 하지만,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와 형에 대한 복합적 감정을 갖고 있어 그 ‘나약함’이 이해되는, 그런 인물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모든 어색함들이 어우러진 결과, 김강우의 나름 괜찮았던 연기에도 불구하고 철은 찌질하고, 결국에는 형에게 짐만 되는 캐릭터로 전락해버렸다.


원작이 <영웅본색>만 아니었다면 추석 극장가에서 볼만한 꽤 괜찮은 영화가 나올 뻔 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원작이 <영웅본색>인 것을. 영화를 보면서 계속 <영웅본색>과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리메이크 과정에서의 세밀한 ‘재 탄생’이 아쉬웠다. 한국으로 배경을 가져오면서 새터민이라는 소재를 끌어온 것 까지는 훌륭했으나 패션이나 대사같은 것이 2010년이라는 배경과 어울리지 않았던 점은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