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의 W> 대신에 <스타오디션 – 위대한 탄생>, <뉴스후> 대신 <여배우의 집사>




딱 봐도 막장이다. 시청자들이 지지하고 전문가들이 호평을 보내던 프로그램들이 한 번에 없어지고, 참신함 따위 전혀 없는 안일한 프로그램들이 편성을 받았다. 많은 네티즌들이 이 같은 소식에 분노의 목소리를 보냈다. <김혜수의 W> 같은 경우에는 폐지가 확정되기 이전부터 폐지설이 떠돌며 많은 사람들의 폐지 반대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MBC는 꿋꿋했다. 이유야 당연히 이번 개편의 성공에 자신이 있어서일 터. 하지만 확신하건대, 이미 MBC의 앞날은 싹수가 노랗다.


온고지신, MBC 개편 실패의 역사



MBC가 개편 때 삽질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실상 그것은 드물기보다는 빈번한 쪽에 가깝다. 딱 3년만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토요일 5시 시간대에는 <쇼바이벌>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쇼바이벌>은 가요계의 숨겨진 보석 같은 신인들을 발굴하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으로 매우 호평을 받고 있었다. 시장의 경쟁에서 묻혀버렸던 중고 신인들, 홍대에선 나름 유명했던 인디 밴드들, 그리고 소규모 기획사에 소속되어 방송 출연 기회조차 잡기 힘들었던 가수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실력 있는 팀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빛을 보았다. 쇼바이벌에 출연했던 팀들이 편곡해 부른 히트곡들의 영상은 시청자들의 귀를 충족해주며, 신선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당시에도 시청률이 문제였다. 토요일 프라임 타임 직전에 방영되는 프로가 한 자릿수 시청률에 계속해서 머물자, MBC는 전격적인 <쇼바이벌>의 폐지를 결정해버렸다. 시청률은 안 나오고, 음악 방송이라고 제작비는 많이 든다는 경제적인 이유가 폐지의 정확한 이유. 후속 프로그램으로는 <공부의 제왕>이 편성됐다. 유명한 인터넷 학습사이트인 ‘공신닷컴’의 운영자 강성태 씨를 비롯한 ‘공신’들이 공부의 비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 MBC는 ‘교육’이라는 소재에 갖는 시청자들의 관심, 그리고 높은 시청률을 자신했지만 오히려 시청률은 <쇼바이벌>만도 못한 결과가 나왔다.



이것 하나뿐이었다면 말도 안 한다. MBC는 비슷한 시기, 공익성 짙은 예능프로그램으로 오랜 기간 사랑받았던 <느낌표>를 비인기 시간대인 금요일로 옮기는 등 천대한 끝에 폐지하기도 했다. 후속 프로그램으로 자신만만하게 등장했던 <도전! 예의지왕> 역시 ‘공신’ 꼴이 났다. 3년 전 얘기를 할 것도 없다. <느낌표>를 잇는 공익예능을 표방했던 <단비> 역시 저조한 시청률 앞에 <오늘을 즐겨라>에게 자리를 내주었지만, ‘오즐’ 역시 애국가 시청률에 매우 근접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안일한 예능 기획이 문제



제시된 사례들의 공통점은 바로 공익적이면서도 호평을 받고 있던 프로그램 대신 편성된 프로그램들의 품질에 있다. 하나같이 안전하게만 가려고 한 티, 급조한 티가 팍팍 나는 기획이다. <공부의 제왕>은 교육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이 자연스럽게 시청률로 연결될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가 돋보였다. <도전! 예의지왕>은 당시 한창이었던 아나테이너 열풍에 기대보려는 속셈이 훤히 보였다. <오늘을 즐겨라>는 <뜨거운 형제들>의 반짝 인기에 업어가려는 전형적이고 식상한 리얼 버라이어티다. 이런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이 좋아하며 볼 이유가 없다.



최근 MBC 채널이 전체적으로 시청률 부진을 겪으면서, 드라마 등에 비해 그나마 좋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예능에서 탈출구를 찾으려는 이번 개편의 의도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허나 케이블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슈퍼스타K>의 짝퉁인 <스타오디션>, 케이블뿐만 아니라 MBC에서도 이미 보여주고 있는 러브 버라이어티의 변종일 뿐인 <여배우의 집사>. 한마디로 말하자면, 시청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MBC의 레벨에 비해서 한참 허접하다.








이러한 기획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려보겠다니 말도 안 된다. 최근 MBC의 효자 3대 예능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결혼했어요>, <무한도전>, <세바퀴>는 모두 예능 형식에 대한 치열한 고민 끝에 만들어진 공전의 히트작이다. 세 프로그램 모두 새로운 예능 장르를 개척했고, 타 방송사에서 수많은 유사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시청자가 MBC에게 기대하는 레벨은 이런 것이다. 단순히 MBC 예능이라고 해서 좋아해 주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MBC 관계자들은 예능이 무조건 어느 정도의 시청률을 보장한다는 안일한 생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최근 MBC에서 가장 신선한 화제를 모았던 프로그램이 어떤 것이었냐를 상기해 보면 쉽다. 다름 아닌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이었다. 국내 자연 다큐멘터리 사상 최초로 20% 고지를 넘긴 이 프로그램은 방영 당시 아이폰, 아바타와 함께 ‘3아’로 불리며 방송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아마존의 눈물>의 성공은 시청자들은 ‘가벼움’이 아닌 ‘좋은 프로그램’에 더욱 크게 반응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MBC의 무리수, 시청자의 기대마저 배신해야했나



그야말로 이번엔 예능 대신 예능도 아니고, 시사교양프로그램을 줄이면서까지 예능이다. 그것도 MBC에서. MB정부의 언론장악 시도 이후 많은 시청자들은 MBC가 그나마 자본주의적 가치나, 친정부적 성향이 가장 덜한 방송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MBC에 대한 응원과 지지이기는 하지만, 절대로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다. MBC만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좋은 방송’을 보여주길 바랐던 시청자들이다. 이런 무리수 개편이 계속된다면 시청자들은 MBC에서도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MBC 편성 관계자들이 꼭 주지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