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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함 강요하는 사회, 내가 꼭 쿨해야 하나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살다 보면, 어디로 가야 할지 이정표라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예전에는 왜 인생이 왜 이렇게 예상 밖의 전개로 흘러가는지 의문만 품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오히려 조언을 가장한 일방적인 방향 제시는 빈번히 일어나고 있었다. 문제는 이 ‘정성어린 조언’이 제안과 권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같이 하지 않는 사람을 은근히 얕보거나 무시한다는 점에 있다. 요즘 들어 모든 현대인이 갖춰야만 하는 미덕으로 자리 잡은 듯한 ‘쿨함’도 마찬가지다. 쿨가이, 쿨걸이 환영받는 것까진 좋은데, 쿨함의 테두리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비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쿨함의 반대말은 찌질함?

초반에 ‘쿨하다’는 표현은 주로 연애 관련 글에서 등장했다. 호감 있는 상대에게 문자를 언제쯤 어떤 내용으로 보내야 할지, 구 남친/여친에게 연락을 해야 할지 말지, 밀고 당기기의 강도와 기간은 어느 정도로 맞춰야 좋은 것인지 등을 묻는 글에서 빠짐없이 나왔다. 굳이 쿨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아도 상관없다. 이런 질문을 올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쿨하게 행동하고 싶어서 타인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모양 빠져 보이지 않고 무심한 듯 시크하게’ 연애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지 신경을 쓴다. 혹시나 본인의 호감이 커서 상대에게 체면 불구하고 들이대지는 않을까 우려한다. 사실은 하나도 괜찮지 않으면서 잊고 지내는 척했던 과거의 연인을 툭 건드리고 싶어 한다. 머릿속이 온통 그/그녀로 가득 차더라도 들키면 안 된다. 여전히 마음이 남아 있어 붙잡고 싶었어도 구질구질하게 굴면 안 된다. 그건 무척 찌질한 자세이기 때문이다. 어느새 ‘쿨함’의 반대말은 ‘찌질함’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찌질해지지 않기 위해서 애써 쿨한 척 하려고 든다.

미덕이 된 쿨함

초반에 연애 쪽에서 활개를 치던 쿨함은 일상생활에까지 그 영향력을 뻗치기 시작했다. 정말 좋게 생각하는 것인지, 조소하는 것인지 실상은 알 수 없으나 사람들은 일상에서 보인 ‘쿨한 태도’에 열광한다. 보통의 경우 체면을 생각해서, 혹은 부끄러움을 염려해서 하지 않는 일을 거리낌 없이 하는 모습이 쿨하다며 좋아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인간관계든, 사적인 감정이든, 절대 쿨해질 수 없는 부분을 갖고 있게 마련인데, 그런 ‘치부’가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면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상대가 본인의 지우고 싶은 기억에 대해 은근슬쩍 얘기할 때 ‘그게 뭐 어때서? 응, 나 그랬던 적 있어’라고 받아치거나, 골탕 먹이려고 터무니없는 부탁을 했는데 아무렇지 않게 수락을 한다거나,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 등 사례는 많다. 어떤 것에도 개의치 않는 쿨한 태도를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쿨함은 우리가 당연히 갖춰야 할 덕목인 것처럼 변해 버렸다. 

내가 꼭 쿨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니

까놓고 얘기해서 남에게 지나치게 상처를 주지만 않는다면, 마음이 내켜서 하는 쿨한 행동은 나쁠 것이 없다. 문제는 결코 마음이 편치 않은데 다른 이들의 반응을 살피며 짐짓 ‘그런 척 하는 태도’이다. 무엇이 좋고, 무엇이 별로인지 이미 뚜렷하게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괜한 모험을 시도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요즘 대세는 ‘쿨함’이니, 결국 우리가 향할 목적지도 그곳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 본인의 성격이나 상황을 고려할 겨를도 없이 맹목적으로 ‘쿨함’을 좇게 된다. 나는 이 지점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언제부터 우리는 타인의 태도에까지 관여하게 되었을까. 유행하는 백이나 전자제품 같은 소품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방식마저 일방적인 잣대로 가름하는 이런 분위기는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더 나쁜 것은 남들의 추천과 호응으로 채택한 ‘쿨함’ 때문에 스스로 연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혀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 쓰린 미소를 지으며 자신과 남을 속이는 데 열중해야 한다니, 얼마나 슬픈 일인가.
人(사람 인)자는 두 사람이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다. 인간은 여럿이 부대끼며 사니, 아무 것에도 얽매이거나 연연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 아닐까. 쿨하지 않다고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그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 있다는 말이니 말이다. 완벽하게 쿨해지려고 아등바등거리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뜨거운 피가 흐르는 인간이니까.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3 Comments
  1. 관료주의와 창조주의 사회

    2010년 10월 6일 07:28

    1. 관료주의 : 무조건 쿨해야함.(포기해야 한다는것과 일치함)

    2. 창조주의 : 변해야 산다. 기존 상식파괴

  2. 흠...

    2010년 10월 6일 09:12

    쿨함을 강요당한다고 해서, 실제로 쿨하게 살았나?? 그게 더 궁금한데….지 꼴리는대로 살면서 누가 강요한다는둥 어쩐다는등 이런건 아닐듯;;

  3. 2010년 10월 6일 12:40

    쿨하다는건 어찌보면 무관심하다는 말 같아서

    듣기 좋지는 않더라구요

    너무 쿨함만 요구하는 세상에선 뭔가 모순이 생기는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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