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쌤 다이어리에서는 3회에 걸쳐 현 중, 고등학교 영어교과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있는데요. 1회 문법교육의 약점, 2회 공교육으로 해결할 수 없는 Listening 문제에 이어 이번 주에는 중학교 교과서를 중심으로 영어 교과서 전반의 ‘진도’ 문제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나름대로 연재 속의 특집이었던 3부작의 마지막 편, 함께 보시죠.
초등학생 영어 교육비가 가계의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어디 초등학생뿐입니까? 유치원도 영어유치원 쯤은 되어야 유치원인 세상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언어 능력은 13세 이전의 학습에 의해 결정된다는 둥, 조기교육만이 영어의 해답이라는 둥 하는 담론들이 떠돌면서 우리나라 아이들은 정말 어렸을 때부터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죠. 
소위 잘 사는 동네, 강남 3구의 초등학생들은 방학 때 외국 어학연수를 받고 오는 게 당연할 일으로까지 여겨질 정도입니다. 영어공부는 꼭 외국에 가서만 하나요? 그야말로 높은 교육열의 대명사인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자신들의 경제력 하에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비용을 끌어와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고, 과외를 시킵니다. 물론, 공교육에서도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나름) 회화 중심의 영어수업이 이루어지고 있고요.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edubox1994/107071227)
중학교 1학년, 영어가 가장 쉬웠어요.
그래서일까요?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은 참 뭐랄까, 영어를 다들 잘 합니다. 어릴 때부터 배워온 영어가 눈에 익어서 그런지 시험점수도 곧잘 맞아오곤 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고요. 아까운 실수가 아니라면 100점을 맞는 친구들도 많아요. 하지만 이렇게 좋은 점수가 이 아이의 영어실력이 100점 만점에 85점 가량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중1 학생들이 학교 영어에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영어를 너무 잘해서가 아니에요. 다만, 이미 다 배웠던 것들을 다시 정리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중학교 입학 전에 많은 아이들이 이미 파닉스 발음법을 익혀요. 기본적인 문장은 대부분 다 알고요. 이미 토익, 토플 같은 공인영어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들도 많아요. 어른들과 함께 보는 토익, 토플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다못해 TOSEL(토셀), PELT(펠트), TOEIC Bridge 등 초등학생들을 위해 나온 시험에 정말 많은 학생들이 응시를 하죠. 영어학원을 다니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런 시험에 응시하게 되곤 하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중학교 1학년 영어교과서의 첫 단원에서 ‘Hello!’나 ‘Nice to meet You.’ 같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황당해요. 많은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시험공부도 물론 당연히 학원에서 시켜주지만 전반적으로 교과서를 쭉 훑고 간단한 문법사항만 잠깐 체크하고 문제집만 잠깐 풀어보면 되요. 시험지도 1장밖에 안 될뿐더러, 짧은 지문과 최소한의 문법과 표현만 수록된 교과서로 어려운 시험을 낼 도리가 없는 게 현실이니까요.
 
물론 중학교 이전의 영어 사교육이라는 게 당연히 누구나에게 균등하게 보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 간에 기본적인 수준 차는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Hello’부터, be동사부터는 아닌 것 같아요.

(이미지 출처 : http://www.fotoya.net/asadal.aspx?photoID=4764196)
중2, 중3, 고1 … 폭등하는 난이도, 폭락하는 영어점수
중학교 1학년의 쉬운 영어교과서만 계속해서 공부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아쉽게도 현실은 암담해요. 이 아이들이 1년만 지나면 영어교과서에서 만나게 될 암초는 바로 to부정사나 관계대명사, 관계부사 등이 들어간 복잡한 문장이에요. 중1에서 중2, 중2에서 중3, 중3에서 고1로 넘어갈 때마다 문장의 길이는 말도 안 되게 쑥쑥 길어져요. 교과서 본문도 학년이 한 학년 올라가면 단원 별로 한 장씩 많아져요. 시험지 장수도 한 장씩 더 많아져요.
특히 많은 아이들이 복잡해지는 문장 앞에서 좌절하게 되요. 주어와 동사가 하나씩 나오는 딱딱 떨어지는 단문만 공부하던 아이들에게, 관계대명사, 관계부사, 접속사 등으로 연결과 연결을 거듭하는 문장은 고통 그 자체에요. 관계대명사를 사용해서 두 문장을 한 문장으로 만들기라는 이미 먼 나라 이야기에요. 일단 세 줄이 넘어가도록 마침표가 안 나오는 문장들 앞에서 아이들은 겁부터 먹을 뿐이죠. 해석 자체를 못해서 해석을 시켜보면 입을 꼭 다물어버리곤 합니다.
급작스럽게 어려워지는 영어는 많은 아이들에게서 영어에 대한 최소한의 자신감을 앗아가 버려요. 시험점수는 점점 떨어지고,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예전에 영어 잘했던 때를 생각해보는 것뿐이에요. 30명이 넘는 아이들이 앉아 있는 교실에서 선생님 설명을 필기만 한다고 해서 습득되면 영어가 아니죠. 결국 학생들은 사교육을 찾고, 그러나 그마저도 조금 늦어버리면 기초가 다져지지 않아서 상위권 아이들을 따라잡기는 힘들고, 어렵고, 점수는 안 오르고 악순환의 반복이에요. 중2 때 처음 등장하는 관계대명사 이 놈이 중2병의 원인 중 꽤 중요한 한 가지일 지도 몰라요.

(이미지 출처 : http://wjd9566.blog.me/130082320417)
초-중등 영어교육과정 연계 안 되나
8차 영어교육과정이 2009년부터 시작되었지만, 다양한 개선사항들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Hello부터 시작하는 것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어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교과서 속의 두 인물들은 서로 처음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를 하며 ‘내가 내 소개를 할게’라고 말하고 있어요.
초등학생들에게는 어려운 공부 안 시키고, 회화 중심 놀이 중심의 영어수업을 시켜야 한다는 영어 교육 철학은 잘 알겠어요. 근본적으로는 저도 이 생각에 동의해요. 하지만 지난 번 영문법 교육에 대해 지적했던 것처럼, 현재 이러한 교과서 편성을 고수하는 것은 사교육 시장의 파이를 늘릴 뿐이에요. 공교육이 아이들에게 영어 챈트를 시키고 비디오를 보게 한다고 해서, 그것이 좋은 것이라고 한다고 해서 집에서 토익 책과 씨름하고, 영어일기를 쓰고, 원어민 과외를 받는 아이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초-중등 영어교육과정을 연계시켜서 영어교육을 받는 10년을 효율적으로 활용했으면 해요. (앞으로는 12년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죠) 챈트도 좋아요. 하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 천천히 be동사를 비롯한 기본적인 문장들을 배우기 시작한다면, 중학교 2학년 때 관계대명사가 들어있는 긴 문장을 받아들이기가 좀 더 쉬울 거라는 건 분명하니까요. 지금처럼 중1~고1 4년에 걸쳐서 중등 영어교육과정을 다 흡수해야하는 상황보다는 초등학교 기간을 빼서 차근차근 영어를 배울 수 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국가적으로 영어를 못하는 사람은 살기 힘들게 만들어놓고, 무려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영어를 배워야만 되도록 해놓고, 영어 실력은 책임 못 진다는 건 조금 웃기잖아요?
* 김쌤 다이어리, 지금까지 영어교과서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이야기했어요. 다음 주부터 할 얘기는 음.. 시험기간이잖아요? 물론 중간고사가 이미 끝난 학교들도 많겠지만요. 중, 고등학교 영어 ‘내신’ 시험을 둘러싼 문제들을 새롭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기대해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