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 그러나 결단코 무겁지 않은 


<톡식 히어로(The Toxic Advenger)>는 환경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환경에 대한 이슈가 뮤지컬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은 참 반가운 소식이었으나 극 전체가 무거워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이는 섣부른 생각이었다. 무겁기는커녕 너무나 가볍고 유쾌하여 극 속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렇다. <톡식 히어로>는 뉴저지 트로마빌의 ‘저질스러운’ 이야기이다. 이 저질스러운 이야기를 얼마나 코믹하게 풀어내는지 예상치 못한 전개와 더불어 B급 유머 덕분에 보는 내내 입 언저리가 아플 정도였다.


골 때리는 뮤지컬, 톡식 히어로

앞서 말했듯이 이 작품의 구석구석에 채워진 웃음코드는 깨알같은 재미를 주는데 그 중심엔 다양한 성적․고어적 코드로 가득하다. 브로드웨이에서는 19세 미만 관람금지였다고 하니 알만하다. 이번 극은 15세 미만 관람금지로 수위가 많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러한 요소들이 곳곳에 녹아있다. 노골적이고 막가는 가사 뿐만 아니라 녹색괴물이 된 멜빈(오만석/라이언)에 의해 팔․다리가 뽑히고 머리가 잘려나가고 심지어는 창자까지 뜯겨져 나가는 모습은 키치적인 즐거움을 준다.


또한 관객에게 깨알같은 즐거움을 선사하는 일등공신들이 있었으니 조권의 깝을 능가하는 두 조연들이다. 멀티맨 임기홍과 김동현은 깡패, 경찰, 박사, 쇼걸, 포크 가수 등 각각 10가지가 넘는 역할들을 소화해내며 총 135벌의 의상 중 100벌의 의상을 감당한다고 한다. 특히 임기홍은 <김종욱찾기>에서도 22인역을 소화해냈다고 하니 이 시대의 진정한 멀티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극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모습을 보며 조연 없는 주연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 극의 BEST OF BEST를 꼽자니 <지킬앤하이드>의 1인 듀엣 장면을 패러디 한 장면이 뇌리에 꽂힌다. 멜빈(오만석/라이언)의 어머니 역과 부패한 시장 역을 동시에 맡은 홍지민이 펼치는 미용실 설전 장면은 순식간에 관객들을 폭소와 전율의 도가니로 빠뜨렸다.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던 홍지민의 가히 폭발적인 가창력도 한 몫을 했다. 왜 홍지민을 뮤지컬계의 히로인이라고 하는지 그녀가 무대 위에서 뿜어내는 에너지와 카리스마를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제대로 공감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관람 후기 역시 별 다섯 개


<톡식 히어로>가 오픈하기 전에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오만석이 공연장에서 제대로 소리내서 연습 한 번 못해보고 오픈한다는 기사가 떴었다. 아무리 오만석이 뮤지컬계의 본좌라는 소리가 있지만 이 뮤지컬에 대한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나였다. 하지만 뮤지컬을 보고 난 지금 나는 당당히 별 다섯 개를 줄 수 있다. 숨 가쁘게 달려가는 100분 동안 관객을 압도하는 능력. 쉴 새 없이 웃기는 와중에도 환경보호와 진정한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는 능력은 브로드웨이 천재 크리에이티브 팀이 아니면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었다. 조 디피에트로(Joe Dpietro), 데이비드 브라이언(David Bryan), 존 랜도(John Rando)로 이루어진 이 팀은 뮤지컬 유린타운(Urintown)으로 토니상을 수상하고도 2010 토니 어워즈에서 베스트 뉴 뮤지컬 상, 극본상, 작사/작곡상 총 4개 부분을 수상했다. 이들이 만든 <톡식히어로>는 뉴욕 New Word Stage에서 2009년 4월부터 약 9달에 걸쳐 공연되었고 총 330회 전회매진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최우수 뉴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상, 관객들이 선택한 최우수 작품상,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총 3개 부문 노미네이트, 도라 어워즈 총 4개 부분 노미네이트 등 대외적으로도 그 퀄리티를 인정받은 작품이다.

누군가 지금의 20대를 바라보며 웃음을 잃어버린 세대라고 말한다. 하지만 <톡식 히어로>와 같은 뮤지컬이라면 그 웃음쯤이야 쉽게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휩쓴 화제작, 정말 호평을 받고 있는 이런 신선하면서도 톡톡 튀는 뮤지컬을 오랜만에 접해서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