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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세상은 당신을 원한다

 
 

 지난 1일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투병 중이던 원맨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이진원이 6일 오전 끝내 사망했다. 그의 투병 소식이 전해지자 각계에서 응원의 메시지가 이어졌고 동료 가수들은 그의 쾌유를 빌며 모금 공연도 계획 중인 상황이라 충격을 더했다.





 이진원은 2003년 원맨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을 결성, 다음해인 2004년 1집 앨범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이어왔다. 그의 음악은 비주류였다. 인디 밴드이자 원맨밴드인 그의 위치도 그렇지만, 가사 속에 담긴 그의 생각은 더더욱 철저하게 비주류였다. 들어주는 이도 없이 그야말로 원맨에 가깝던 시절 신해철의 고스트 네이션을 통해 그의 음악 세계를 알렸다. 당시 인디 차트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던 노래 ‘절룩거리네’ 는 그의 이런 생각이 가장 잘 드러난 노래라고 할 수 있다.


‘깨달은 지 오래야 이게 내 팔자라는 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나도 내가 그 누구보다 더 무능하고 비열한 놈이란 걸 잘 알아‘
(달빛 요정 역전 만루 홈런, 절룩거리네 중)


 이 노래를 듣는 젊은이들은 꿈도 자아도 무시당하고 사회에 치여 살아간다. 어찌 보면 이 사회 젊은이들의 자화상이랄 수 있는 노래 속 자칭 루저의 고백은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의 또 다른 대표 곡인 ‘스끼다시 내 인생’ 에서도 중심에서 저만치 밀려난 비주류 인생의 자조가 담담히 담겨 있다.



‘스끼다시 내 인생. 스포츠 신문 같은 나의 노래. 마을버스처럼 달려라. 스끼다시 내 인생’
(달빛 요정 역전 만루 홈런, 스끼다시 내 인생 중)



 ‘잘생기지도 않고 돈이 많지도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 그래도 꿈 하나 버리지 않고 살아온 사람들을 위한 노래였다.’ (조엔 인터뷰 중) 는 그의 취지가 무색해지게 우울한 노래 가사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자고, 마을버스처럼 제 자리를 돌고 또 돌더라도 달리자는 이 노래를 통해서 사람들은 정말 희망을 얻었다. 

 그는 1000만원대의 연 수입으로 살았으며 후속곡은 ‘절룩거리네’와 같은 대중적 인기를 거두지는 못 했다. 홍대 인디 밴드임을 자처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지만 가끔은 허탈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의 노래 중 하나인 ‘고기 반찬’이 KBS 예능 프로그램인 1박 2일에 소개 되었을 때의 일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피눈물로 쓴 이 노래 가사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희화화 되는 것이 어쩔 수 없다 싶으면서도 쓰게 다가왔을 것이다.

 이렇듯 우울한 노래 가사에다 그를 도와주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노래가사처럼 그저 체념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현실은 받아들이되 의지는 꺾지 않았던 것이다. ‘극도의 자기비하에 빠진 것처럼 보이는 것도 다 내 전략이다. 난 이번 앨범을 통해 바닥을 치고 반동으로 뜰 준비를 하고 있다. 두고 봐라’ (조엔 인터뷰 중) 는 다짐을 통해서도 그의 의지가 잘 드러났다. 좌절이 깃든 인생의 전반이 ‘절룩거리네’와 ‘스끼다시 내 인생’ 으로 대표 되었다면 이제는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던 이진원에게 38살의 인생은 너무 짧았다.

 그의 말처럼 노래는 인생이다. 젊은 가수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가사로 소리소리 질러도 인생이 담겨 있지는 않다. 제대로 사랑 한 번 안 해 본 가수가 발라드를 불러도 인생은 거기 없다. 패배에 지치고 희망을 꿈꾸는 루저들의 세대가 그의 노래를 사랑했던 것은 거기에 우리의 인생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기성세대의 무뚝뚝한 아버지들이 술에 거나하게 취하면 동네 전봇대를 부여잡고 울분을 토해내듯 불러 재끼던 노래 ‘아빠의 청춘.’ 가족들 부양하랴 회사에서 깨지랴 정신없이 사라져 버린 청춘을 목 놓아 부르던 노래다. 이진원이 살다 간 지금 20대를 힘겹게 지나고 있는 우리는, ‘스끼다시 내 인생’을 그렇게 목 놓아 부를지 모를 일이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1 Comment
  1. 여강여호

    2010년 11월 6일 09:52

    하늘에서도 주류와 타협하지 않는 멋진 비주류로 살 것 같습니다.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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