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경기도 오산에 위치한 한신대학교 60주년기념관에서 한신대학교 사회학과 한국사회연구회의 학술제가 열렸다.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킹’이라는 주제로 사회의 다양한 부분을 다룬 이번 학술제는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학술제에는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와 학부생들을 비롯하여 행사에 관심 있는 한신대 학우들이 참여하였다. 필자도 블로그 저널리스트의 자격으로 학술제에 초청되어 행사에 함께 했다.
블로그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가 학술제의 주요한 논의 주제였다. 광고 측면에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블로그 마케팅’에 대해 다루어졌고, 문화 측면에서 블로그를 통한 ‘2차 창작물’의 활발한 유통에 대해, 언론 측면에서는 블로그가 보여주고 있는 대안 언론의 가능성에 대해 논의되었다. 한국사회연구회 발제자들이 이러한 논의에 대한 발제를 진행한 후에, 필자를 비롯한 논평자들이 발제 내용에 대한 코멘트를 덧붙이는 방식이었다. 이후에는 객석의 질문에 발제자, 논평자들이 답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사실 학술제 전체가 엄청난 열기를 띠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참가한 학생들 대부분은 수업을 대체한 학술제에 출석을 인정받기 위해 참석한 것이었고, 발제 중간에 편안한 등받이에 기대어 잠을 청하거나, 친구들과 들리지 않을 정도의 수다를 떠는 학생들도 있었다. 또한 학술제가 학술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의의를 지니는 것도 아니었다. 학술제의 발제나 논평 내용은 학부생이 가진 근본적 한계로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새로운 학술적 발견이나 누군가가 이야기한 적 없는 참신한 내용을 다룬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러한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한국사회연구회의 학술제가 필자에게 매우 좋은 인상으로 남은 이유는 행사 그 자체에서 엿보인 열정과 가능성이었다. 몇 달 전부터 학술제 주제를 정하고 발제 원고를 쓰며 학술제를 준비해 온 발제자들의 땀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발제문에 인용된 수많은 자료들을 보며 생전 처음 보는 자료를 뒤적거리며 한 글자 한 글자 심혈을 기울였을 그들의 고뇌가 그려졌다. 발제문에 제시된 그들의 전망을 보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그들의 열망을 엿볼 수 있었다.

학문을 하는 공간인 대학에서, 학부생들로 이루어진 학회는 그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많은 학회들은 IMF 이후 각박해진 현실의 흐름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조금은 어설플지라도 커리큘럼을 짜고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그런 학회의 모습을 살리려는 노력들 역시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대학에 남은 학회는 대부분 스펙용 실용학회가 전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학술제에 참여한 경험 자체가 뭐랄까 작은 희망을 보게 해주었다. 발제문을 줄줄 읽었던 발제자, 아나운서들이 뉴스를 보도하듯 발제를 진행한 발제자, 스티브 잡스가 어렴풋이나마 떠오르도록 무대 왼쪽 오른쪽을 옮겨 다니며 발제를 진행한 발제자. 완벽하진 않아도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논평자로서 논평을 할 때, 내 눈과 마주치는 청중들의 눈빛,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 고뇌하는 모습 같은 것들도 하나하나 기억에 남았다.

그 절대적 수가 많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런 식의 학술제를 매년 준비하는 학과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금은 아마추어스러운 느낌이 당연히 날 수밖에 없겠지만, 그들의 학술제가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그 누구 부러울 것 없는 그들의 열정 때문일 게다. 크고 작은 학회, 학술제가 좀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좋은 느낌을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자주 공유할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한신대 한국사회연구회와 학술제의 앞으로의 번창을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