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 20을 찾아주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간과한 사실이겠지만 고함20도 사람 사는 곳이다. 고함 20이라는 이름의 글 쓰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저마다의 생각을 가진 20대들의 모임인 것이다. 기사 뒤에서 자기 목소리를 숨기고 살았던 그들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그 첫 번째 시간은 2010년 상반기 편집장으로서 활동했던 ‘라별’을 만나보고자 한다.




우선 고함20과 관련한 질문을 하겠습니다. 기자단에는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나요?


– ‘고함 20‘은 학생 대상 교육 프로그램인 ‘FUN20’ 의 산하 단체로 출발했어요. FUN20에 모인 친구들 중 저널리즘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모여서 만들었던 거죠. FUN20에서 활동하던 중 기자단을 모집하러 돌아다니는 창단 멤버들을 보고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는 진로가 언론 쪽이고 휴학을 하면서 이 길이 맞는지 확인을 하고 싶은 생각도 하던 중이기도 했습니다. 적성에 안 맞는 쪽으로 무턱대고 나아갔다가 늦어서야 길이 아니다 싶으면 곤란하잖아요. 그리고 어차피 대학생 기자로 활동할 것이라면 학보사 보다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보사는 개인 시간이 없고 시스템이 공고해서 한낱 개인이 바꿀 수 없습니다. 또한 학교에 이해관계에 따라 기사가 묻히기도 하는 체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고함은 그런 제약이 없어서 좋을 것 같았어요. 반면 고함은 내가 쓰고 싶은 기사를 넓은 범위 내에서 쓸 수 있어서 좋았어요. 무엇보다 일단 20대를 대상으로 한 미디어라는 게 매력적이잖아요!



일단 필명이 독특하네요. 무슨 뜻이지요?


– 원래 이런 거(닉네임)에 신경 많이 쓰는 편이예요. 영어는 싫고 한글 중에 찾아보려고 했는데 순우리말을 찾아보다가 ‘빛나라 별들아’의 약어를 정했어요. 별을 좋아하거든요




편집장을 지냈는데, 그 전후로 변한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 굉장히 많이 변했죠. 업무적인 면에서 편집장이라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커졌어요. 무엇보다 업무 특성상 회의를 항상 하는데 회의를 주재할 만한 리더쉽이 부족했어요. 말하는 건 좋아하는데, 수다 떨기 좋아하는 것과 진행을 잘 하는 것은 결국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고민이 항상 있어요.



나 개인적으로는 생활에서 고함이 항상 1순위가 되었어요. 그래서 일상에서도 운영진으로서 남보다 더 많이 더 멀리 생각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죠. 머릿속엔 항상 고함 생각뿐이었고, 좋은 사람 을 알게 되어도 명함부터 먼저 건냈어요.



그럼 편집장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뭘까요?


– 다른 멤버들에게 모범을 못 보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경우에 내 자신이 싫었어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편집장에 다다르지 못했을 때는 기존 편집장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부터 개인적인 질문을 좀 할께요. 돌이켜 봤을 때 내 인생에 가장 부끄러웠던 일은 언제인가요?


– 초등학교 때 일이예요. 학급 회장이었는데 그 때 사귀던 남자친구한테 학급 회의를 시작하기 직전에 차였어요. 그것도 편지 한 통으로. 회의는 시작 되어버리고 머릿속은 하얗게 된 상태에서 계속 울었던 기억 밖에 없네요. 선생님이나 친구들은 엄청 놀랐지만 전 신경 안 쓰고 울었나 봐요. 당연히 회의는 진행도 못 했죠. 그 남자 아이는 헤어지고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여자 친구가 생겼고 그게 또 아이들 사이에 금세 소문이 나버렸어요. 그 기억 때문인지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남자라는 연예인 남자를 좋아했고, 친구들은 대부분 여자였던 것 같아요



좋아하는 가수는?


– 소녀시대!



소녀시대 하면 자연히 삼촌 팬이 생각나기 마련인데 여자임에도 더 어린 걸그룹을 좋아하는 이유는 뭐죠?


– 소녀시대는 프로이기 때문이예요! 물론 라이브는 완벽하지 않고, 또 문제성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것도 잦지만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받았고 자기 일에 대충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 척 봐도 느껴져요. 노래, 춤, 외모, 보여주는 모습까지 거의 다 좋고 항상 기대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스타성도 있잖아요



좋아하는 노래는 뭐예요?


– 일단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당연하게도), 노리플라이 끝나지 않는 노래, 달콤한 나의 도시 ost PURPLE FOREST 등이요.



혹시 미래의 자식 교육 철칙이 있나요?


– 전 일단 제가 너무 편협하고 협소한 사람이라서 누군가를 거두고 건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고, 만일 그렇게 된다면 제일 싫어하는 어른의 모습으로, 가장 피하고 싶은 부모의 모습으로 아이들 위에 군림할 것 같아서 그런 비극을 자초하느니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낫다 싶어요. 또 제가 엄청 잘 살게 될지 뭐 어쩔지도 모르는데 교육비 감당 안 되는 애들을 낳는다는 게 좀 무섭기도 하고요. 일단 저만 봐도 부모님이 속 썩으시는 걸 아니까 굳이 그런 일을 되풀이(?)하는 건 별로인 것 같아요



진부한 질문이지만 꿈이 있다면?


– 직업적인 꿈이라면 글 쓰는 이가 되고 싶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인쇄 매체’의 기자. 영상 매체의 기자는 개인적으로 울렁증이 있 때문에 힘들 것 같아요. 개인적인 꿈이라면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지금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문제가 나이 먹고 ‘살다보면 그럴 수 있지’ 라고 되어버리는 것이 싫어요. 또 금전적으로도 잘 살고 싶어요! 어렸을 때는 유복했거든요. 그 때 생각을 하고 있자면 돈이 많으면 행복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난 어려운 사람을 금전적으로 후원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문화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서도 돈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상대의 나이를 가리지 않고 존댓말을 쓰는데 이유가 뭐예요?


– 글쎄, 고함에서만 좀 다른 편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학원에서 일 한 적이 있는데 그 아이들은 나이도 그렇고 편하게 대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고함은 창단 멤버들보다 고작 한 달 늦게 들어왔을 뿐이지만 나이 상으로 막내급이었거든요. 그 때 존댓말 쓰던 게 버릇이 됐어요. 그래서인지 반말을 하는 것이 아직도 머뭇거려져요. 저도 계속 고집하고 싶지는 않아요. 빨리 편하게 말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학생 기자로서 가장 쓰고 싶은 기사가 있나요?


– 20대 지도 만들기를 해보고 싶어요. 스펙과 돈을 좇는 20대는 많지만 젊음과 열정을 좇는 20대는 드물잖아요. 그들이 만든 단체나 움직임을 보여주고 앞길을 제시해주는 20대 만의 지도를 만들고 싶어요. 또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내 이름을 건 경제 칼럼이 있었으면 합니다!



가장 자랑스러운 기사


– ‘프롤로그’ 기자가 수습기자 때 쓴 기사 중에 ‘구월의 이틀’ 리뷰 기사가 있어요. 생각보다 독자들의 반응이 없어서 아쉽긴 했지만 나도 이미 읽었던 책인데 당시 아직 1학년이던 ‘프롤로그’ 기자의 글을 보고 ‘어떻게 이렇게 쓸 수 있을까’ 감탄했던 기억이 나네요. 또 작년 말과 올해 초에 거쳐서 기획 기사로 진행되었던 ‘고함어워즈’ 가 기억에 남아요 흔한 포맷이기는 하지만 대학생만의 재기 발랄함을 기사에 담을 수 있던 시간이어서 쓰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어요. 이런 것이 정식 미디어와 블로그 미디어의 경계에 있는 우리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사에 달린 비논리적이고 근거 없는 악플을 보면 어떻게 반응하나요?


지만 일일이 댓글을 달며 반박할까 하다가 결국은 참고 말죠. 고함20이 소통을 지향하는 매체인 것은 맞지만 이런 댓글과 하나하나 논쟁을 펼치는 것은 소모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예요.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20대로서 가장 큰 불만이 뭔가요?


– 마음 편하게 여유를 부릴 수 없는 것이 힘든 것 같아요. 잉여 짓 (긍정적인)을 하고 있으면 불안감과 자괴감을 조장하는 사회. 점점 더 완벽한 인간상을 요구하는 사회. 그 속에서 즐겁게 살면서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힘들어요. 내 자아가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서 변하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는 세상. 내 스스로가 주체가 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요



그와 관련 하여 20대들에게 외치고 싶은 고함은?


– 같은 20대의 입장에서 이런 말 하는 게 웃기지만, 요즘 20대들이 코앞만 보고 사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가수 컴백일은 알아도 선거일은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우리는 시대를 바꿔야 할 임무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봐요. 나 혼자 잘 되면 무슨 재미입니까? 개인적인 성공은 물론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다 같이 운동권이 되자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회 구성원이라는 생각, 공동체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함20을 좀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