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이즈 웰.’


 영화 ‘3 idiots’를 보면서 머릿속에 내내 맴돌던 말이다. ‘All is well’도 아니고 ’알 이즈 웰‘이다. 주인공 란초가 뻔질나게 말해대지만 지겹지는 않다. 실제로 알 이즈 웰이란 말은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된다. 곧 있을 시험에 불안해할 때, 임산부가 탁구대 위에서 아이를 낳을 때, 자살을 시도한 친구가 중태에 빠졌을 때 등, 우리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온갖 상황들이 닥쳐왔을 때 우리들의 마음을 안심시켜준다.

  영화에서 이 말이 가장 많이 적용된 순간은 현실이 꿈을 방해할 때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임페리얼 공대는 인도 최고의 대학으로 손꼽히며, 졸업할 즈음에는 미국 유수의 기업들에서 면접관들이 찾아온다. 이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도 인도 최고의 학생들이며, 졸업과 동시에 출세가 보장된다. 그렇다면 이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모두 엔지니어링이 꿈일까? 천만의 말씀! 파르한은 야생 동물 사진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성공한 인생을 강조하는 아버지 때문에 팔자에도 없는 공대를 다니고 있다. 라조는 꿈은 엔지니어링이지만 병든 아버지와 가난한 집안 때문에 언제나 절박한 마음 뿐이다. 이 둘은 꿈을 향해 달려가고 싶지만 현실 논리에 막혀서 꿈을 향해 한발자국 전진하는 것조차 불안해한다.

 그래서 ‘알 이즈 웰’이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순간, 불가피하게 뒤따르는 필연적인 불안함.그걸 해소시키기 위해 우리를 안심시키는 행위가 알 이즈 웰이다. ‘우리들의 마음은 쉽게 겁을 먹어. 그래서 속여줄 필요가 있지. 큰 문제가 생기면 가슴에 대고 말하는 거야. 알 이즈 웰이라고.’ 란초가 파르한과 라조, 두 친구들에게 해줬던 말이다.

어떤 일을 하든, 불안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하는 말 '알 일즈 웰'

 
하지만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영화에서 현실이 내세우는 가장 강한 논리는 ‘경쟁’이다. 임페리얼 공대의 총장은 학생들에게 틈만 나면 ‘인생은 레이스’라고 강조한다. 뻐꾸기는 알을 키우기 위해 다른 둥지의 알을 떨어뜨린다나 뭐라나. 공대 최고의 모범생 차투르는 학년 톱이 되기 위해서 기숙사에 있는 다른 방에 몰래 성인잡지를 넣는 기행까지 보여준다.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이유로 지독한 방귀를 내뿜게 만드는 약을 섭취하고 공부한답시고 온갖 부산을 떠는 그의 별명은 ‘소음기’다. 

 이에 우리의 ‘란초 신’께서 나서신다. 학교 총장까지 앉은 강의실에서 그는 문제를 하나 냈다. 두 개의 단어를 제시한 다음, 30초 안에 두 단어를 정의하라는 문제다. 정답을 맞춘 순서대로 서열을 매겨 1등부터 꼴등까지 분류한다고 한다. 그 짧은 30초 안에, 총장은 옆 자리에 앉은 학생 책을 빼앗고, 차투르는 란초의 책까지 가져와 샅샅이 훑어본다. 제한 시간이 끝난 후, 란초가 말한다. ‘1분만 시간을 돌려 생각해보죠. 제가 문제를 냈을 때, 설렜나요? 호기심이 생겼나요? 새로운 걸 배운다는 사실에 흥분됐나요? 아니죠. 모두들 미친듯이 레이스만 펼쳤죠. 이런 방식이 무슨 소용이 있나요? 만약 제일 먼저 풀었다고 해도 그게 지식을 늘게해주나요? 스트레스만 주죠. 서커스의 사자도 채찍의 두려움으로 의자에 앉는 것을 배우지만 그런 사자는 잘 훈련됐다고 하지 잘 교육됐다고 하진 않습니다.’ 두 개의 단어는 사실 그의 친구, 파르한과 라조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즐거운 웃음을 전해준다. 어찌보면 단순하고 고리타분한 주제라서 쉽게 질릴 수도 있건만, 총장과 차투르를 놀리고 조롱하는 과정은 최고의 웃음폭탄이다. 중간중간 노래와 춤이 등장하는 뮤지컬적 전개도 지루함을 없애주고 영화에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준다. 현재와 과거를 왔다갔다하는 복잡한 전개임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웠던 이야기 구성도 플러스 요소다.

 어느새 행복이 아닌, 외적 조건이 모든 걸 결정짓는 세상이다. 꿈을 향해 노력하는 건 당연하건만 어째, 꿈이라는 용어 자체도 낯설게 들리는 게 요즘이다. 꿈을 향해 노력하자는 슬로건을 그래서 오히려 더 참신한지도 모른다. 노력하면 성공하는 건데 성공하기위해 노력하길 강요하는 역설적인 세상이 싫다면, 그래서 꿈을 향해 노력하다가 문득 불안에 휩쌓일 때면, 그때마다 ‘알 이즈 웰’이라고 다독이며 나아가고 싶다면, 3 idiots, 3명의 얼간이들을 보며 위안을 얻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