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소설은 무겁다. 진중하고, 밀도 있다. 딱딱하다 느껴질 정도로 짧은 문장을 나열하지만, 만연체로 읽힌다. 화려한 수사 없이도, 딱딱하고 짧은 문장 속에서도 문학성이 가득한 것은 그가 말하려는 생의 이치와 묘사가 충분히 심층적이기 때문이리라. ‘칼의 노래’와 ‘현의 노래’를 통해 칼과 악기, 바다와 산의 이치를 묘사한 김훈은, 숲 속의 세밀화가를 대동하고 ‘내 젊은 날의 숲’을 들고 찾아왔다.

김훈다운 소설

 역시 김훈이다’는 생각을 했다. 집요한 문체는 물론이거니와 소재 활용에 대한 그의 방식 역시 그렇다. 김훈은 전혀 이질적인 소재에 빗대어 말한다. 하지만 그 이질적인 소재에서 다른 사람은 놓칠만한 작은 공통점을 포착해내고, 드디어 완벽히 비유한다. 또한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하는 것은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그 느낌을 완벽하게 제시해준다. 이번 소설에서는 특히 할아버지의 말 ‘좆내논’과 김민수 중위의 방탄조끼와 대검이 그렇다. 좆내논과 방탄조끼는 한 번, 두 번 등장할 때마다 어머니의 복잡한 심경과 연주가 민수를 바라보는 마음을 무엇보다 확실하게 나타내준다. 이 둘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에피소드나 될 만한 것이지만, 김훈은 소설 전개의 중추로 만들어버렸다.

 김훈을 담기엔 너무나 작은 주인공의 그릇

 그러나 아쉬운 점 역시 존재했는데, 바로 주인공이다. 어색했다. 김훈은 언제나 주인공의 입을 통해 말한다. 그의 깊은 통찰, 사물과 주변에 대한 집요한 묘사, 그리고 그 모든 것에서 발견해내는 의미들 모두 주인공의 입에서 나온다. 그래서, 어색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29의 세밀 화가이다. 유명한 인물도 아니며, 그렇다고 깊은 내공을 쌓은 것으로 추측하기도 어렵다. 그런 주인공이 그 깊은 통찰과 묘사와 의미를 말하고 있다. 사람을 냉철하고 정확하게 분석해낸다.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다보니 분명 주인공의 말임을 알긴 하지만, 이질감이 든다.


그의 언어는 이순신이나 우륵에 담겼을 때는 완벽했다. 이순신과 우륵은 그의 언어를 담기에 충분한 캐릭터였다. 칼의 울림과 바다의 냄새를 말하는 이순신과 소리의 이치와 산의 향기를 말하는 우륵은 완벽했다. 그러나 29세의 화가가 담기에 김훈의 언어는 깊고,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은 울림이 있는 글임은 여전했다. 그리고 그의 공감각적인 표현들 역시 살아있었다. 나무가 ‘쟁쟁쟁’하며 울린다는 그 특유의 소리 묘사는 단 세글자로 나무와 주인공 연주와의 관계를 그릴 수 있게 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내면에 대한 묘사 역시 최고였다. 출소하는 아버지를 맞는 어머니, 자식에게 미안한 아버지와 그의 딸, 그리고 아들을 보내야 하는 연구실장의 모습은, 간접 경험의 진수를 맛보게 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김훈의 책은 읽어볼 만하다. 그의 소설은 ‘깊이 있는 사람’의 내면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순신, 우륵, 왕, 백성, 아버지, 어머니, 소시민. 그 든 종류의 깊이 있음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깊어가는 겨울, 메마른 문체로 깊이 있는 사람을 표현하는 그의 책은 읽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