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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가게에서는 손님을 홀대해도 되나?

 대학로 말고는 어딜 잘 나다니지 않는 편인데 우연히 홍대에 가게 됐다. 요새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독특한 분위기와 문화를 지녔던 예전의 매력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호기심이 생기는 곳이었다. 바글거리는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을 걸으며 역시나 인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엄청난 사람 수에 비해 홍대라는 이름으로 묶인 그 구역이 너무 작아서였을까. 홍대로 향했던 최근 두 번의 방문 때 모두 바쁜 가게 특유의 불친절함을 제대로 맛보고 돌아왔다.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되다

 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음식점에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황금시간대라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한 닭갈비집에 들어갔다. 카운터의 종업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몇 분이세요?”라고 물었다. 보통은 인사치레로라도 “어서 오세요”라고 하지 않나, 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둘이요”라고 말하니 대충 자리에 가서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메뉴를 시키고 기다리니 기본 반찬들과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닭갈비가 나왔다. 아까와는 다른 종업원이 와서 야채와 고루 섞인 닭갈비를 능란하게 구워주었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손님들이 신경 쓰였는지 시선은 그쪽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닭갈비는 멀쩡히 잘 익었다. 아주 작게 “이제 드셔도 돼요”라고 하고 총총 사라졌다. 밑반찬을 리필하고 싶었지만 가게 안이 소란스러워 우리 목소리는 종업원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다. 쌈채소 상태가 별로라 다시 가져다 달라고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그나마도 오래 앉아 있지 못했다. 테이블이 빨리 돌아가길 바라는 가게 사람들의 눈초리가 따가워서였을까. 배가 고파 맛난 것을 먹어 볼까 하는 마음으로 들어온 곳에서 왠지 모를 불편함과 소외감을 느꼈다. 

 잘 되는 집은 불친절해도 괜찮아?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는 홍대처럼 유동인구가 많아 바쁜 가게가 있는 반면,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 찾아온 사람들이 그득그득한 경우도 있다. 월등한 맛과 기분 좋은 서비스를 갖추고 있는 가게도 있지만, 몇몇 가게는 명성에 비해 지나치게 불친절해 방문객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 ‘유명하다는 맛집 실제로 가 보니…’ 시리즈 중에서 주인이나 종업원의 ‘불량한’ 서비스에 대해 성토하는 글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어떤 가게가 ‘맛집’이라는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그 집에 어렵게 방문한 손님을 홀대해도 되는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이런 불만은 계속 이어질 따름이다. 음식이 맛있으니 좀 아니꼽더라도 계속 들르게 된다는 손님의 고백은, 인기 있는 가게의 무뚝뚝하거나 매몰찬 태도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알아서 손님이 찾아오는데 굳이 친절하게 굴 필요 있나, 가게 크기에 비해 늘 너무 많은 사람이 와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해 버리면 그만이다.

불친절도 마케팅이 되는 시대

 불친절 마케팅이란 ‘필요할 땐 과감하게 불친절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반한 마케팅 방법이다. 친절한 사람은 상인으로 쉽게 잊히지만 불친절한 사람은 장인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며 냉면집 예시를 든다. 다 외우기도 힘든 다양한 메뉴를 두고 여름에 ‘냉면까지’ 하는 집은 절약을 위해 냉면을 대강 만든다. 하지만 장인의 집은 육수를 끓이고 면을 뽑는 지루한 과정을 거쳐 냉면을 제대로 탄생시킨다. 그러다 보니 손님들을 줄 세워 오래 기다리게 하고 결국은 불친절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극적인 제목과 달리 책은 장인정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과연 손님에게 상냥하지 못한 수많은 가게들이 전부 장인정신에 입각하여 그렇게 구는지는 의문이다. 여하간 상냥하지 못한 태도가 그 집을 기억하게 하는 특성이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상에서 가장 불친절한 음식점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런던의 왕케이에서 손님은 모르는 사람과 합석도 해야 하고, 던져진 메뉴판을 빠르게 읽고 착착 주문해야 하며, 종업원들의 퉁명스러운 대꾸도 견뎌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가 그것을 일종의 마케팅으로 보는 데다, 그 유명세로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다니 말이다.

그저 기분 좋게 식사하고 싶을 뿐인데

뉴욕 맨해튼에 문을 연 식당 70%가 2년 만에 문을 닫는다. 작고 사소한 잘못을 고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깨진 유리창 이론이다. 어쩌면 손님들에게 좀 더 살갑게 구는 일은 큰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딱딱한 인상을 펴고 목소리 톤을 조금 밝게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찾아온 손님을 그저 ‘얼마치 먹고 나갈 사람’으로만 본다면, 오히려 그게 더 심각한 문제일 것이다. 

 입맛에 정말 잘 맞아서 초등학교 때부터 몇 년간 갔던 떡볶이집이 있었다. 그런데 그 집 아주머니는 유독 내게 냉랭했다. 어느 날 떡볶이를 사러 갔다 불쾌한 마음으로 돌아온 다음부터는 발길을 끊었다. 별 생각 없이 편하게 먹고 싶다는 마음이 뛰어난 맛을 앞지른 것이다. ‘내게 함부로 했다가는 큰 코 다칠걸?’하며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불편한 마음을 버리고 기분 좋게 식사하고 싶을 뿐이다. 높은 테이블 회전률만큼 입소문으로 퍼진 좋은 평판도 얼마든지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바쁜 가게에 기본 정도의 친절함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바람일까.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2 Comments
  1. 신병길

    2010년 11월 17일 06:52

    불친절함은 마케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게가 종업원아 부족해서 재대로된 서비스를 못한다면 주문한 음식을 한줌이라도 더 주는게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불필요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면 이미 디마케팅이라는 단어가 있구요. 잘 읽었습니다 ^^

  2. 이감고담

    2010년 11월 17일 13:06

    이리저리 짧은 여행을 돌아봤는데요.
    제가 가본 일본, 중국, 홍콩, 인도, 파키스탄 등등에서 일본을 제외하곤 한국식당이 제일 친절한 듯…
    음식 나오는 속도는 전세계 최고구요. 인도 파키스탄에선 돈도 던지죠? 음식도 거의 놔두지만 살짝 미는감이…
    바쁜 가게는 어쩔 수 없이 불친절함이 조금씩은 묻어나오던데 그럼 결국 망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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