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쌤 다이어리는 이번 회부터 잠시 영어 이야기에서 벗어납니다. 3회에 걸쳐 새롭게 진행될 주제는 바로 ‘요즘 아이들’입니다. 저랑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아니지만,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 저와 다른 모습, 또 저의 어릴 때와 비슷한 모습, 어쨌든 조금은 문제이지 않나 싶은 모습들이 꽤나 많이 보이더라고요. 그런 느낌들을 함께 나눠보고자 해요.

학원 강사 일을 하던 시절입니다. 저는 붕 뜨는 시간에 카페 가서 돈 쓰는 것보다는 아무튼 학원에 미리 가 있는 걸 좋아했었죠. 학원 빈 강의실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하고, 단어시험지를 내는 등 수업준비를 하기도 하고요. 뭐, 그 날도 그랬어요.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수업이 끝나자마자 학원에 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빈 강의실에서 단어 시험을 출제하던 중이었죠.

물을 좀 마실까 해서 잠시 나왔는데 옆 빈 강의실에 중1 아이가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거였어요. 그 때가 봄이었으니까 아직 ‘초딩’ 티도 덜 벗은 아이였어요. 수업은 아직 한 시간도 넘게 남았는데 벌써 대체 웬일로 학원에 왔는지 궁금해서 물었죠.

“너, 왜 이렇게 빨리 왔냐?”

그랬더니 그 아이가 이런 대답을 하더군요. 집에서 나오고 싶었다고 말이에요. 집에 있으면 엄마가 공부를 해라, 책을 읽어라 하며 끝없이 닦달을 한다더군요. 답답함에 책을 들고 학원으로 와 버린 거죠. 얘기를 들어보니 평소에도 학원이 끝나고 집에 가면 각종 잔소리 때문에 오히려 집에 가도 편하게 쉴 수 없다고 합디다. 그 아이는 책을 읽었다는 증거를 만들려는지 제대로 읽히지도 않는 책에 열심히 밑줄을 긋고 있더라고요.


(이미지 출처 : 스포츠칸)

또 한 번은 아이들이 단어시험을 잘 봐서 상으로 수업 후에 군것질거리를 사줄까했더니 한 아이가 사회 학원에 가야하는데 늦었다며, 지금 사달라고 조르더군요. 종합 보습학원도 아니고 ‘사회 학원’이라니! 나중에 알았는데 항상 영어 학원에서 쉬는 시간이면 꽤나 두꺼운 사회 문제집을 열심히 ‘찍기’라도 하며 풀고 있더라고요. 정말 중학교 1학년밖에 안 된 아이가 5개의 선지와 그렇게 매일같이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기껏해야 저랑 10살 차이도 안 나는 아이들인데 정말 격세지감이 느껴졌습니다. 저도 어릴 때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 같은 건 당연히 있긴 했지만요. 시험기간인데도 공부를 안 하거나 하는 상황이 아니면 부모님도 특별히 저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하진 않으셨었어요. 학원에 가는 아이들이 많긴 했지만, ‘사회 학원’을 따로 다니는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렇게 엄청나게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도 아니고, 매우 잘사는 친구도 아니었는데 그 정도로 자기 시간이 없을 만큼 학원을 많이 다닌다는 게 좀 어리둥절했습니다.

사실 수업시간이나 이럴 때 아이들을 보면, 이 아이들이 왜 여기에 앉아 있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사실 이 친구들이 영어를 잘하고 싶어 하기는 하지만, 그건 자기 자신의 욕구가 아닐 거거든요. 부모님의 욕망이거나, 부모님에 의해 자리 잡힌 스스로의 욕망이에요. 영어를 왜 잘 해야 하는지도 정확하게 모른 채, 어쨌든 부모님이 보낸 학원이니까 앉아있는 모습 안타까울 때가 많았어요. 아직 어린 나이, 한참 자랄 나이니 하고 싶은 일도 많을 거고 많은 것에 관심도 가질 수 있는 나이인데 모두 다 똑같은 것을 배워야 하고 학원을 전전해야 하고 참 슬펐죠.

원장 선생님도 아니고 기껏 한 달에 얼마씩 받는 선생님의 입장에서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안 가르치고 놀게 할 수도 없는 처지라서 저는 속마음을 다 숨기고 수업시간에 열심히 연기를 하곤 했죠. 너희는 영어를 잘해야 살 수 있다는 둥의 말을 하면서 어떻게든 집중시키려고 하고요. 어쩌면 저도 그런 식으로 아이들을 옥죄는 짓을 했던 건지도 몰라요.

(이미지 출처 : 이데일리SPN)


공부를 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문제기는 하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할 수 있게 해 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무엇이든 누가 시켜서 타율적으로 할 때보다 자율적으로 할 때 능률도 더 높고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해 본 그런 쾌감을 느껴보지 못한 아이는 결국 정말 삶 자체를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물론 부모의 입장에서는 참 말 같이 쉽지 않은 문제겠죠. 하지만 진짜 좋은 가정교육이란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모든 부모들이 참 깊이 고민해 봤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