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이상형은 있다. 이상형이란 얼굴의 생김새부터 시작해서 직업, 성격까지 각자가 꿈꾸는 이성의 조건을 말한다. 이상형은 보통 범접할 수 없는 연예인이나 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으로 구체화된다. 이상형의 대상이 되는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의 모습은 틈 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 이상적인 남녀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남녀가 등장하는 영화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는 이상형 그 이상의 의미를 보여준다. 남녀가 만나서 사랑하게 된다는 스토리 또한 지극히 평범하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색다른 시도를 하는 여타 영화들과는 다르다. 즉,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는 뻔(Fun)하지만 뻔하지 않은 영화다.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영화의 시작과 끝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의 하비(더스틴 호프만)와 케이트(엠마 톰슨)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녀다. 하비(더스틴 호프만)는 이혼한 지 오래된 작곡가로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케이트(엠마 톰슨)는 공항에서 근무하는 노처녀로 틈만 나면 전화하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영화는 뻔하게 두 남녀가 공항에서 마주 치는 우연을 운명적인 만남의 계기로 삼지 않는다. 하비(더스틴 호프만)는 설문 조사하는 케이트(엠마 톰슨)에게 신경질적으로 화를 내지만 케이트는 개의치 않는다. 공항의 식당에서 다시 만나게 된 하비(더스틴 호프만)는 케이트(엠마 톰슨)를 기억하지만 케이트는 그를 당연히 기억하지 못한다. 여기서 하비(더스틴 호프만)의 재치와 순발력은 과감 없이 발휘된다. 만남의 고리는 운명이 아닌 개인의 행동에 의해 결정됨을 보여준다.






두 사람의 시작 못지않게 결말 역시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하비(더스틴 호프만)는 부정맥 때문에 병원에 실려 가고 약속장소에 못 나가게 된다. 케이트(엠마 톰슨)는 ‘그럼 그렇지.’ 하며 실망하고 마음을 접는다. 그러나 하비(더스틴 호프만)는 그녀의 직장을 찾아오고 케이트(엠마 톰슨)에게 사연을 설명한다. 케이트(엠마 톰슨)는 다른 영화의 여주인공처럼 무조건적으로 오해하지 않는다. 따라서 관객이 둘 사이에 일어나는 사소한 오해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괴로워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녀는 그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입장을 조곤조곤 털어놓는다. 그녀가 과거의 아픔을 털어놓자, 하비(더스틴 호프만)는 사랑으로 그녀의 두려움을 없애 주려한다. 이혼의 아픔을 가진 하비(더스틴 호프만) 역시 그녀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관객은 뻔한 결말로 가는 뻔하지 않은 과정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동시에 감동을 받게 된다.





▲ 영화 ‘사랑은 너무 복잡해.’                                                 ▲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 ‘졸업’

튀지 않는 남녀의 감정선
지루하기 보다는 안정감



영화 ‘사랑은 너무 복잡해’ 는 낸시 마이어스답게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에 충실하여 곳곳에서 웃음을 유발시킨다. 반면,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는 코미디보다는 두 남녀의 감정을 나열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는 안단테와 라르고 사이의 빠르기인 아다지오로 진행된다. 느린 템포를 싫어하는 사람 역시 지루함 보다는 안정감을 느끼는 이유는 두 배우의 연기력 덕분일 것이다. 영화 ‘졸업’에서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사회초년생을 연기한 더스틴 호프만은 실직한 이혼남의 고독을 탁월하게 연기해 낸다. 엠마 톰슨 역시 아픔을 간직한 외로운 여성과 하나 되어 내면에서 우러난 진정한 연기를 보여준다. 두 배우는 아카데미상의 전초전이라 여겨지는 골든 글로브시상식에서 2009년,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 각기 여우주연상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사랑한다면 하비처럼



중년을 겪었거나 혹은 현재 중년인 남성과 여성은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를 보며 공감대를 형성하기 쉬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년이 아닌 이들이 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겉돌게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이를 불문하고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를 보고 나면 가슴이 저릿해져 옴을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영화에는 ‘사랑’ 이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 이라는 감정에는 어떤 수식어도 어떤 과장도 필요하지 않다. ‘사랑’ 의 감정을 느끼는 매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하면 된다.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의 하비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