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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 거래되는 세상, 당신의 과제물이 위험하다


지금 이 순간, 내 과제물이 거래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재학생이 다른 학생들의 리포트를 한 유료 리포트 거래 사이트에 무단으로 게재하여 부당 이득을 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달 28일, 서울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 의혹을 제기한 한 네티즌에 의해 밝혀졌다. 
전기공학부에 재학 중인 주 모씨는 350여명에 이르는 학생들의 리포트를 ‘해피캠퍼스’에 무단으로 게재해 16만 원 가량의 부당 수익을 챙겼다. 주 씨가 스누라이프에 사과문을 올리고 부당 이익금과 무단 도용된 리포트에 대해 원상복구조치를 함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주 씨는 어떻게 350명이나 되는 많은 학생들의 리포트를 손에 쥘 수 있었을까? 생각보다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수업의 사이버 강의실의 과제 제출 게시판에 올라온 학생들의 리포트를 다운로드한 것이다. 클릭 몇 번만으로 타인의 과제물을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인터넷 환경이 좋아져 컴퓨터 1대 없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더 힘든 세상이 된 이후로, 대부분의 대학에서 강의 보조용 사이버 커뮤니티를 개설하여 사용 중이다. 과목 담당 교수에 따라, 포털 사이트에 강의용 카페를 개설하여 활용하기도 한다. 과제물에 대한 비밀글 설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게시판 환경일 경우, 타인이 나의 리포트를 다운받고 있다고 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대학생 이형주(한림대 의예과) 씨는 “리포트를 무단 전제하는 것은 소녀시대의 mp3 파일을 구해서 자기 것인 양 파는 것과 똑같은 행위”라며, 쉽게 구할 수 있는 타인의 과제물에 손을 대는 일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네이버 ‘레포트다운’ 검색결과
편리함에 대한 욕구, 지식이 거래되는 세상

주 씨의 행동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리포트를 팔았다는 것 뿐일까. 도대체 왜 대학생들이 작성한 과제물이 온라인을 통해 유료로 거래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어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 상에는 수십개에 이르는 리포트 전문 거래사이트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 사이트에서는 대학생들의 논문/리포트에서부터 취업준비생들의 취업관련자료, 중.고등학생들의 수행평가자료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문서들이 ‘지식거래’라는 미명 하에 거래되고 있다. 지식이라는 것은 애초에 공유되어야 그 빛을 볼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살펴보았을 때, 이러한 지식거래 행위는 매우 비정상적인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지식의 공유와 재창조를 통해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이러한 이유로 지식거래 사이트에 널린 정보들보다 훨씬 ‘고급’인 정보라고 칭할 수 있는 각종 단행본과 논문들도 도서관을 통해 무료로 검색,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정보 검색자들은 왜 무료인 고급 정보를 제쳐 두고서, 돈까지 지불하며 리포트를 거래하는 것일까.

이유야 간단하다. 진짜 지식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찾으려고 하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식을 내가 원하는대로 포장해놓은 ‘맞춤형 지식 세트’일 뿐이다. 지식을 통해 그들이 얻으려고 하는 것은 지적 만족감이 아닌, 과제의 기한 내 제출, 나쁘지 않은 학점, 과제를 하는 수고의 절약과 같은 편의일 따름이다. 

이렇게 주객이 전도된 상황에서, 소위 ‘지식거래 전문업체’들은 학생들에게 이러한 편리함, 쉬움에 대한 욕구를 끊임없이 부추기고, 이것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광고하려 나섰다. 이런 결과, 지식은 공유되지 못하게 되고 유료의 틀 안에 갇힌 도구적 지식의 크기만 증가하게 되었다.



대학생(大學生) 다운 정보 이용, 그리고 카피레프트(Copyleft)

결국 문제의 핵심은 쉽게 타인의 리포트를 열람할 수 있는 커뮤니티 환경도, 틈새를 공략하여 이득을 취하려는 지식거래업체 그 자체도 아니다. 지식, 그리고 정보에 대해, 자신의 과제물에 대해 진지하고 책임 있는 태도를 갖지 않는 지식 생산자, 소비자들의 태도가 문제다. 고리타분하고 뻔한 해결책이지만 결국 이 문제는 대학생들이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킴으로써만 해결될 수 있다. 

지식 소비자로써, 대학생들은 고등 학문을 하는 대학생 다운 정보 이용 태도를 가져야 한다. 자신의 리포트를 작성할 때, 타인이 축적한 지식을 참고할 수는 있으나 결국 자신의 생각에 의해서 풀어나가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 복사하기와 붙여넣기 버튼으로 간단하게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신의 수요로 인해, 도리어 본인의 과제물이 무단으로 거래될 가능성도 함께 존재하게 된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지식 공급자로써도, 지식거래 사이트에 자신의 과제물을 폐쇄적 형태로 게시하는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리포트를 유료로 공급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득은 어차피 몇 푼 되지 않는다. (예시로 언급된 주 씨의 경우, 그렇게 많은 리포트를 도둑질해서 얻은 부당수익이 ‘겨우’ 16만원에 그쳤다.) 하지만 카피레프트 정신을 실현하여 저작물에 대한 적당한 권리를 지키며 지식을 공유한다면, 추후 자신이 다른 자료를 필요로 할 때 더욱 만족스러운 정보의 형태로 되돌아올 것이다.



페르마타
페르마타

청년/저널리즘/문화 연구자. 페르마타 = 그 음의 길이를 2~3배 길게. 마쳐라.

1 Comment
  1. Colatta

    2010년 12월 12일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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