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각종 시상식은 각 분야에서 한 해를 돌아볼 수 있어 시청자들의 기대를 받는 연례 행사 중 하나다. 지난 25일 전파를 탄 KBS 연예대상을 시작으로 지난 29일에는 SBS 가요대전, MBC 방송연예대상이 방영되었다. 수상의 공정성 문제, 진행 미숙 등 중간중간 잡음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많은 대중들이 수상 결과에 주목한다. 수상 결과에 따른 후폭풍도 크다. 수상한 프로그램이나 연예인들에 대한 개별 기사는 물론, 시상식 전체를 아우르는 기사까지 며칠에 걸쳐 수십, 수백 건의 기사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예상 외로 시상식에서 소외받았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시상식은 잘한 사람(혹은 프로그램)에게 칭찬과 축하의 의미로 상을 준다. 하지만 한 해 동안 수상의 대상이 될 만큼 활약한 스타들은 넘치는 데 비해, 상은 수가 한정되어 있기에 늘 결과에 대한 아쉬운 소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KBS 연예대상도 방영 후 반응이 시끌시끌했다. 이승기의 최우수상 수상, 이수근의 우수상 수상에 대한 의문스러운 반응이 나오는가 하면,  <야행성>, <천하무적 야구단> 등 폐지 프로그램을 홀대한 것에 불만을 터뜨리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받을 만한 사람에게 상이 돌아갔다는 분위기가 더 강했다.

 그러나 29일 방영된 MBC 방송연예대상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결코 훈훈하지 않았다. 시상식에서 발견되었던 여러 가지 문제점 때문이었는데, 가장 논란이 되었던 것은 ‘시청자들이 뽑은 베스트 프로그램상’ 수상 결과였다. 

 시청자들의 투표를 배신한 수상 결과

 MBC 방송연예대상은 이달 20일부터 투표를 실시해 시청자가 직접 베스트 프로그램에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투표는 싸이월드에서 당일까지 진행되었고, 생방송 중 결과가 바로 수상에 반영되었다. 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처음부터 선두를 달려 어마어마한 표수를 자랑했다. 실제로 11만 표 이상을 획득하는 저력을 발휘했던 것. 100% 네티즌 투표로 이루어지느 수상이었기에 누구도 이 부분에서 ‘반전’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작 상을 받은 프로그램은 <세바퀴>였다. 방송에 나온 베스트 프로그램상 결과에 따르면 <세바퀴>는 총 57,455명의 공감을 얻어 56,963명이 투표한 <무한도전>을 앞질렀다. <무한도전>은 114,108표, <세바퀴>는 4,013표를 받은 싸이월드의 실제 투표 결과와는 판이했다. 


출처 : DC인사이드 무한도전 갤러리


 득표 차이가 월등했던 까닭에 당연히 <무한도전>이 베스트 프로그램상을 받으리라 예상했던 네티즌들의 기대는 단번에 무너졌고 항의와 불만이 폭주했다. <무한도전>이 획득한 표의 절반 가까이 증발한 반면, 타 프로그램에도 뒤졌던 <세바퀴>의 득표수가 갑자기 늘어난 것에 의혹을 제기했다. 무한도전 갤러리를 비롯한 각종 커뮤니티에는 실제 득표 현황이 담긴 웹페이지 캡처와 방송 결과를 비교하는 자료가 앞다투어 올라오기도 했다. MBC 홈페이지에서는 투표 조작과 관련된 검색어가 실시간 방송 검색어 상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출처 : iMBC 홈페이지 http://cue.imbc.com/keyword/
 

 네티즌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MBC는 공식 입장을 해명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연령 분포에 따른 가중치’를 적용했고 해외 거주자들의 중복 투표를 추적해 무효로 처리했다는 것이다(출처 :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기사 http://star.mt.co.kr/view/stview.php?no=2010123009055762877&type=1&outlink=1). 하지만 담당 PD의 해명은 논란을 가라앉히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연령 분포에 따른 가중치를 적용했다 하더라도 <무한도전>과 <세바퀴>의 득표 차이는 9만 표나 되었다는 점, 순수 득표 11만 표를 넘긴 <무한도전>은 절반 가량만 수상에 반영된 점 등이 시원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 증발한 표가 5만 표에 가까운데 그것이 모두 중복 투표였냐는 반문도 이어졌다.


 제 살 깎아먹은 MBC

 MBC 방송연예대상은 늘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연말 효자 프로그램이었다. 탄탄한 예능 프로그램과 시트콤, 재치있는 진행, 유머가 넘치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시상식이 치러졌던 까닭이다. 그러나 올해 방송연예대상은 그 동안의 명성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우선 수상 결과에 대한 불만족이 주를 이루었다. 베스트 프로그램상 투표 조작 논란뿐만 아니라 <무릎팍도사>, <라디오스타>, <놀러와> 등 주요 예능이 홀대받은 점, 수상이 <세바퀴>에 편중된 점, ‘방송연예대상’에서 특별히 ‘가수상’을 지정한 점 등 잡음이 많았다. 시상 때 간간이 시도했던 어색한 개그와 상황 설정, MC였던 이경실의 미숙한 진행도 도마에 올랐다.

 MBC 방송연예대상은 납득이 갈 만한 수상 결과와 재미를 원했던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전체적으로 삐걱거렸던 시상식에 대한 불만이 워낙 컸겠지만,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MBC의 이미지를 배신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다 싶다. MBC는 타 방송사에 비해 충성도 높은 시청자가 많은 편이다. DMB 시청, 인터넷 다시보기 등 대체수단의 등장으로 더 이상 시청자는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본방 사수’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지만, 프로그램과 스타를 든든히 뒷받침해 주는 것은 여전히 시청자들의 두터운 사랑이다. 게다가 올해 MBC는 드라마 부문에서 고전한 반면, 예능은 변함없는 사랑을 기반으로 강세를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한 해 동안 아낌없는 지지와 애정 어린 비판을 보냈던 시청자들에게 돌아온 것이 고작 잡음 투성이었던 시상식이라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화가 나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타 방송사에 비해 피드백이 빠르고, 특히 젊은 층의 높은 지지를 얻어 온 MBC가 올해 방송연예대상에서 보여 준 실망스러운 모습은 제 살 깎아먹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MBC는 이번 일을 일부 네티즌들의 의문 제기로 가볍게 여기지 말고 시청자들이 수긍할 만한 시원한 해명을 해야 한다. 그것만이 불거지는 수상 결과에 대한 논란과 실추된 MBC의 이미지를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