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장기이식 주선업체가 등장하고 부모의 마음을 뒤늦게 깨닫는 아들이 등장한다. 유괴된 딸을 찾아 헤매는 엄마도 등장한다. 영화 ‘심장이 뛴다.’ 의 내용이다. 영화 ‘아저씨’ 에는 어린 아이들을 팔아넘기는 주선업체가 등장하고, 영화 ‘이끼’ 의 유해국(박해일)은 아버지에 대한 애증을 풀게 되고, 영화 ‘세븐 데이즈’의 유지연(김윤진)은 딸을 찾아 삼만 리를 헤맨다. 영화 ‘심장이 뛴다.’ 는 맛없는 짬뽕이다. ‘심장이 뛴다.’ 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빨간 짬뽕이다. 신선한 해산물과 싱싱한 야채들이 구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배달된 짬뽕은 불어터진 면발만 가득해서 볼품없다.





탁월한 연기력 그러나
중첩되는 전작 배역들



박해일과 김윤진은 검증받은 배우다. 그들이 최근에 출연한 ‘이끼’ 와 ‘하모니’ 만 보아도 그들의 안정된 연기력을 엿볼 수 있다. 영화 ‘심장이 뛴다.’ 에서도 연기력은 흠 잡을 데가 없다. 문제는 연기력에 버금가는 감동이 없다는 것이다. ‘심장이 뛴다.’ 는 제목, 장르 면에서 감동선사를 목표로 하는 영화다. 영화는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 짬뽕국물을 들이킬수록 코끝을 찡하게 하는 매운 맛보다는 밍숭맹숭함을 느끼게 한다. 두 배우들이 ‘심장이 뛴다.’에서 맡은 역할은 전작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휘도(박해일)는 천만원에 달하는 빚에 시달리고 있는 철없는 백수고, 예은이 엄마(김윤진)는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맹목적인 여자다. 전작들의 인상이 강하다 보니 영화에 몰입하기가 어렵다. 영화 내용에 집중하기 보다는 전작들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과도한 인위성에
파묻힌 캐릭터성, 흐릿한 개연성.



극에 몰입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드라마 장르적 성격에 충실하지 않고 인위적인 코미디를 추구하려 했기 때문이다. 강 사장(주진모)은 휘도(박해일)의 어머니에게 사기 친 인물이고 조 팀장(김상호)은 장기이식대행업체의 일원이고 최 원장(강신일)은 젊은 여자와 내연관계에 있는 병원장이다. 세 인물들은 모두 진실성이 없다. 억지웃음을 추구하려 하다 보니 그들의 캐릭터성이 죽어 버린 것이다. 김밥에 얹을 필요 없는 깨소금을 한 바가지로 끼얹은 느낌이다. 심장이 아픈 예은이는 어른스러운 아이다. 다른 사람들의 폰을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약어로 엄마에게 알리기도 한다. 영화 ‘심야의 FM’ 의 고선영(수애)의 아픈 딸 은수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은수 역시 독특한 방법으로 엄마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 때문이다. ‘심야의 FM’ 에서 은수는 스릴러의 특성에 묻혀 딱히 튀지 않지만 ‘심장이 뛴다.’ 에서는 어른스러운 예은이가 지나치게 튄다.



예은이 엄마(김윤진)의 맹목적인 사랑 역시 과하게 표출된다. 휘도(박해일)의 집까지 부수고 들어가 휘도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장면에서는 모두가 웃을 수밖에 없다. 사진 하나만으로 장소를 알아내는 예은이 엄마(김윤진)는 명탐정 코난을 능가하는 탐정 기질을 발휘한다. 휘도(박해일)가 뇌사 판정을 받은 어머니가 실린 앰뷸런스를 이끌고 종횡무진 하는 장면 역시 웃기다. 사방팔방에 CCTV가 깔려 있는 요즘의 현실과는 지나치게 동떨어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가족’ 은 소재일 뿐이었다.



영화 ‘심장이 뛴다.’ 처럼 ‘가족’ 을 테마로 하는 영화는 많다. 영화 ‘가족’ 은 정은(수애)과 정은의 아버지(주현)의 갈등을 그려냄으로써 관객을 슬픔에 빠뜨린다. 영화 ‘똥파리’ 는 절망적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쉽게 공감대를 형성한다. 물론 영화 ‘심장이 뛴다.’ 도 눈물을 자아내지 않는 하드보일드한 영화는 아니다. ‘가족’ 을 소재로 하기 때문에 자신의 가족을 되돌아 볼 기회를 주기는 하나, 영화를 통해 깨달을 수 있는 부분은 없다. 다만 혼자 깨닫고 혼자 슬퍼할 뿐이다. 짬뽕의 면발 한 젓가락 두 젓가락은 굶주린 이의 배를 부르게 할 수 있으나 그 이상의 만족감은 주지 못한다. 관객은 맛없는 짬뽕을 먹기 보다는 맛있는 짬뽕을 먹기 위해 줄서서 기다릴 수 있다. 맛있는 짬뽕이 주는 쾌감은 맛없는 짬뽕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