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림 대통령은 다사다난했던 5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고향인 남송에서 그녀는 연인인 하도야 전 검사, 대통령 임기 중에 함께 했던 청와대 참모진들과 함께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구태 정치를 답습하던 강태산 의원은 사랑하는 사람의 진실한 충고로 미국 정치 연수를 다녀와서 새로운 정치인으로 거듭난다. 어느덧 크리스마스, 서혜림은 하도야에게 작은 이벤트와 더불어 5년 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받은 프러포즈를 다시 받게 된다.’ 이는 12월 23일에 방영된 SBS 드라마 ‘대물’ 마지막 회 내용이다. 드라마는 24부작 평균 25.8%의 높은 시청률로 종영되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이색 소재로 대한민국 일류 정치의 비전을 보이겠다는 기획의도 아래 시작된 ‘대물’은 방영되기 전부터 종영되는 순간까지 시청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흔히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 거리라 하면 작품의 내용적인 면보다는 배우의 연기력 논란, 간접 광고, 극의 전개 속도, 연장 방영 논란 등 드라마 외적인 것에 맞춰져 있던 것이 사실이다. ‘대물’ 역시 드라마 방영 중 작가 및 프로듀서 교체, 출연 배우의 자질 등 기존 드라마들과 비슷한 관심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 현실의 대한민국 정치계와 연관되는 상황 제시, 극 중 정치인들의 정치관 및 국가관을 통한 현실 정치인과의 대비, 보는 사람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명대사,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 촉구 등 내용적인 면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다.


‘대물’은 2009년 ‘선덕여왕’의 미실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기며 2009 MBC 연기대상을 수상했던 고현정이 주인공 서혜림 역에 낙점됨에 따라,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 대통령 역할을 어떻게 소화할지, 그녀의 검증된 연기력에 대한 기대로 큰 관심을 얻었다. 또 드라마 제작 직전 뺑소니 사건에 연루된 권상우의 캐스팅으로 화제가 된다. 시청자들에게 권상우의 출연에 대해 ‘자숙 기간도 갖지 않고 TV에 나오는 것은 공인의 자세가 아니다.’ ‘그가 출연하면 드라마를 보지 않겠다.’ 와 같은 열띤 비난과 비판을 받는 등 드라마가 방영되기도 전에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또, 드라마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소재의 참신성과는 별개로 단지 정치 드라마라는 이유로 많은 논란이 있었다. 2007년 대선 당시 방영되었던 MBC 드라마「영웅시대」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유리하게 작용하였듯 이 드라마 역시 여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에게 이롭게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또 극 중 흑막정치를 일삼는 여당인 민우당의 당명이 민주당과 옛 열린우리당을 연상케 한다며 야당에선 불쾌감을 표출하는 등 정당 간 이해관계에 따라 소속 국회의원이 언론 매체에서 ‘대물’에 대해 언급하는 등 이슈 메이커가 되었다.


또 천안함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잠수함 침몰 사건, 과거 아프가니스탄에서 반군에 피랍되었다 돌아오지 못한 故 김선일씨를 생각나게 하는 기자 피랍 사건,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과 정몽준 의원의 후보 단일화를 연상케 하는 야당의 후보 단일화, 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소추의 장면을 재연해 놓은 듯 한 대통령 탄핵 등 굵직굵직한 대한민국 정치사의 일부분을 드라마의 소재로 사용하였다. 이는 ‘대물’을 시청하는 이들로 하여금 극 중 내용이 좀 더 사실적으로 다가가 작품에 감정 이입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실제 있었던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이 역시 여러 매체를 통해 언급되며 드라마가 주목 받는 또 다른 계기가 되었다.


방영 중 가장 큰 이슈는 ‘대물’의 작가와 프로듀서 교체였다. 먼저, 드라마의 큰 흐름을 좌우하는 작가와 PD의 교체로 처음 기획했던 드라마 의도가 지켜지지 않을 것이란 것은 뻔 한 일이었다. 자신의 소신을 또박또박 얘기하던 모습은 온대간대 없고 정치 신인이라는 이름 아래 고민만 거듭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서혜림. 개혁정치를 부르짖었지만 결국엔 권력에 눈이 멀어 자신이 타파하겠다던 밀실 정치를 재현하는 강태산. 등 중심을 잡고 끝까지 가야할 주연 캐릭터들의 변질로 시청자들은 도입부가 중반부 보다 재미없는 드라마는 처음이라며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여기에 여러 경로를 통해 이 드라마에 대해 불쾌감과 우려를 내비추던 정치권의 외압이 작가 교체에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시청자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갔다.


대물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

여러 가지 이유로 드라마의 내용이 점차 변질되었지만 ‘대물’이 20% 중반대의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국민들의 정치 이상형 제시가 그 이유이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가진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이던 서혜림이 아프간에 취재 갔던 남편이 피랍되어 죽은 것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하게 된다. 그녀는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차세대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초선 국회의원, 남해도지사, 야당 대표, 대선 주자를 거쳐 대통령까지 자신의 소신에 맞게 때론 과감하게 때론 부드럽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친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지 않는 것, 당리당략이 아닌 사실에 기초한 자신의 신념으로 의사 표결을 하는 것, 국민을 위해 자신의 목숨과 지위까지 담보 잡힐 수 있는 것,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정치 철학과 정체성을 져버리지 않는 것, 선거철이 아닌 때에도 국민을 위하고 우러러 보며 두려워하는 것 등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정치인의 모습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그런 서혜림을 통해 우린 무엇을 배웠을까? ‘이 나라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 입니까?’, ‘국민은 선거 때 찍어주는 한 표 밖에 되지 않습니까?’ ‘여러분이 이 나라의 주인이십니다.’, 등 서혜림의 명대사가 탄생될 때마다 정치에 무관심하던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대의제의 테두리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 했을 때 우리 정치는 한 발 더 나아갈 것이라는 메시지 전달로 시청자들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즉, 이 나라 정치가 혼란스럽고 부패하다고 너무 방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한 나라의 정치인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정치에 대한 지식 수준 및 의식과 정비례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정치인들이 국정 운영을 잘 못 한다고 뒤에서 비난만 하고 어차피 바뀌지도 않을 것이란 생각으로 방임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제대로 된 사람을 대통령으로 국회의원으로 선출하고 바람직한 정치 풍토가 나타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 해야 한다. 정당 및 후보자의 인지도와 유명세가 아닌 그 정치인이 들고 나온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또 삼권 분립의 원칙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잘 이뤄지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하며 시행되지 않을 시에는 평화 시위, 시민 단체를 통한 의견 제시 등 비판과 견제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각각 독립을 하여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국민이 그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관리 감독할 때 이 나라의 정치는 바로잡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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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서혜림은 방송 토론에 나와 국민들을 상대로 이렇게 이야기 한다. “우리 정치 바꿔야합니다. 정치인들부터 몸을 나추고 겸허하게 반성해야합니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표를 얻기 위해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감히 고백합니다. 우리 정치인들은 국민들을 진정으로 존경하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섬기지 않고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이는 데는 국민 여러분들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이 대한민국 주인이십니다. 국민 여러분이 정치인을 키워준 부모님이십니다. 부모는 아이가 말 안 들을 때 타이르고 그래도 안 되면 사랑의 매를 들어야합니다. 국민 여러분만이 이 나라 정치의 희망이십니다. 국민 여러분 회초리를 들어주세요. 여러분들이 정치인들 종아리에 회초리를 쳐서 국민들을 표 찍어주는 사람으로만 아는 오만불손한 버르장머리를 타이르고 가르치고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주셔야 합니다. 국민여러분의 회초리로 이 나라 정치를 바로 잡아 주십시오.” 우리 모두 마음 속 깊이 새겨야 할 말이 아닐까.